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文 대통령의 '뜨거운 감자', 박범계의 '패싱 논란'
입력: 2021.02.22 05:00 / 수정: 2021.02.22 12:56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말기에 박범계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검찰 인사를 두고 이견을 보인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뉴시스, 청와대 제공, 남윤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말기에 박범계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검찰 인사를 두고 이견을 보인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뉴시스, 청와대 제공, 남윤호 기자

문재인 정부, '검찰' 문제 놓고 언제까지 갈등만…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사의표명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다. 청와대는 신 수석의 사의표명 논란이 확산하자 직접 해명에 나섰지만,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신 수석의 결정만 남아있는 모양새다.

신 수석이 민정수석에 임명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아 사의 표명을 하게 된 배경에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검찰 인사 이견 때문이다. 또, 검찰 문제다. 지난해 지겹도록 법무부와 검찰이 다퉜는데, 이번엔 법무부와 민정수석의 갈등이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둔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두 사람 사이 이견은 분명하다. 여기에 '패싱'이라는 표현이 주목된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박 장관은 신 수석 '패싱'에 이어 문 대통령까지 '패싱' 했다고 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17일 박 장관의 신 수석 패싱과 관련해 "법무부 장관의 검찰 인사안이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조율이 안 된 상태에서 (대통령께) 보고가 되고 발표가 됐다"라며 "민정수석이 중재를 하려고 했는데, 그 과정에서 인사가 발표돼 민정수석이 사의를 표명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신 수석의 사의를 계속 만류했다.

20일에는 '박 장관이 일방적으로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발표했고, 대통령이 사후에 인사안을 승인해 사실상 추인했다'는 또 다른 논란이 불거졌다. 청와대는 "대통령 재가 없이 법무부 인사가 발표됐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패싱은 아니다. 조율하는 과정을 건너뛰었다는 것의 무리한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마치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안 했다는 것과 달라 보이지 않는 해명처럼 들린다.

문 대통령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를 따지려면 문 대통령이 박 장관의 보고를 받은 후 '신 수석과 논의한 결과인가?'를 확인했는지가 우선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민정수석을 역임한 바 있어, 누구보다 시스템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이번 논란과 관련해 문 대통령을 향해 '알았는데도 그냥 두었어도, 몰랐어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두 사람의 검찰 인사 갈등 양상은 지난해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관계와 다름없어 보인다. 문 대통령이 또 중간에 낀 양상도 그렇다. 신 수석과 박 장관의 이견과 갈등은 충분히 조정 가능한 것이며 지금과 같은 논란이 없었을 수도 있다. 누구에 의해서? 문 대통령에 의해서 말이다. 문 대통령이 중심을 잡았다면 대통령을 보좌하는 신 수석과 박 장관의 이견을 충분히 조율할 수 있었다고 본다. 특히나 지난해 그렇게 국민을 피곤하게 했던, 법무부와 검찰 문제를 경험하지 않았던가. 이번 논란을 대하면서 많은 국민이 아쉬워하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영화 남한산성의 예조판서 김상헌(왼쪽)과 이조판서 최명길의 모습. /영화 남한산성 스틸 컷
영화 '남한산성'의 예조판서 김상헌(왼쪽)과 이조판서 최명길의 모습. /영화 '남한산성' 스틸 컷

1637년 12월 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에서 화친을 주장하는 주화파와, 외세의 침략을 죽음으로써 막아내자는 척화파는 인조를 앞에 두고 논쟁을 벌인다. 이 장면은 영화 '남한산성'을 본 관객이라면 가장 명장면으로 꼽을 것이다.

척화파인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식)과 주화파 이조판서 최명길(이병헌)이 인조 앞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주고받는다. 인조는 두 사람의 논쟁을 경청하고 결정하는데 두 사람의 대화는 다음과 같다.

김상헌 "이 문서가 정녕 살자는 문서이옵니까?"

최명길 "신의 문서는 글이 아니라 길이 옵니다. 전하께서 밟고 걸어야 할 길이 옵니다."

김상헌 "명길이 말하는 삶은 곧 죽음이옵니다. 신은 차라리 가벼운 죽음으로 죽음보다 더 무거운 삶을 지탱하려 하옵니다."

최명길 "죽음은 가볍지 않사옵니다. 전하, 상헌이 말하는 죽음으로써 삶을 지탱하지는 못할 것이옵니다."

김상헌 "명길은 삶과 죽음을 구분하지 못하고 삶을 죽음과 뒤섞어 삶을 욕되게 하는 자이옵니다."

최명길 "죽음은 견딜 수 없고, 치욕은 견딜 수 있사옵니다. 무엇이 임금이옵니까? 오랑캐 발밑을 기어서라도 제 나라 백성이 살아갈 길을 열어줄 수 있는 자만이 비로소 신하와 백성이 마음으로 따를 수 있는 임금이옵니다. 지금 신의 목을 먼저 베시고 부디 전하께서 이 치욕을 견뎌주소서."

문 대통령의 현재 상황과 다르지만, 인조는 두 신하의 호소를 듣고 고심했다. 인조의 선택에 따른 역사적 평가를 배제하고 보면 의사결정 과정 자체는 올바른 방향으로 보인다. 이견은 있었지만, 왕은 그 결정의 이유를 신하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나 내각에서 충분히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 간극을 대통령이 어떻게 봉합하느냐의 문제가 따를 뿐이다. 문 대통령이 두 사람의 논란에 대해 어떻게 대처했는지는 청와대가 내밀한 상황까지 공개하지 않는 한 알 수 없다.

문 대통령이 꼭 그럴 필요는 없지만, 인조가 김상헌과 최명길의 논쟁을 들었던 것처럼 두 사람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고, 조정했더라면 어땠을까.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cuba20@tf.co.kr

*정사신은 정치의 정(政)과 사회의 사(社) 그리고 영어 'Scene'의 합성어입니다. 정치와 사회의 단면을 비판과 풍자로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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