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학교가 학위부정 혐의로 교수 10명이 기소돼 재판에 회부되고, 교수가 학생 성적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적폐가 잇따라 불거지고 있지만 자정의 목소리가 없다는 지역사회의 눈총이 따갑다. 사진은 조선대학 캠퍼스 전경./더팩트 DB |
교수 10명 학위부정 기소, 학생 성적 조작 의혹 등에 자정 목소리 '실종'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대학이 사회혁신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말은 어제 오늘 거론된 얘기는 아니다. 맞는 말이다. 세계 유수의 대학들은 그 역할을 떠맡기 위해 안간 힘을 쓰고 있고 기존의 학제를 과감하게 깨트리면서까지 혁신 인재 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의 경우도 대학 교수들의 사회참여 혹은 정책 참여 빈도를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정부 기관과 지방자치단체는 물론이요 모든 공공기관에 설치된 각종 위원회를 대학 교수들이 장악하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사업을 진단하고 사업자를 선정하는 심사위원회나 심의‧평가위원회도 예외는 아니다. 대다수의 위원들이 교수라는 직함을 꼬리에 달고 있다.
우선은 교수라는 신분이 위원회 참여에 수월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로서 공인된 오랜 이력을 쌓은 이가 아니고서는 행정의 추천 관례상 위원회 참여가 좀체 쉽지가 않다. 그러나 박사학위를 기본으로 갖춘 교수는 거의 진입 문턱이 없다. 시스템이 그렇게 돼있기 때문에 해당 공무원들도 교수를 세우는 게 뒷말 없이 편한 터라 결국 위원회는 교수들의 군집이 되고 만다.
물론 교수들이 독식하는 위원회가 다 잘되는 것은 아니다. 썩은 냄새가 나기도 한다. 곧잘 특혜 시비가 불거지고 공정성에 대한 의혹이 적지 않게 제기되기도 한다. 그래도 교수가 책임지는 경우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다. 불공정과 특혜 의혹에 대한 비난을 뒤집어쓰는 것은 공무원들의 몫이다. 공직사회에 대한 불신은 만연해있지만 ‘교수라는 사람들이 설마 그러지는 않겠지’라는 국민적 신뢰가 잠재돼 있기 때문이다.
교수들의 위원회 참여와 다양한 분야의 특강 나들이는 쏠쏠한 수입원이기도 하다. 차별화된 수당과 강의료가 책정되는 것은 물론이다. 이 또한 교수들의 박식한 ‘훈수’가 큰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바둑 훈수는 뺨을 맞지 않으면 다행이지만, 교수들의 훈수는 대부분 절대적 지침이 된다. 일종의 지식 권력이다.
기이한 것은 학교 밖 세상에 나가 곧잘 입바른 훈수를 하는 교수들이 자신들이 몸담은 학교 안 문제들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입을 닫는다는 이중성을 보인다는 점이다. 마치 ‘침묵의 카르텔’이 형성되기라도 한 것처럼 소극적이고 회색 지식인과 같은 비루함이 느껴질 정도다.
최근 조선대학교에서 빚어지고 있는 행태가 전형적인 사례다. 교수 10명이 학위부정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충격적인 사건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중이다. 아버지 교수가 아들 학생에게 부정한 수단으로 박사학위를 주려했던 ‘아빠 찬스’ 비리에 관련 교수들이 공모한 치사한 사건이기도 하다.
언론 보도를 통해 공공연하게 알려지고 지역사회가 손가락질을 하고 있지만 아무도 교수직을 내려놓는 이는 없고, 학교 당국도 징계위원회조차 열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내 배 째라’ 식이다.
또 최근에는 교수가 학생 성적을 조작한 의혹이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학칙 상 10년 동안 보관해야 할 학생의 시험지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이 때문에 의혹도 증폭되고 있고, 피해 학생에게 엄청난 불이익을 초래할 사안이지만 대학 당국은 규정 상 시비를 따지는 기간이 지났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안타까운 것은 ‘대한민국 헌법의 보루’로 칭송받았던 김이수 전 대법관이 조선대 법인 이사장으로 재임하고 있음에도 이런 불‧탈법이 아무런 제재 없이 관행인 양 용인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쉽고도 참담하다.
더욱 큰 문제는 조선대학의 그 어느 교수도 옳고 그름이 명확하고, 시시비비가 확연한 사안들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적폐들에 대해 말 한마디를 하지 않고 있다는 대목이다. 학교 밖 세상에 나가 곧잘 훈수하던 그 행동하는 지식이 왜 학교 안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작동되지 않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조선대 교수들은 자정의 의지를 상실한 이 같은 교수집단의 ‘침묵의 카르텔’에 대해 ‘주인 없는 학교’의 폐단이라 지적하는 지역사회의 눈총을 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조선대의 이러한 한심한 형국에 맞서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학부모협회장은 그래서 이렇게 개탄했다.
"학비 대는 학부모, 그리고 학생들만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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