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광주시 시민소통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5.18 유공자 심사에 참여했던 2인의 심의위원들이 심의 과정에 부적절한 부탁이 있었다고 증언, 광주 시민사회에 충격을 안겨줬다. 사진은 당시 기자회견 장면./광주=박호재 기자 |
남은 진상 규명도 중요하지만 잘못을 고치지 않고 ‘진실 퍼즐’ 완성될 수 없어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5·18 관련 단체들이 공법단체화 과정에서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시민들이 따가운 눈총을 줄 정도로 갈등의 양상도 도를 넘었다. 광주시민의 명예와도 직결된 문제여서 시민사회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특별법 개정을 통해 5·18 주요 3단체들이 공익법인화를 통해 공법단체로서의 법적 지위를 확보하게 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환영의 박수를 보냈다. 단체의 구성원들도 이제 국가의 지원을 받아 정신계승 활동을 활발하게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쁜 마음으로 법 개정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단체 간 갈등은 이 모든 긍정적인 청신호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갈등의 단초는 국가보훈처가 제공했다. 공법단체화를 위한 설립준비위 승인 과정에서 단체들 간 상호 동의를 구해야 하는 절차를 요구한 것이다.
이 때문에 구성원들의 성향이 사뭇 다른 까닭에 그동안 상존해 있던 단체 간 반목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격돌하고 있다. 상호 동의서를 써주기는 언감생심이요, 난타전을 벌이며 고소 고발사태로까지 확전되고 있는 상황이다.
표면상으로는 단체 상호간의 불협화음이 빚은 시비이지만, 갈등의 심연에는 ‘가짜 유공자’ 의혹과 관련 특정 단체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는 뿌리 깊은 불신이 도사리고 있다.
지난 18일 광주시청 시민소통실에서는 충격적인 기자회견이 열렸다. 과거 5·18 유공자 선정 심사위원회에 참여했던 심의위원 한 사람이 "동료 심의위원 누군가가 특정인을 부탁하는 요구가 있었다"고 증언한 것이다. 이어서 또 한사람의 심의위원이 "자신도 그런 부탁을 받은 적이 있다"고 증언하며 충격은 더해졌다.
그동안 일부 5·18 왜곡세력들이 "가짜 유공자를 가려내야 한다"는 주장을 거듭 펼쳐왔지만 5·18 관련 단체 내부에서 처음으로 제기된 문제였기에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이 사실을 접한 시민들은 광주가 차마 스스로 꺼내놓기 싫은 부끄러운 일이지만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광주는 그동안 외부의 ‘가짜 유공자’ 시비에 침묵했던 게 사실이다. 진실을 규명하자는 의도 보다는 ‘옥의 티’를 이유 삼아 광주의 5월을 폄훼하려는 의도의 발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짜 유공자 시비를 애써 외면하고, 의혹을 감싸 안았으며, 들춰내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피할 곳이 없어 보인다. 가짜 유공자 의혹이 광주의 5월 정신을 계승하고, 그 가치를 확장해가는 데 손톱 및 가시처럼 고통스런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남의 눈의 티는 보면서 제 눈의 대들보는 못 본다는 비난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가 됐다.
5·18 유공자 심의는 그동안 7차에 걸쳐 이뤄졌으며 광주시가 꾸린 심의위원회의 결정을 국가보훈처에 넘기면 국가보훈처가 이를 승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어떻든 합법적 절차에 의해 공적심사가 진행됐고 보훈처가 이를 승인했기에 광주시나 보훈처에 가짜 유공자 시시비비를 가려달라는 주문은 현재로선 공허할 수밖에 없다.
국회를 통과한 ‘진상규명 특별법’에 의해 출범한 국가기관인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진상규명위)가 가짜유공자를 가려내는 일에 나서는 게 맞다. 진상규명위의 홈페이지에는 "잃어버린 진실의 퍼즐을 완성해가겠다"는 문구가 크게 눈에 띈다. 남은 진상 규명도 중요하지만 잘못된 진상을 고치는 일을 묵과하고 진실의 퍼즐은 온전히 맞춰질 리 만무하다.
5·18 가짜유공자 시비, 이제 진상규명위가 나서서 짚고 넘어가야 할 때이다. 국민 통합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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