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의심에는 '증거'가 필요하다
입력: 2021.08.02 00:00 / 수정: 2021.08.02 07:53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아내 김건희 씨의 결혼 전 사생활 의혹을 그린 벽화가 논란이다. 서울 종로구 한 건물 외벽에 그려진 쥴리의 꿈 벽화. /신진환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아내 김건희 씨의 결혼 전 사생활 의혹을 그린 벽화가 논란이다. 서울 종로구 한 건물 외벽에 그려진 '쥴리의 꿈' 벽화. /신진환 기자

'쥴리' 등 후보별 무분별한 의심, 이대로 괜찮나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1964년 미국 브롱크스의 성 니콜라스 교구 학교를 배경으로 한 영화 '다우트'(Doubt). 이 영화를 최근 다시 보게 됐다. 영화는 제목 그대로 인간의 '의심'을 주제로 하는데 전개가 무척 흥미롭다.

플린 신부와 그를 의심하는 알로이시스 교장 수녀와의 신경전을 잘 그려낸 영화로 아직 보지 못한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장면 몇 가지를 꼽아보고자 한다.

영화 중반부 플린 신부가 미사에서 하는 발언이다.

"한 여인이 자기도 잘 모르는 남자에 대해서 친구와 험담을 했습니다. 여러분 중에서는 그런 분이 안 계시겠지요? 그날 밤 그 여인은 꿈을 꿨습니다. 하늘에서 커다란 손가락이 그녀를 향해 가리키고 있었죠. 그것을 보자마자 그녀는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습니다. 다음날 그녀는 고해성사하러 갔습니다. 우리 교구의 늙은 신부님이셨던 오루크 신부님께 왔죠. 그리고는 모든 것을 털어놓았습니다."

"남에 대해서 수군대는 것이 죄인가요?" 그 여인이 신부님께 물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손가락이 저를 지목하신 건가요? 제가 보속(가톨릭 사제가 죄를 용서해주는 것)을 받아야 하나요? 신부님, 제가 잘못한 건가요?"

"네!" 오루크 신부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잘못을 저지른 것입니다. 무지한 여인이여. 당신은 이웃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퍼뜨린 겁니다. 어서 빨리 그 사람이 오명을 벗도록 기도하십시오. 그리고 진심으로 반성하십시오."

그러자 그 여인은 바로 잘못을 고하고 용서를 빌었습니다. "아직 멀었습니다. 자매님은 집으로 돌아가셔서 베개를 들고 옥상에 올라가십시오. 그리고 칼로 베개를 찢은 후에 다시 제게 오십시오." 오루크 신부님이 말했습니다.

그녀는 집으로 돌아가 베개와 칼을 들고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베개를 칼로 찢었습니다. 그리고서 신부님이 시킨 대로 다시 고해하러 왔습니다.

"칼로 베개를 찢었습니까?" "네, 신부님." "어떻게 됐습니까?" "깃털이 날렸어요." "깃털이요?" "온 사방에 깃털이 날렸습니다, 신부님." "그래요, 자 그럼 이제 다시 가서 바람에 날려간 깃털을 모두 담아 오십시오." "그건... 불가능한데요. 깃털이 어디로 갔는지 몰라요. 바람에 날려가 버렸어요." "남에 대한 험담도 그와 똑같습니다."

대선 예비후보 이재명 경기도지사,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여러 의혹에 휩싸인 상태다. /더팩트 DB
대선 예비후보 이재명 경기도지사,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여러 의혹에 휩싸인 상태다. /더팩트 DB

현재로 돌아와 보자. 우리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온 수많은 후보를 보고 있다. 많은 후보 중 여야에서 이목을 끄는 후보가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전 대표, 국민의힘의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이다. 여기에 가장 핫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더 있다.

이들 중 윤 전 총장은 아내 김건희 씨를 둘러싼 논란에 휩싸여 있다. 그중에서도 '쥴리'가 눈길을 끈다. 이 전 대표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찬성 투표, 이 지사는 배우 김부선 씨와의 스캔들과 형수 욕설 녹취 등도 의혹을 받는다.

후보를 둘러싼 의혹 내지 의심은 선거를 앞두고 늘 있었다. 때론 그 의혹이 진실인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의심은 선거 과정에서 진실을 밝히지 못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면 왜 확신할 수 없는 의심을 거리낌 없이 내놓을까.

다시 영화로 돌아가 플린 신부는 자신을 의심하는 알로이시스 수녀에게 묻는 장면을 보자.

"도대체 무슨 소리를 들었길래, 뭘 봤길래 그렇게 철저하게 날 의심합니까?"

"그게 중요한가요?"

"중요하죠, 왜 중요하냐고요? 왜 그토록 의심하는지 알아야겠어요. 입증도 못 하면서 왜 그런 애길 하는 겁니까?"

"확신이 있으니까요."

증거는 없다. 자신의 도덕적 확신 이외에 단 하나의 증거도 없이 알로이시스 수녀는 플린 신부를 의심했다. 종로구 한 건물 외벽에 '쥴리의 꿈'이라는 벽화가 정치권에 큰 파문을 불렀다. '쥴리'는 윤 전 총장의 아내 김 씨의 결혼 전 어떤 일을 했다는 소문으로 아직 어떤 것도 드러난 게 없다. 이 문제는 앞으로 대선 과정에서 사실관계가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 정치권에서 진영 간 벌어지는 무차별적 폭로와 의심에 국민이 확신할 수 있는 증거가 제시되고 있는지는 되돌아볼 일이다. 후보 검증이라는 교묘한 술수로 인권 유린을 즐기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보다 나은 지도자를 선택해야 하는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기 위한 도구로서 말이다.

플린 신부는 영화 초반 미사에서 신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의문을 가진다는 것은, 확신에 찬 것만큼이나 여러분을 강하게 결속시킬 수 있습니다." 정치권이 경쟁자에 대한 의혹을 던지며 지지층 결집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행태와 뭐가 다른가.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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