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재의 왜들 그러시죠?] 새로운 원년 맞은 아시아문화전당, 시민들에게 친근한 문화센터로 거듭나야
입력: 2021.03.05 08:02 / 수정: 2021.03.05 08:02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아특법개정안 의결로 운영 활성화 기반을 마련, 새로운 원년을 맞았다. 지역 예술인들과 광주 시민사회는 이를 계기로 ACC가 시민들에게 친근한 문화센터로 거듭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사진은 ACC 라이브러리파크 실내 전경./ACC 제공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아특법개정안 의결로 운영 활성화 기반을 마련, 새로운 원년을 맞았다. 지역 예술인들과 광주 시민사회는 이를 계기로 ACC가 시민들에게 친근한 문화센터로 거듭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사진은 ACC 라이브러리파크 실내 전경./ACC 제공

아특법 개정안으로 운영 활성화 기반 마련했지만, 지역 예술인‧시민사회가 등 돌린 오만한 운영 되돌아볼 때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아시아문화전당특별법 개정안(이하 아특법 개정안)이 지난 달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문체부 소속 기관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전당 운영 위탁기관인 아시아문화원의 조직을 일원화 하는 것이 개정안의 주요 골자다.

조직 이원화의 문제점은 전당 운영 효율성 차원에서 그동안 오랜 논란거리였다. 전례가 없는 운영 방식이었고, 책임의 주체가 흐릿해지면서 전당 활성화에 걸림돌이 돼왔다. 이 때문에 광주 시민사회는 이원적인 운영 조직에 거듭 의문을 제기했던 게 사실이다.

조직 이원화는 국립기관인 아시아문화전당의 위상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문체부의 국장급이 전당장도 아닌, 전당장 대행이라는 직함으로 전당을 운영해왔으며 그 역할도 전당 시설관리 및 운영 책임에 머물렀을 뿐이다. 문화전당 운영의 핵심 키워드인 콘텐츠 활성화는 위탁기관인 아시아문화원의 영역이었다. 국영기관의 장이 짊어진 역할치고는 초라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지난 일들을 돌이켜볼 때 아특법 개정안 의결은 일단 잘된 일이다. 이번 법안 통과에는 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이병훈 의원(광주 동남을)의 공이 컸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이 의원이 문체부 아시아문하중심도시추진단 단장을 역임할 시에 만들어진 이원화 체제였기 때문에 이 의원이 결자해지를 했다고 볼 수도 있다.

조직 일원화 조치가 남긴 가장 큰 숙제는 기존 아시아문화원 직원들이 당장 일자리를 잃게 됐다는 점이다. 당초 아특법 개정안에는 전 직원을 국가공무원화 하는 부칙이 마련됐으나 국민의 힘 반대에 부딪혀 법안 통과 과정에서 해당 조항은 삭제됐다. 새롭게 신설되는 아시아문화재단이라는 콘텐츠 마켓팅 전담 기구에서 고용을 승계한다는 원칙이 세워졌으나 조직의 규모로 볼 때 극히 일부의 직원들만 구제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 때문에 아시아문화원 노조가 들끓기 시작했고 민노총이 반박 성명을 내는 등 반발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러한 격한 움직임과는 달리 시민사회는 아직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150여 명의 직원이 일자리를 잃는 엄중한 사태에 비췄을 때 뜻밖의 미지근한 반응임에 틀림없다.

왜 그럴까? 아시아문화전당과 긴밀한 관계에 놓여있던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은 그동안 전당운영 주체들과의 소통부재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원팀이라는 생각으로 고용승계 보장에 힘을 실을 정도의 의무감이나 친밀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시민사회도 정나미가 떨어진 양 강 건너 불구경하듯 침묵하기는 마찬가지다. 아시아문화원 측으로서는 몹시 서운할 일이지만 자승자박(自繩自縛)이라는 고사성어를 먼저 떠올려 볼 때이다.

그동안 전당 운영에서 광주의 문화예술인이나 시민사회는 철저하게 소외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국영기관이라는 명분 또는 수준의 문제로 콘텐츠 생산이나 운영은 온전히 중앙 예술인들의 몫이었으며, 콘텐츠 유통이나 문화소비의 측면에서도 전당 운영 주체들은 시민들에게 전혀 친절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광주의 안방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광주는 시종일관 객 취급을 받았다.

광주에 자리 잡고 있기에 광주라는 ‘장소성’을 결코 외면할 수 없음에도 아시아문화전당은 광주시민의 문화공간은 아니었다. 소통과 협력관계는 말 뿐이었지 얼마나 많은 지역 예술인들이 전당 협업 프로젝트에 참여했는지,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전당을 친근한 문화 인프라로 활용해 왔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돌이켜 볼 일이다.

아시아문화전당은 설립 당시에 프랑스의 퐁피두센터라는 복합문화센터를 본떴다. 20세기 초반 이후의 거대한 현대미술 컬렉션인 퐁피두 센터와 견줄 일은 아니지만, 퐁피두 센터가 시민의 문화공간, 청소년과 시민의 평생예술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위해 해왔던 노력들에 비춰본다면 아시아문화전당은 그동안 허송세월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퐁피두 센터가 파리 시민의 친근한 문화인프라 라는 점은 외래 방문객 집계가 아닌, 도서관 이용률에서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 퐁피두 센터 도서관 이용객은 하루 평균 5,400여명에 달한다. 관람시설이 아닌 도서관이라는 공간의 성격 상 이용자 대다수가 파리 시민일 수밖에 없다. 아시아문화전당에도 라이브러리파크라는 기능이 비슷한 시설이 있지만 평일에는 사람 구경하기가 힘들 정도로 한산하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아특법 개정안 국회 의결을 통해 일원화된 통합조직으로 거듭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운영 활성화 기반을 비로소 마련한 새로운 원년을 맞았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원년을 동력 삼아 보다 열린 자세로 시민사회에 친근하게 다가서는 복합문화센터로 자리매김 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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