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7일 광주시 학동(동구) 재개발사업 현장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무너지며 인근 도로를 주행 중이던 버스를 덮쳐 17명의 사상자를 낸 사고현장에서 소방관들이 긴급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더팩트 DB |
경찰 1차 수사결과 발표 임박…‘검은 유착’ 공모자들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2019년 7월 4일 서울 잠원동에서 철거 공사 중이던 건물(지상 5층·지하 1층)이 붕괴하면서 30톤가량의 잔해물이 인근 도로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차량들을 덮쳐 1명이 숨지고 3명이 중경상을 입은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사망자는 약혼자와 함께 결혼반지를 찾으러 가던 20대 예비신부여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리고 2년 만에 광주광역시 동구에서 17명의 사상자를 낸, 더 많은 인명 피해를 수반한 '닮은꼴 참사'가 재발했다. 잠원동 사건 이후 철거 작업의 안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강화되고 지난해 건축물관리법이 제정됐지만, 광주 붕괴참사에서 드러났듯이 안전을 보장하는 규정들은 전혀 작동되지 않았다.
건축물관리법에 따르면 건축주는 안전관리 계획 등을 담은 해체계획서를 공사 허가권자인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승인받아야 한다. 또한 안전을 책임지는 철거공사 감리자를 지정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참사를 유발한 광주 재개발 철거현장의 경우 그 모든 과정들이 수박 겉핥기 식으로 진행됐을 뿐이다. 이미 구속 수감된 철거공사 감리자는 감리 일지 조차 쓰지 않았으며, 감리자를 지정한 동구청 공무원도 감리자 지정과 관련 청탁을 받고 절차와 원칙을 지키지 않아 입건된 상태다.
결국 법의 문제이기 보다는, 철거공사에 관련된 공인들의 무책임과 안전불감증, 인명 경시풍토가 재발된 참사의 구조적 문제였음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더더구나 광주붕괴 참사는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얽혀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재개발조합 집행부, 기획부동산, 정비업체와 시공사, 이들의 뒷배를 봐주는 정관계, 개발이익을 노리는 제3자들이 먹이사슬로 엮인 ‘검은 유착’이 시민의 억울한 죽음을 부른 원흉이었음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중이다. 지난달 30일 정의당이 주최한 광주붕괴 참사 긴급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이 ‘검은 유착’을 ‘죽음의 카르텔’이라 호칭했다. 또한 이들은 이 카르텔을 깨트리지 않고는 참사는 끊임없이 재발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광주붕괴 참사를 조사해 온 경찰의 1차 수사결과 발표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민들은 지금 초미의 관심으로 수사결과를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죽음의 카르텔’에 관련된 이들을 엄정한 법의 심판대에 세울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의 말들이 벌써부터 나돌고 있다. 현재 경찰은 14명의 관련자들을 입건했지만, 수사 진행상황을 보면 시공사와 공사 관리자, 조합 관계자 등에만 집중돼 있어 내부자들의 검은 유착을 밝혀내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불안감을 씻을 수가 없다.
특히 검은 유착의 핵심 연결고리로 추측되는 문흥식 씨가 해외 도피중이어서 더욱 알맹이 빠진 수사결과 발표가 되지 않을까 우려가 깊어진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지금 문흥식의 신병을 일찌감치 확보하지 못한 경찰을 향해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기도 하다. 만일 부실한 수사결과가 나온다면 이 의혹은 더 깊어질 게 당연하며 경찰에 책임을 묻는 사태로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짙다. 이미 경찰 내부에서 문흥식의 도피에 관여하지 않았나 하는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에 경찰이 명운을 걸고 임해야 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경찰 수사를 향한 시민들의 우려가 기우에 그치기를 간절히 바란다. 특히 시민의 죽음에 책임을 져야하는 공인들이 법망을 빠져나가게 해선 안 된다. 17명의 사상자를 낸 이 ‘죽음의 카르텔’의 실물대를 샅샅이 파헤쳐 깨트리지 않고서는 참사는 재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찰 수사에 거는 시민들의 기대가 그 어느 사건보다 막중하다는 점을 망각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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