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재의 왜들 그러시죠?] ‘이낙연 죽일 거요, 살릴 거요?’ 지역민심 다그친 사퇴 배수진
입력: 2021.09.19 00:00 / 수정: 2021.09.19 00:00
16일 광주에 와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이낙연 전 대표. 이날 회견에서 이 전 대표는 사랑하는 광주시민 여러분. 저는 이제 국회의원이 아니다. 저는 저의 모든 것을 비웠다고 말하며 지지를 호소했다./더팩트 DB
16일 광주에 와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이낙연 전 대표. 이날 회견에서 이 전 대표는 "사랑하는 광주시민 여러분. 저는 이제 국회의원이 아니다. 저는 저의 모든 것을 비웠다"고 말하며 지지를 호소했다./더팩트 DB

국회의원직 경선 레이스 판돈으로 ‘올인’…25일 어떤 결과로 귀결될지 지역정가 ‘촉각’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민주당 경선에 나선 이낙연 전 대표가 국회의원직 사퇴라는 배수진을 쳤다. 배수진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기에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겠다는 전법이다. 서릿발 치는 결기의 표명이다.

그렇다면 배수진을 쳐야 할 만큼 이 전 대표에게 다가서는 가공할 위기는 무엇인가. 오는 25일 치러질 광주‧전남 경선 패배에 대한 두려움이 위기의 실체일 듯싶다. 광주전남 경선 패배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 전 대표에겐 치명적이다.

우선 민주당의 역대 경선 레이스를 되돌아볼 때 광주전남에서의 승리는 곧 경선 승리를 굳히는 절대적 교두보에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이날 경선 패배는 곧 이 전 대표가 이재명 지사를 더 이상 따라잡을 수 없는 궁지에 빠트릴 가능성이 짙다.

두 번째로 광주전남 경선은 이 전 대표의 자존심이 걸린 전투다. 전남에서 4선을 하고 전남지사를 지낸 이 전 대표로선 이곳에서의 패배는 생각만 해도 끔찍할 일이다. 뒤집어 말하면 이곳 홈그라운드에서 역전 드라마를 만들지 않으면 더 이상 기댈 곳이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전 대표의 배수진에는 ‘이낙연을 죽일래, 살릴래?’ 라고 지역 유권자들을 다그치는 함의가 담겨있다. 지난 경선 과정들에서 한 번도 이런 사례가 없었기에 결과는 미지수다.

평소 이 전 대표를 의회주의자라고 여겼던 기자의 생각은 이번 그의 국회의원직 사퇴로 편견이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 전 대표는 종로 국회의원직을 경선 레이스의 ‘판돈’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 추앙되는 국회의원과 의회의 권위가 가벼워지고 말았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이 전 대표를 국회의원으로 뽑았던 종로 유권자들의 상심도 마음에 걸린다. 전격적이고 뜻밖이어서 이 전 대표가 종로 구민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모습이 전혀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전 대표는 종로가 아닌 광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원직 사퇴를 공표했다.

의원직 사퇴가 광주전남 경선을 앞둔 행보임을 분명하게 드러낸 것이다. 종로 구민들로선 충분히 언짢게 느낄 수도 있는 일이다. 여당에 대한 종로 민심 이반의 불씨로 지펴질 여지도 많다. 국민의힘은 벌써부터 당 간판인 이준석 대표를 종로 보선후보로 거론할 정도로 종로 탈환을 벼르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선 내년 대선과 함께 치러야 하는 대한민국 정치 1번지 종로 보궐선거가 당장 큰 부담이 될 게 당연하다.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원인을 민주당이 제공한 터라, 명분에서 밀리며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자칫 대선 국면에 맞물려 악재가 될 우려 또한 없지 않다. 이 전 대표가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을 의원직 사퇴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오히려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이 전 대표는 진중하고 용의주도하며 언어가 정련된 정치인으로 정평이 나있다. 그러나 이번 경선 국면에서는 그러한 자신의 미덕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평소답지 않은 거친 굴곡이 노출되기도 했다. 어쩌면 처음이자 정치인생 마지막 실험일 수도 있는 의원직 사퇴 배수진이 오는 25일 어떤 결과로 귀결될지 자못 궁금하다.

forthetru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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