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기획] KS 무법 지대 '자리 선점'
입력: 2008.10.30 12:18 / 수정: 2008.10.30 13:32

[ 잠실=박정환 기자]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의 2008년 한국 시리즈 3차전이 열린 29일 잠실 구장. 회사원 박상현(26) 씨가 입구 앞을 배회하고 있다. 시합 시작 1시간 30분 전 구장을 찾았지만 자리가 없어서다.

그 자리는 미리 온 관중이라면 누구나 앉을 수 있는 일반석이다. 자리 자체도 많이 남았다. 그러나 발조차 못 댔다. 테이프로 수십 석이 봉쇄된 그 공간은 사람이 아닌 이상한 문구가 적힌 A4 용지가 지키고 있었다. '양보 감사합니다.'

박상현 씨는 눈을 의심했다. 그는 "아까 가족 팬 역시 나와 같은 일을 당한 후 외야 쪽으로 갔다. 지정석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 두 석도 아니고 무얼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야구장에 다시 올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며 미간을 찌푸렸다.

구장은 응원 단상이 위치한 곳부터 관중이 차기 시작한다. 이와 동시에 일부 팬들은 소위 말하는 명당을 돈다. 선점 작업이다. 그래서 1∼2시간 이전 광경은 상식 외다. 일반적 관점에서의 좋은 좌석과 별로인 좌석의 점유가 비슷하다.

한편 속이 탄 한 가족은 이런 제의도 했다. 지정석 입장권 확인 업무를 하는 스태프의 이야기다. "일찍 와서 못 앉은 그 분들이 차액을 지불할 테니 남는 지정석으로 가게 해달라고 했다. 안 되면 웃돈까지 얹어 주겠다며. 참… 난감했다."

비지정석 명당의 70∼80%가 불법 점거 형태다. 한 중공 업체는 일반석에 '응원 지정석'이란 황당 프린트를 해 놓았다. 설종원(33) 씨는 "포스트 시즌이라 야구 관계자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그러나 단속은 전혀 없다"고 불만을 토했다.

정말 그럴까. 양복을 빼입은 진행 요원 원 모 팀장(26)에게 물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 일이 있나요? 그게 단속을 해야 맞는 건가요? 피해 입은 관중들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항의를 안 합니다." 그리고 오늘 또한 그 일은 계속된다.

junghwan@tf.co.kr
<사진=더팩트 손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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