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부동산 공약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이새롬·남윤호 기자, 국회사진취재단 |
보궐선거 후보들의 '공수표' 공약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선거철이 다가왔다. 오는 4월 7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바빠졌다. 여야는 최종 후보 선정을 위해 경선을 진행 중이다. 각 후보도 '나야 나'를 알리기 위해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중이다.
예비후보들은 당원들과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본인만의 공약을 하나둘 내놓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공약을 보면 임기 1년 2개월의 시장이 할 수 있겠냐는 생각을 하게 한다.
특히 부동산 문제가 뜨거운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의 공약이 그렇다. 각 후보는 서울에 몇 십만 호 공급, 재건축, 재개발, 1호선 지하화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얼마 전 지인들과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하나같이 "신이야?" "미션 임파서블" 등을 언급하며 그들의 상상력에 놀라움을 표했다.
후보들이 나름 고심 끝에 내놓은 공약이 왜 이런 혹평을 받는 걸까. 서울시장 유력 후보들의 부동산 정책을 보면 민주당 박영선 전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은 30만 가구, 우상호 의원은 16만 가구 공급,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지하철1호선 지하화하겠다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74만6000가구 공급을 약속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강남에 반값 아파트 공급 추진과 용산을 아시아의 실리콘밸리, 프랑스의 라데팡스와 같은 상업지구로 만드는 것을 골자로 한 '강남북 균형발전 정책'을 내놓았다.
나 전 의원은 5일 부동산 공약으로 공시가격을 실거래가의 70% 수준으로 동결하겠다고도 했다. 이는 2030년까지 90%로 높이겠다는 정부 정책과 반하는 내용이다. 이어 △고가주택 기준 9억 원에서 12억 원 상향 △공시가격 12억 원 이하 1가구 1주택 재산세 절반 감면 △장기 보유자 종합부동산세 감면 △양도소득세 중과 대상 9억 원 이하에서 12억 원 이하로 축소 등 대책을 내놨다.
나 후보 또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지역 맞춤형 개발을 통한 강남북 격차 해소, 10년간 70만호 추가 공급 등 출마선언 당시 제시한 공약도 다시 언급했다.
정부는 4일 25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그동안 정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 거품'으로 서민들의 시름은 더욱더 깊어지고 있다. 서울 뚝섬 한강공원에서 본 강남 일대 아파트단지의 모습. /이새롬 기자 |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이 실천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후보들의 공약 실현 가능성을 믿는 시민들이 별로 없다는 게 문제가 아닐까. 실례로 동부간선도로 일부 구간 지하와 사업은 2011년부터 추진했지만, 2019년에야 민자사업자를 모집했다. 예정대로 2026년 완공된다면 15년이 소요된 것이다.
오죽하면 후보들조차도 경쟁자들의 공약에 대해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할까. 시민들도 후보들이 상대 후보 공약을 지적하는 것과 비슷하리라는 생각을 못 하는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번 선거는 보궐선거로 당선 후 임기 1년 2개월이다. 당장 내년 6월이면 다시 선거를 치러야 한다. 보궐선거에 당선한 이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4년이 더 주어진다 해도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공약이 아닐 수 없다.
서울시민의 시장이 되겠다고 나온 후보들이다. 이들의 고민을 폄훼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동의하기는 더 어려운 게 사실이다. 표를 얻기 위한 정치적 수사라는 점을 이해하지만, 대다수 평범한 시민의 시장이 된다고 하기엔 이들의 목표가 너무 원대해 보인다. 눈에는 보이지만, 아무리 뛰어도 손에 닿지 않는 '뜬구름'일 뿐이다.
만약 이들이 마법사라면 이뤄질지도 모르겠다. 이번 보궐선거는 아브라카다브라(Abracadabra), '내가 말한 대로 될지어다'라는 주문을 외우는 판타지 시장을 뽑는 선거가 아니다. 시민의 시장을 뽑는다는 점을 다시 한번 진중하게 고민해보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