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가 기자회견에서 어떤 내용을 밝힐지 정치권의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3월 4일 대검찰청에서 사퇴를 발표하던 윤 전 총장. /이동률 기자 |
시시각각 변하는 여론 앞에 대선 정국은 '안갯속'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대선 레이스에 등판한다. 지난 3월 4일 검찰총장을 그만뒀으니 약 4개월 만에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일생일대의 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는 검찰총장에서 사퇴하며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 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습니다.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라며 "제가 지금까지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습니다"라며 앞날을 예고했다.
윤 전 총장을 두고 '검찰주의자'라고 한다. 그는 사랑했던 조직을 떠나 왜 정치를 하려는 것일까. 정치는 명분이다. 그가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으로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기 때문만으로는 명분이 부족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받은 탄압(?)에 대한 복수는 아닐 것이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에서 해미(전종서)는 이런 말을 한다. "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에 사는 부시맨들에게는 두 종류의 굶주린 사람이 있대. 리틀 헝거(Little Hunger)는 그냥 배가 고픈 사람, 그레이트 헝거(Graet Hunger)는 삶의 의미에 굶주린 사람…. 난 그레이트 헝거가 될거야."
윤 전 총장은 단순히 권력에 허기진 리틀 헝거일지, 부동산, 실업, 취업 등을 고민하는 국민 삶의 의미를 고민하는 그레이트 헝거일지. 이런 이유로 29일 그의 입에서 나올 말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윤 전 총장이 앞으로 걸어갈 길에 대해 밝힌다는 29일은 1987년 6·29 민주화선언 34주년을 맞는 날이기도 하다. 1987년 당시 노태우 대통령은 6·10민주항쟁에 대통령 직선제와 개헌 등을 담은 선언을 했다. 윤 전 총장이 정치적 선언을 하는 날을 이날로 정한 것도 이런 역사적 배경을 고려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9일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우당 이회영 선생 개장식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이동률 기자 |
윤 전 총장이 워낙 두각을 나타내다 보니 요즘 만나는 정치권 인사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의 입에선 그를 야권의 유력한 대선 후보로 본다는 말이 나온다. 정치권이 기성정치에서 탈바꿈하고 있다는 지점에서 윤 전 총장을 새로운 캐릭터로 본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반 문재인 정부 인사라는 점도 플러스 요인일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이 나오는 것도 기성정치에 실망한 '대안' 성격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1989년 너바나(Nirvana)는 1집 'Bleach'를 발매했지만, 대중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주류 음악시장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너바나는 2년 후인 1991년 9월 정규 2집 'Never mind'를 발매하며 전 세계 음악시장은 물론, 시대를 바꿨다. 너바나의 '얼터너티브'(Alternative)록은 어느 새 주류로 자리 잡는다. 너바나의 이 앨범은 1992년 1월 11일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올랐는데, 당시 경쟁자들은 마이클 잭슨, U2, 가스 브룩스, MC 해머, 보이즈 투 맨, 건즈 앤 로지스, 마이클 볼튼, 머라이어 캐리 등이었다.
음악시장에서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이들을 꺾은 너바나의 이 얼터너티브 록은 2000년대 초반까지 음악시장을 장악했다. 당시 주류 음악의 대안이었던 얼터너티브 록이 긴 생명력을 유지한 데는 새로움을 갈망한 대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 27살에 요절한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이라는 상징적 인물이 있었기에 휘발성을 더했다고 할 수 있다.
윤 전 총장도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등 쟁쟁한 이들과 경쟁해야 한다. 그가 처한 상황만 놓고 보면 너바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또, 정치권에 불고 있는 윤 전 총장의 바람은 '대안', '대체 가능한'이란 뜻의 얼터너티브 성격이 짙은 것도 사실이다. 윤 전 총장이 'X파일' 논란 등을 뚫고 국민에게 대안이 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그런데 아직 내년 대선까지는 253일이나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