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가 야심 차게 내놓은 6세대 '신형 그랜저'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25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강원도 홍천 샤인데일CC를 왕복하는 140km 구간을 달려봤다 /현대자동차 제공 |
[더팩트 | 홍천=서재근 기자] 스마트폰, TV, 냉장고, 자동차 등 제품의 종류를 막론하고 특정 브랜드의 시그니처 모델로 수십여 년 동안 존재감을 드러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국내 완성차 업계 '맏형'인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의 대표 준대형 세단인 '그랜저'가 지닌 상징성은 의미가 클 수밖에 없다. 지난 1986년 1세대 모델 출시 이후 30여 년의 세월 동안 현대차를 넘어 국내를 대표하는 '국민 고급차'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전 계약(2일~21일까지)이 진행된 3주 동안 무려 2만7000여 대의 계약 대수를 기록하는 등 현대차가 5년여 만에 작심하고 내놓은 6세대 '신형 그랜저'를 향한 대중의 관심 역시 이 같은 상징성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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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형 그랜저'는 30~40대 고객을 주 타깃으로 삼은 만큼 기존 모델 대비 '세련미'를 가장 강조했다. /더팩트 DB |
일단 '눈길 끌기'에는 확실하게 성공한 '신형 그랜저'가 과거 1~5세대 '선배'들이 세운 명성을 지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을까. 이미 사전 계약을 한 사람들이야 달력에 'X' 표시를 하며 출고날만을 기다릴 수 있겠지만, 아직도 많은 예비 소비자들의 머릿속에는 '살 만한 차인가?'라는 의문이 남아 있을 것이다. 상품 가치에 대한 갈증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고자 25일 '신형 그랜저'에 몸을 싣고,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강원도 홍천 샤인데일CC를 왕복하는 140km 구간을 달려봤다.
시승차는 '신형 그랜저'의 최상급 트림인 가솔린 3.0 익스클루시브 스페셜로 현대 스마트 센스 등 선택사양을 모두 갖춘 모델이다. 우선 디자인 부분에 대해 설명하자면, 이미 정식 출시 행사 관련 기사(2016년 11월 22일 <[신형 그랜저 출시①] '흥행 보증수표' 달라진 디자인을 말하다> 기사 내용 참조)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번 새 모델은 30~40대 고객을 주 타깃으로 삼은 만큼 기존 모델 대비 '세련미'를 가장 강조했다.
현대차가 주요 고객층이라고 언급한 '30대'의 입장에서 느낄 수 있었던 '신형 그랜저'의 첫인상은 '젊음'이다. '대기업 임원', '자영업 사장님'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매칭됐던 5세대 모델과 달리 드라마 속에서 '멋쟁이' 캐릭터로 등장하는 30대 주연 배우가 타면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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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형 그랜저'의 실내 디자인은 수평형의 레이아웃을 기본 축으로 센터페시아 부분은 돌출형 디스플레이, 상하로 나뉜 조작부 내의 멀티미디어와 공조 버튼 등 크게 세 부분으로 깔끔하게 정리돼 있다. /더팩트 DB |
'신형 그랜저'는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의 배치가 기존 모델 대비 상당히 하향 조정됐다. 때문에 정면 또는 측면에서 바라봤을 때 날렵하다는 인상을 준다. 무엇보다 이전 모델에서 뒤로 누운 듯이 길게 뻗어 있던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과 달리 차량 전면에 수평 구조로 배치되면서 날카로운 이미지 대신 부드러운 느낌을 잘 살린다. 뒷부분을 살펴보면, 양쪽 후미등이 직선으로 서로 연결된 '그랜저'만의 디자인 정체성을 유지하되 연결부위에도 불이 들어오도록 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더했다.
반면, 실내는 과할 정도로 단정하다. 수평형의 레이아웃을 기본 축으로 센터페시아 부분은 돌출형 디스플레이, 상하로 나뉜 조작부 내의 멀티미디어와 공조 버튼 등 크게 세 부분으로 깔끔하게 정리돼 있지만, 평소 화려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여백의 미'를 강조한 현대차의 정리방식이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젊어진 외관 만큼 달리기 성능도 변화가 있을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주행모드'의 차별성이다. 3.0 모델에는 최고출력 266ps, 최대토크 31.4kgf.m 성능의 '람다Ⅱ 개선 3.0 GDi' 엔진이 탑재돼 있다. 사실 일반 모드(컴포트)에서는 일반적인 3000cc급 차량에서 느낄 수 있는 수준의 주행 능력을 보인다. 시속 120km까지 막힘없이 가속하고 시속 140km이상 고속 구간에서는 속도계가 꾸준한 속도로 안정적이게 오른쪽으로 움직인다. 말 그대로 '무난하다'.
그러나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변경할 경우 차량의 성격이 180도 변한다. 가속페달을 몇 초만 밟고 있으면 계기판의 속도가 100km를 지나고, 그 이상의 고속 구간에서도 경쾌한 엔진음과 함께 기민한 가속력을 이어간다.
고속 구간에서 들리는 엔진음이 거슬리지도 않는다. 정숙성 부분에서는 합격점을 주기에 충분하다. 시속 140~150km 구간에서도 동승자와 속삭이듯 대화해도 거슬림이 없을 정도다.
핸들링과 승차감의 변화도 눈여겨 볼만하다. 그간 현대차의 경우 '아반떼 스포츠'와 'G80 스포츠' 등 트화된 일부 모델을 제외하고 '가벼운 헨들'과 '물렁한 서스펜션'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신형 그랜저'의 경우 핸들 조작감은 물론 서스펜션도 제법 단단하게 세팅돼 꽤 묵직해 고속 및 코너구간에서도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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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형 그랜저'에 적용된 '현대 스마트 기술'은 '윗급'인 제네시스 브랜드에 포함된 '고속도로 주행 지원을 제외하고 모든 부분에서 동일하다. /홍천=서재근 기자 |
편의사양 역시 눈에 띄게 개선됐다. 차선이탈과 앞뒤 차간격을 스스로 맞춰 운전자가 핸들에서 손을 떼면 차량이 스스로 차선 이탈 여부 등 조향을 판단해 안전한 주행을 가능하게 하는 '주행 조향보조 시스템(LKAS)'과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도록 가속과 제동을 제어하는 어드밴스드 스마트 쿠르즈컨트롤, 운전하면서 차량 뒤편을 화면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주행 중 후반 영상 디스플레이' 등 '현대 스마트 기술'은 '윗급'인 제네시스 브랜드에 포함된 '고속도로 주행 지원을 제외하고 모든 것이 같다. 'G80 스포츠' 시승기에서도 높은 점수를 준 헤드업디스플레이의 탁월한 시인성도 마찬가지다.
이 외에도 버튼으로 개폐가 가능한 '스마트 트렁크' 기능을 비롯해 후측방 충돌 회피 지원, 부주의 운전경보 시스템은 운전에 서툰 초보 운전자는 물론 아이와 함께 외출하는 시간이 많은 여성 운전자들에게 매우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이날 급가속, 급제동을 반복한 결과 편도 기준 평균 ℓ당 10km의 연비를 기록했다. 2.4모델과 디젤 2.2모델이라는 '대안'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최근 글로벌 메이커들이 높은 연비 효율성에 사활을 걸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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