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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자동차가 31일 진행된 통상임금 소송 1심 선고 재판에서 패소하면서 완성차 업계 안팎에서 "산업 경쟁력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 | 서재근 기자] 기아자동차(이하 기아차)가 노조와 벌인 통상임금 소송 1심 선고 재판에서 패소한 것과 관련해 완성차 업계에서는 "개별 회사를 넘어 산업 전체 경쟁력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선고 직전까지 업계 안팎에서 '신의 성실의 원칙(이하 신의칙)'을 인정,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줄 것이란 일각의 관측과 달리 재판부가 노조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현대기아차의 고심은 더욱 깊어지는 분위기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권혁중 부장판사)는 31일 오전 10시 기아차 노조 소속 2만7424명이 회사 측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1심 선고 재판에서 "회사는 원금 3126억 원과 이자 1097억 원 등 모두 4223억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재판에서 회사 측이 일방적으로 패소할 경우 소급분 1조8000억 원의 임금 및 퇴직금과 간접 노동비용 증가분을 포함해 최소 3조 원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011년 소송을 낸 노조 측이 회사에 청구한 임금 차액(6588억 원)과 이자(4338억 원)를 더한 액수가 1조926억 원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청구 금액의 약 40%에 대해 배상 책임을 물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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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권혁중 부장판사)는 이날 재판에서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돼야 한다"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배정한 기자 |
그러나 재판부가 본건 소송에서 핵심 쟁점으로 꼽힌 정기상여금과 중식비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에 있어 노조 측의 손을 들어준 만큼 이번 재판의 영향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우선 소송 당사자인 기아차의 경우 당장 올해 3분기 실적부터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기아차 측은 "(법원 판결에 대해) 아직 공식적인 견해는 없다"라며 말을 아끼면서도 당황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아차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7868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4.0% 줄었다. 회사 측이 근로자들에게 당장에 지급해야 하는 임금이 실적에 반영될 경우 올 하반기 적자전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메울 수 있는 뚜렷한 해법이 없다는 것이다. 기아차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무역보복 여파로 실적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현지 판매량의 경우 전년 대비 무려 11만8000여 대(약 42%)가 줄었다. 이는 회사 전체 수출 감소분(!1만2000여 대)을 훌쩍 웃도는 수치다. 중국 시장에서 판매 감소 폭이 매우 컸다. 이 기간 중국 시장에서 줄어든 판매 대수는 무려 11만8000여 대(41.5%↓)다. 이는 글로벌 전체 판매 감소분(11만2000여 대)보다 많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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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자동차의 통상임금 소송 패소 소식에 현대자동차 역시 노조 측이 통상임금 관련 단체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는 우려 속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
'한 지붕 두 가족'인 현대차에서도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노조 측과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기아차의 통상임금 소송 패소로 현대차 노조에서도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할 것을 요구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한우 기아차 사장도 지난 22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주최로 열린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진단과 대응을 위한 간담회'에서 "통상임금 소송에서 회사 측이 패소할 경우 같은 업무량에도 기아차는 현대차보다 50% 더 줘야 하는데 현대차(노조)에서 가만히 있겠느냐. 이는 결국 노동시장의 분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우려한 바 있다.
앞으로도 문제다. 현대차는 당장 다음 달 1일 자사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사실상 처녀작인 'G70'의 프리뷰행사를 진행한다. 최초 소형 스포츠 세단 출시로 라인업을 확대해 글로벌 고급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하겠다는 게 현대차의 복안이다. 여기에 최근 '차세대 수소전기차'를 세계 최초로 공개하며 친환경차 개발 청사진도 제시했지만, 최근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과 노조 파업 등으로 신사업추진을 위한 기반 마련에 빨간불이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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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들도 이번 판결과 관련해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이 위축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
현대기아차뿐만 아니라 산업계 전반에서도 우려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이미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에서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이 포함될 경우 산업계에서 38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규모의 손실이 불가피하고 자동차 업계에서만 2만3000개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란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경총 측은 이날 판결에 관해 "수십 년 동안 이어온 노사합의를 신뢰하고 준수한 기업에 일방적으로 부담과 손해를 감수하라는 것"이라며 "해당 기업과 협력 관계를 맺은 수많은 중소기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경우 우리나라 제조업 경쟁력에 미칠 여파가 매우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국내 대표 경제단체에서는 "대법원이 제시한 신의칙을 부정한 판결이며, 기업에서 예측하지 못한 추가 비용까지 떠안게 된 만큼 산업경쟁력이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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