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직설 화법' 윤석열, 왜 토론을 주저하나
입력: 2021.08.15 00:00 / 수정: 2021.08.15 00:00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은 오는 18일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회가 주최하는 토론회 참석을 두고 고민 중이다.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더 큰 국민의힘 재선의원 간담회’에서 모두발언 하는 윤 전 총장. /이선화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은 오는 18일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회가 주최하는 토론회 참석을 두고 고민 중이다.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더 큰 국민의힘 재선의원 간담회’에서 모두발언 하는 윤 전 총장. /이선화 기자

18일 국민의힘 토론회 참석 '고민' 놓고 여론 '분분'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야권 유력 대선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오는 18일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회가 주최하는 토론회에 참석을 놓고 고민 중이라고 한다. 왜 윤 총장은 차려진 '밥상'을 놓고 고민을 할까.

윤 전 총장의 이미지를 한번 떠올려보자. 당장 머릿속에 떠오른 윤 전 총장의 이미지는 '직설적인 화법' '할 말은 하는 사람' 등이다. 이런 윤 전 총장 이미지지만, 정작 국민의힘 대선 후보 토론회 참석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정치인은 가급적 방송 출연, 심지어 사진 한 장이라고 더 찍혀 대중에게 다가갈려고 하는 게 일반적인데 윤 전 총장은 다른 행보를 보이니 정치권의 해석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윤 전 총장이 첫 토론회 참석 고민 배경에는 이미지 손상에 따른 지지율 하락을 우려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동안 많은 후보가 토론에 나섰다가 이미지 손상을 입은 바 있다. 특히 이제 막 정치를 시작한 윤 전 총장에겐 토론과 관련해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선례가 있다. '대선 후보 경선 토론'에 윤 전 총장 측과 국민의힘 경준위의 입장 차를 보며 머리를 스친 인물인데, 미안하게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다.

지난 2017년 4월 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토론 준비 모습. /더팩트 DB
지난 2017년 4월 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토론 준비 모습. /더팩트 DB

안 대표는 유독 토론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지난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차범위 내 지지율 경쟁을 벌였지만, 토론 후 급격히 하락했다.

지난 대선 당시인 2017년 4월 5일, 국민의당 대선 후보였던 안 대표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아무런 준비된 종이, 서류 없이 그냥 서로 맨몸으로, 미국 토론처럼 자유롭게 서로 끝장토론하게 되면 실제 저 사람이 갖고 있는 생각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문 후보는 거절했다.

안 후보는 다음 날인 6일 "왜 회피하나. '준비된 후보'라는 주장이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탄로날까 두렵기 때문이냐"고 비판하며 원고 없는 양자 끝장토론을 다시 한번 제안했다. 안 후보가 토론에서 엄청난 내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안 후보는 토론 후 시쳇말로 '폭망'했고, '끝장토론' 제안의 자신감은 어디서 온 것일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했다. 이후 안 대표에게는 '토론에 약하다' '토론을 두려워한다'는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윤 전 총장과 안 대표의 상황은 다르다. 안 대표는 직접 제안했다가 민망한 모습을 보였다면, 윤 전 총장은 반대 상황이다. 그렇지만 당장 유승민 캠프 대변인 김웅 의원은 "토론이 그렇게 두려우면 사실 대선에 나오는 것 자체가 조금 무리한 게 아닌가"라는 공격을 했다. 윤 전 총장은 자칫 '윤 전 총장은 토론을 두려워한다'는 프레임에 갇힐 수 있는 대목이다. 안 대표가 그런 것처럼 말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윤 전 총장이 토론에 나선 모습을 상상할 때 안 대표의 모습이 그려지는 것도 그리 이상한 게 아니다. 안 대표와 윤 전 총장의 상황은 다르지만, 분명 아직 한 번도 경험한 일이 없는 상황이나 장면이지만, 언제, 어디에선가 이미 경험한 것처럼 친숙하게 느껴지는 '기시감' 말이다. 왜 그럴까. 그동안 윤 전 총장이 보였던 태도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지난 3월 검찰총장 사퇴 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사람들을 만났다. 지난 6월 29일 대선출마 선언 후에도 마찬가지 행보를 보였다. 윤 전 총장은 스스로 정치인으로 거듭났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주 120시간' '대구 민란' '우한 바이러스' 등의 부적절한 발언을 볼 때 '정치인 윤석열'로 불기엔 부족한 게 사실이다. 윤 전 총장이 달라진 것 같으면서도 달라지지 않은 것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직설적인 발언들이다.

윤 전 총장은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에서 국회의원들과 언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쉽게 흥분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그늘 지지하는 국민이 볼 때는 '사이다'지만, 일반적으로는 '쉽게 흥분한다' '평정심이 없다'고 평가한다. 대선 후보 토론은 인사청문회, 국정감사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또, 대부분의 후보가 윤 전 총장을 겨냥할 게 뻔한 상황 아닌가.

토론은 단순히 그 사람이 말을 잘하고 못하고를 시험하는 성격이 아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의 도덕성, 대통령으로서의 자질, 국가관, 정책적 비전 등을 유권자인 국민의 중요 판단기준이 된다. 정치 초보 윤 전 총장에게 노련함을 바라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지금 필요한 건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을 중도에 그만두고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윤 전 총장의 비전을 알릴 때다. 그 첫 번째가 토론이다. 윤 전 총장이 만난 소수의 국민이 아니라 아직 그를 접하지 않은 대다수의 국민은 토론장에서 윤 전 총장의 생각을 듣고싶지 않겠는가.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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