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헌의 체인지(替認知·Change)] 스타 선수·인기 연예인 휘말린 '학교 폭력의 본질'
입력: 2021.02.23 13:04 / 수정: 2021.02.23 13:26
한국배구연맹(KOVO)의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소집된 지난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국배구연맹 사옥에 흥국생명 이다영 등 선수들의 기념촬영 사진이 걸려있다./이동률 기자
한국배구연맹(KOVO)의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소집된 지난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국배구연맹 사옥에 흥국생명 이다영 등 선수들의 기념촬영 사진이 걸려있다./이동률 기자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학교 폭력 예방 주체가 대야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오스트리아의 정신과 의사이자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이론에 따르면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요인이 성적 충동이나 공격적 충동이라고 한다.

프로이트의 이론을 차치하더라도 개인별 격차는 있지만 누구나 선천적으로 어느 정도 공격성을 갖고 살아간다는 게 적지않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요즘 젊은 층들에게 최고 인기인 컴퓨터 게임들 대부분이 공격성과 관련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선천적 공격성을 해소시키면서 재미를 주기 때문이다.

최근 여자배구 국가대표인 이재영, 이다영 선수의 학교폭력 문제가 전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소속 구단측은 두 선수를 무기한 출장 정지시켰고, 대한배구협회는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했다.

국가대표로 활약한 남자부 송명근·심경섭 선수도 중·고교 시절 학교 폭력 가해자였음을 시인하고 징계를 받았다. 지난 16일에는 또 다른 여자배구 선수에 대한 폭로까지 추가로 나왔다.

야구계로도 번졌다. 피해자라고 밝힌 이는 19일 SNS에 현재 한화 이글스에서 뛰고 있는 모선수에게 "초등학교 시절 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커지자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체육계의 폭력을 근절하라고 지시했다.

학교폭력은 체육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를 시작으로 연예인이나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자 등 대중문화계에도 이어졌다. 일반인으로까지 확대됐다. 지난 17일 배우 조병규를 시작으로 22일까지 다수의 연예인이 학교폭력 의혹에 휩싸인 상태다. 그룹 (여자)아이들의 수진을 시작으로 세븐틴 민규, 가수 겸 배우 김소혜, 배우 박혜수 김동희,가수 진해성 등이 줄줄이 학폭 가해자로 지목됐다.

조병규는 3년 만에 재차 불이 지피워진 학교폭력 의혹’에 법적 대응 카드를 내놓으며 강하게 부인했다. 수진과 민규, 김소혜, 진해성, 박혜수, 김동희 소속사 등도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면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임을 밝혔다.

배우 조병규가 두 차례 학교폭력 의혹에 휘말렸다. /더팩트 DB
배우 조병규가 두 차례 학교폭력 의혹에 휘말렸다. /더팩트 DB

이제 팬들도 스타 선수나 인기 연예인이라고 해서 학교폭력을 지나간 과거로 눈감아주지 않는다. 이 같은 변화에는 시대정신이 담겨 있다. 2016년 미투 운동 이후, 성희롱·성폭력 이외에도 약자에 대한 폭력에 분노하고 피해자 고통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그만큼 학교 폭력의 피해에 대한 공감이 크고, 학교 폭력 가해자를 용서할 수 없다는 국민의 감정이 증폭된 것을 알수 있다. 이처럼 폭력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엄격해졌지만 이에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아직 멀어 보인다.

학교폭력은 근절하려는 당국의 노력에도 실제 줄지 않고 있다. 지난달 21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코로나19 사태로 등교일 수가 줄어든 만큼 학교폭력은 1.6%에서 0.9%로 0.7%p 감소했다.

반면 ‘사이버폭력’은 8.9%에서 12.3%로 3.4%p, ‘집단따돌림’은 23.2%에서 26.0%로 2.8%p 오히려 증가했다. 이른바 비대면 폭력이 상대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학교폭력의 양상이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와 관련기관의 노력에도 줄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청소년 시기는 사회화가 진행 중인 때다. 충동에 의한 사고가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현재 학교 시스템에서는 일정 부분 어쩔 수 없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개인의 성향에 대한 구분없이 같은 연령대의 아이들을 모두 의무적으로 끌어 모아놓았다는 데서 원인을 찾는다. 특히 입학할 때 거름망이 없는 것을 지적한다. 성인들의 사회에서는 학력이나 여러가지 요소들로 부적격자들을 어느 정도 걸러낸다.

설령 사회 부적격자가 들어오더라도 대다수의 성실한 사람들이 방파제 역할을 해 소수의 부적격자가 문제행동을 할 여지를 크게 줄여준다. 폭력이 청소년들이 다니는 학교에서만 생기는 문제가 아니고 성인들에게도 비슷한 현상을 보이는 대표적인 공간이 군대다.

학교 폭력 논란에 휩싸인 배우 박혜수는 의혹을 부인했음에도 라디오를 비롯한 방송 출연이 무산됐다./남용희 기자
학교 폭력 논란에 휩싸인 배우 박혜수는 의혹을 부인했음에도 라디오를 비롯한 방송 출연이 무산됐다./남용희 기자

학교폭력을 학생들 간의 사소한 갈등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은 경찰등 공권력의 인식도 문제다. 살인,강도 강간 등 강력범죄의 소지가 있는데도 "애들끼리 별일 있겠어?"라며 상당히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다.

공권력이 부부간의 폭력과 데이트 폭력, ‘정인이 사건’ 같은 아동학대 등 이른바 '그들끼리의 문제'에는 개입하고 싶어하지 않아하는 성향 탓도 크다. 학교폭력은 ‘그들만의 교실안’이라는 폐쇄성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 점도 한 몫 한다.

우리사회가 아직은 폭력성에 적지않게 무딘 사회라는 사실도 간과 할 수 없다. 영상물 심의체계만 봐도 알 수 있다. 아직도 성(性)과 관련된 장면보다 폭력성에 관련된 장면이 규제를 덜 받는 경향이 있다.

학교폭력 예방 및 피해를 지원하는 푸른나무재단의 관계자는 "10~20년 전 학교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문의가 최근 많으며 이들의 공통점은 그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렸다는 사실"이라면서 "시간이 오래 지나면 법적 구제를 받을 방법이 없으며 유명인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언론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학교 폭력에 천착하고, 다양하게 접근하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는다. 피해자들이 이런저런 주장을 했다고 보도하지만, 고통에 공감하고 치유를 위해 노력하는 진정성이 담긴 기사는 별로 없다. ‘학교 폭력 폭로’의 홍수 속에 정작 학교 폭력 문제의 해결이라는 목표가 아직 제대로 보이지 않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사회 전 구성원 모두가 학교폭력예방의 주체가 돼야만 학교폭력을 근절시킬수 있다고 본다. 가정,학교,사회의 구분 없이 전 국민이 적극적 예방자로 나서야 한다.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 가해자들이 국가대표 선수든 최고의 스타든 예외는 없다. 자라는 아이들에게 폭력은 평생 트라우마로 남는다. 새학기에는 우리 아이들 모두 학교폭력 걱정 없이 즐거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bien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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