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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쓰비시 SUV 파제로는 다카르랠리에서 지난 25년동안 7회 연속 우승과 정상에 12번 올랐다. |
[더팩트|황준성 기자] 이른바 죽음의 자동차 경주로 불리는 다카르랠리는 사하라 사막 횡단, 계곡, 밀림 등을 코스로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을 정도로 위험한 자동차 경주.
이 경주에서 지난 25년 동안 무려 7회 연속 우승과, 정상에 12회 오른 자동차가 있다. 바로 미쓰비시 SUV 파제로. SUV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쯤은 타보고 싶은 모델이기도 하다.
이런 파제로를 직접 운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동시에 고민도 생겼다. 운전해야 할 코스 선택이다. 평범한 자동차처럼 고속주행이나 도심주행을 하기에는 파제로의 오프로드 성능이 궁금했다. 그렇다고 모래밭, 산길 등 오프로드 길을 중점으로 평가할 수는 없는 노릇. 자동차의 가장 기본적인 주행성능 평가도 수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 시동을 걸고 가속페달을 밟자 코스 선택은 쉽게 해결됐다. 도심주행이나 고속주행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다. 이에 코스를 정체구간인 올림픽대로와 서부간선도로, 서해안고속도로, 태안반도 내 일반도로, 만리포 해수욕장의 백사장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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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쓰비시 SUV 파제로 외관 |
반응성에서 먼저 합격점이다. 커다란 차체(전장 4900mm, 전폭 1875mm, 전고 1900mm)와 공차중량 2360kg에도 불구하고, 느리지 않은 반응성을 보였다. 정체가 심한 도심에서도 반응성 때문에 답답할 일은 없을 정도. 하지만 세단이나 콤팩트 SUV와 같은 반응성을 원하는 것은 금물.
고속주행은 160km/h까지 무난했다. 세단과 같이 빠른 가속을 보이지 않지만, 120km/h 이후 탄력을 받으면 160km/h 속도까지는 잘 올라갔다. 그러나 180km/h의 속도까지 올리자 높은 전고 탓인지 차체가 조금 흔들리는 감이 들었다. 200km/h까지는 속도가 잘 올라가지 않았을뿐더러, 올리기에도 국내 도로 여건 사항 등을 포함해 어려웠다.
계기판에는 220km/h까지 속도를 올릴 수 있으나, 파제로의 최고안전속도는 190km/h이다. 평소 주행 시 최고안전속도까지 고속으로 운전할 일은 거의 없으니, 고속에 대한 걱정은 사치다.
파제로의 가장 큰 특징은 뭐니 뭐니 해도 사륜구동이다. 일반도로를 달릴 때에는 후륜구동으로도 되지만, 사륜구동을 빼고 파제로를 평가한다는 것은 ‘팥소 없는 찐빵’이라 할까.
후륜구동에서 사륜구동으로 변환하는 것은 간편하다. 변속기 옆에 작은 레버를 누르고 위아래로 이동시키면 된다. 파제로의 사륜구동 컨트롤 시스템은 4가지로 구분돼 있으며 상황에 따라 후륜(2H), 사륜(전륜/4H), 사륜고속(4HLC), 사륜저속(4LLC)으로 선택이 가능하다. 물론 주행 중에도 변환할 수 있다.
파제로의 엔진은 랠리의 우승자답게 3.2ℓ 16-Valve DOHC 커먼레일 DI-D 디젤엔진이 장착돼 최고출력 200마력, 최대토크 45.0kgㆍm의 성능을 뽐낸다. 2000~3000rpm에서 토크가 형성돼 어디, 어느 때든 최고의 성능을 발휘한다. INVECS-II 5단 자동변속기 장착으로 변속감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연비도 11.7km/ℓ 나쁘지 않다.
이런 성능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파제로의 모래밭에서 주행은 랠리 우승자답게 탄성을 자아낼 정도다. 모래에 빠져 바퀴가 헛도는 일은 상상 속에서나 벌어질 일이라는 걸, 아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물론 모래사장이 사막과 같이 깊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후륜구동으로 운전해도 모래에 빠지지 않았다. 사륜구동으로 바꾸자 일반도로보다는 못하지만, 주행에 어려움은 없었다. 사륜저속(4LLC)으로 운전하자 심지어 편안한 주행도 가능했다.
파제로의 사륜구동은 경사가 가파른 오르막길에서도 빛을 발했다. 대형마트 주차장같이 경사가 가파른 오르막길에서는 차가 뒤로 밀려 종종 접촉사고가 나기도 한다. 하지만 사륜으로 된 파제로가 뒤로 밀린다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 직접 파제로를 운전할 때는 뒤로 밀리는 경우가 없었다.
또한 높은 전고의 SUV에도 불구하고 코너를 돌 때 쏠림현상이 심하지 않았다. 제동능력도 우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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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쓰비시 SUV 파제로 내부 디자인 |
하지만 디자인에서는 국내 고객의 눈길을 끌기에 부족한 감이 크다. 일단 외관이 너무 투박하다. 과거 현대자동차 SUV 갤로퍼와 흡사했다. 최근 부드럽게 곡선으로 디자인되는 차들과는 거리가 먼 외관이다.
내부도 간단하게 디자인됐다. 센터페시아 중앙 상단에 있는 화면은 평균속도, 연비, 외부온도, 오디오 시스템을 표시해 주지만 내비게이션은 없다. 따로 장착해야 한다. 룸미러에 왼쪽에 후방카메라 화면이 뜨는 점은 RVR 등 다른 모델과 같다. 그러나 룸미러 화면은 손바닥보다 작고, 보통 후진할 때 룸미러를 보는 일은 드물어서, 편리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신 오디오시스템에 무게를 실은 듯 하다. 미국 최고급 카 오디오 브랜드인 록포드 사의 프리미엄 오디오시스템으로 860W의 고출력과 5.1채널 12개 스피커를 통해 최적의 밸런스와 생생하고 역동적인 음악을 들을 수 없다.
미쓰비시 관계자도 이 오디오시스템 때문에 내비게이션 장착을 포기했다고 했을 정도라고 한다. 아직 국내에서 시판되는 내비게이션이 록포드 사의 오디오시스템을 따라가기엔 음향기술이 부족하다는 것. 현재는 내비게이션 장착을 위해 여러 사안을 조율 중이다.
이외에도 파제로는 루프 내장형 사이드 커튼 에어백과, SRS 듀얼 스테이지 에어백을 장착해 측면 충돌 등을 대비하는 등 안전에도 신경 썼다. 또 2열 시트를 펼치면 누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 여기에 최대 384ℓ 크기의 적재 공간과 크고 넓게 열리는 테일 게이트는 물건을 싣고 내리기에 편리하다.
파제로의 국내 판매가격은 6490만원이다.

미국 (USD) 1137.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