여야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왼쪽)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더팩트DB |
여야 '게이트 프레임'부터 지워야...수사는 '중립', 정치는 '아웃'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대선을 앞두고 양대 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간에 ‘대장동 의혹’ 공방이 치열하다. 중국 명나라 말기 무렵의 대표 문인(文人) 중 한 사람인 홍자성(洪自誠)의 채근담(菜根譚)에서 유래하는 '이단공단(以短攻短)'이 지금 대한민국 정치권의 현주소처럼 여겨진다. 홍자성이 무색할 정도로 자신의 결점을 전혀 생각지 않고 상대방의 잘못을 들춰내는데 집중하고 있는 형국이다. ‘겨 묻은 개가 똥 묻은 개를 나무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 국민들의 시선과 관심이 지나치게 성남시 ‘대장동’에 집중되고 있는 탓일까. 대장동 개발을 추진한 '화천대유'라는 기업이 비정상적인 수익률을 기록하며 논란의 중심에 있다.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선 후보 중 가장 논란에서 비껴날 수 없는 처지인 것도 사실이다. 여권에서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라 더더욱 논란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서로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한 채 남 탓만 하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국민의힘 게이트’ ‘이재명 게이트’라고 서로 프레이밍하기에 정신없지만 뒤집어 보면 양측 모두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자인하고 있는 것 같다.
29일에도 국민의힘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친이 화천대유 최대주주 김만배씨 누나인 김명옥 씨에게 연희동 주택을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국민들은 더욱 헷갈린다.
이번 일은 돈·정치·법조 방패막이가 결탁된 ‘특혜 삼두마차’의 공생관계를 파헤치는 게 핵심이다. 화천대유와 그 관계인들이 3억 5000만원 지분 투자로 얻은 배당수익만 4040억원이다. 화천대유가 이 돈을 밑천으로 법조계·국회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등 곳곳의 권력자들에게 로비를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화천대유발 돈잔치도 끝이 어딘지 모를 지경이다.
화천대유 최대주주 김만배 씨가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경찰서에 참고인으로 출석하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
검찰이 이날 오전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화천대유 본사 사무실과 관계사로 알려진 천화동인 4호,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 등에 대해 동시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고 있고 경찰도 본격수사 채비를 차려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수사 초반부터 공수처와 경찰 등으로 수사력이 분산됐고 뒤늦게 꾸려진 중앙지검 수사팀에 대해선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다. 정치권의 분탕질(?)에 수사 진척 전망도 밝은 것 같지 않아 진실 규명에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제대로는 진행될지 예단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분석도 무리가 아니다.
지난 26일 곽상도 의원 아들의 50억원 퇴직금 논란에 이어 27일에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 딸의 아파트 특혜분양 의혹이 뒤를 이었다. 2015년부터 화천대유에서 일한 딸은 지난 6월 회사 보유분 대장동 아파트 1채를 6억~7억 원에 분양받았다고 한다. 이 아파트 호가가 지금 15억 원 안팎이다. 박 전 특검 측은 특혜는 없었다지만 분양 3개월 만에 자산이 8억~9억원 부풀려진 게 특혜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거의 1일 1건으로 대장동 관련한 새로운 의혹들이 끊이질 않으니 상황에 따라 아무말 대잔치 수준의 양측의 ‘프레임 걸기’는 '옳다구나'하고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아니면 말고 식의 저급한 정치 수준의 민낯이다.
인간은 원래 자기중심적이다. 대선후보나 정계 법조계 등의 유력 인사들도 물론 인간이지만 국민들은 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싶어한다. 신뢰하고 존경하고 싶은 인사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 지도급인사들은 꾸준한 자기 성찰(省察)과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배려의 자세가 필수덕목이다.
본인의 일을 포함해 매사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봐야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공정한 안목으로 훌륭한 정치를 펼치고 합리적인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다. 대통령과 대법관, 국회의원을 아무나 하는 게 아닌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프레임은 자연히 낄 자리가 없어진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조사 중인 검찰이 2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성남도시개발공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성남주택도시공사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성남=남용희 기자 |
그렇다면 이재명 지사부터 한 때 성남시장으로 시정을 책임졌던 곳에서 벌어진 특혜 개발로 수천억 원이 몇몇 민간인 호주머니로 들어간 사실만으로도 국민에게 고개를 숙여야 한다.
관리 책임이 됐든 도의적 책임이 됐든, 아니면 차기 대통령직에 근접해 있는 여당의 유력 후보로서 당연히 그래야 한다.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 적합도 1~2위를 다투는 여권 후보라면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래야 된다고 본다. 야권의 프레임에 말려든다고? 국민들은 저급한 정치적 수사에 속을 만큼 무지하고 무식하지도 않다.
여권 원로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 28일 "이재명 지사가 한 푼 안 받았다고 하더라도 뭐가 좀 드러난다고 하면 사람을 잘못 쓴 책임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 대목도 같은 맥락이라고 믿고 싶다.
소속 당 구성원들이 의혹의 당사자인데 여당 잘못만 따지는 국민의힘도 크게 각성해야 한다. 유체이탈 수준의 행태는 차치하고 곽 의원 아들 문제를 사전에 알고도 모른 척 했다면 정권교체를 노린다는 공당으로서 기가 막힐 노릇이다. 입 다물고 신속한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게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는 길이다.
국민 기대에 부합하게 ‘대장동 의혹’을 신속하게 규명하는 방법도 있다. 수사의 첫걸음은 부정부패가 짙은 엄청난 돈의 성격부터 밝히는 일이다. 국민들은 신속 공정한 수사를 통해 실체가 하루 빨리 드러나길 바란다. 그럴려면 수사당국은 정치적 또는 대선전략적 요소들은 머리에서 지워야 한다. 여야의 대선후보들과 정당도 그들이 골몰하는 ‘대장동 프레임’부터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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