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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늘 "청순 종결자? 이젠 스릴러의 여왕이죠"
입력: 2011.08.13 09:20 / 수정: 2011.08.13 09:20

[김가연 기자] 배우 김하늘(33)과 스릴러. 언뜻보면 그리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다. 긴 생머리에 잡티하나 없는 흰 피부, 단아한 마스크는 어느 누가봐도 청순하면서 여성스러운 분위기가 먼저 떠오른다. 그래서 김하늘에겐 데뷔 후부터 줄곧 '남성들의 로망', '청순함의 대명사'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녔다.

작품적으로는 멜로와 코미디가 강했다. 타고난 외모덕이었을까 브라운관에선 여성미넘치는 역할로, 스크린에선 발랄하고 귀여운 역할을 맡으며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으로 군림했다. 13년간 배우생활을 하면서 스코어도 제법 괜찮았다. 그런 김하늘이 변했다. 스스로도 '도전'이라고 말하는 영화 '블라인드'로 새로운 장르에 발을 디딘 것이다.


'블라인드'는 하나의 사건에 대해 엇갈린 진술을 하는 시각장애인 수아(김하늘)와 기섭(유승호)의 진실을 건 사투를 그린 스릴러물이다. 개봉 전부터 올해 부천판타스틱영화제가 폐막작으로 관객에게 공개된 후 여러 시사회에서 호평을 받으며 기대를 모았다. 그 결과 지난 10일 개봉후, 6만여 관객을 불러모으며 제법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처음 보고 관객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서 다행이라고 느꼈지만 한편으론 부담감도 많았어요. 하지만 여러 시사회를 거쳐 집중도가 높아 몰입이 잘 되는 영화라고 호평해주셔서 감사했죠. 좋은 평들이 많이 나오니 주변에서 오히려 '정말 괜찮냐'고 많이 물어봐 주셨어요."

김하늘은 이번 영화에서 시각장애인 민수아 역을 맡았다. 수아는 경찰대 재학 중 사고로 시력을 잃었지만 어디서든 씩씩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인물이다. 우연히 뺑소니 사고 현장에 있게되면서 사건에 휘말리고 그는 눈이 아닌 다른 감각들을 동원해 사건을 풀어나간다.

데뷔 후 처음 시각장애인역에 도전한 김하늘에게 이번 영화는 그리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정적인 시선처리부터 동적인 움직임까지 어느 한부분 튀지 않고 실제 시각장애인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서 영화 초반부 촬영에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몸에 익숙해져 노련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연기할 때 안보인다는 것은 정말 일차적인 고민이었어요. 실제 연기를 해보니 눈에 감정을 담는 것이 정말 힘들었죠. 시선을 마주치지 않고 리액션 없이 연기를 하다보니 표현한만큼 연기가 눈에 드러나지 않았어요. 머릿속에선 눈물 날 정도로 무섭고 두려운데 100% 표현이 안됐어요. 감정만 가지고는 어렵다는 것을 느껴 더 표현했죠."

처음하는 역할에 준비도 많이 했다. 실제로 시각장애인들을 만나 그들의 행동을 면밀히 관찰했으며 점자책과 컴퓨터 등 필요한 소품들도 직접 익혔다. 영화는 수아의 모습들을 비교적 세밀하게 표현한다. 김하늘은 연출가의 이런 관찰자적 배려가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는 것 같다고 말한다.

"'블라인드' 시나리오는 안상훈 감독님이 3년전부터 봉사활동을 다니면서 쓰신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디테일한 부분들이 영화 속에 많이 녹아있었던 것 같아요. 리얼리티를 살리려는 감독님의 연출과 수아의 감정선이 적절하게 엮이면서 관객들이 영화속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죠."

김하늘의 시각장애인역도 주목을 받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었을때 가장 시선을 끄는 장면은 액션신이다. 전작 '7급 공무원' 등 로맨틱 코미디물을 통해서 화려한 발차기 액션을 선보였던 그가 이번에는 제대로 액션에 빠졌다. 범인에게 머리채를 휘어잡히고 끊임없이 내동댕이 쳐진다.

"액션신이 많았는데 연습을 하면서 합을 맞추기보단 리허설을 많이해서 상대배우와 동선을 많이 맞췄어요. 수아가 범인에게 쫒기면서 헤쳐가는 상황이라 정확한 액션이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죠. 무엇보다 다치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깜깜한 곳에서 촬영하니 부상은 있을 수밖에 없더라고요."

김하늘이 언급한 장면은 영화의 클라이막스로 깜깜한 공간을 배경으로 범인과 수아, 기섭이 마지막으로 혈투한다. 영화속에서 관객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범인(양영조). 김하늘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그는 "가까이 가지 않으려고 했어요. 아무래도 대적하는 인물이기에 거리를 둘려고 했죠. 사실 정말 무서웠어요"라며 살짝 웃음을 짓는다.

"수아라는 인물은 보이지 않기에 상상할 수 밖에 없는데 (수아와) 똑같이 생각해보니 정말 섬뜩하더라고요.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범인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장면에 관객들이 단체로 소리를 지르는데 1500석이 일제히 들썩였어요. '아, 관객들도 같은 장면에서 느끼는구나'하고 속으론 은근히 좋았죠."

최근 포털사이트에서 김하늘을 치면 연관검색어에 '1박 2일'이 등장한다. 그가 KBS 2TV 예능프로그램인 '1박 2일'에 출연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소탈하면서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며 새로운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는 오히려 그런 반응이 올줄 몰랐다고 말한다.

"저는 항상 그렇게보여졌는데 많은 사람들은 '배우 김하늘'에 대해서만 알고 있으니깐 좀더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 주변의 지인들이 오히려 '김하늘 정말 저렇게 해?'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들었어요. 굉장히 많이 물어보시더라고요. 제 이미지가 이전에 어땠길래…"

말끝을 흐리는 김하늘에게 SBS TV '온에어' 속 오승아의 영향이 가장 컸던 것 같다고 물었다. 그는 웃으면서 "오승아, 정말 쎘던 것 같아요. 배우생활을 하면 당연히 이미지에 대한 편견, 선입견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그런 것들을 깨고 싶은 생각이 있었어요"라고 말한다.

"대중들이 저에게 같는 편견, 사실 처음엔 서운하게도 생각했어요. 나는 배우기에 캐릭터를 어떻게 완성도있게 만들어내느냐가 저에겐 가장 중요했어요. 배우라는 직업이 작품 속 캐릭터외에는 보여줄 수 있는 출구도 마땅치 않았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김하늘이 배우로 살아오면서 얻게 된 생각은 그녀를 변화시켰다. 그는 "지금까지 작품으로 저의 연기를 보여드렸는데 이제는 그 외의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죠. 그래도 그 동안 제가 보여드린 것이 있는데, 캐릭터 이외의 본모습을 보여드려도 절 믿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제 생각이 맞았던 것 같아요. 어쩌면 더 망설임없이 했었는지도 몰라요"

김하늘은 인터뷰내내 질문에 곧바로 대답하는 법이 없었다. 기자의 질문에 오히려 좀 더 물어보고 생각하고 고민한 끝에 답변했다. 깐깐하고 어려울 것 같다는 그의 인상은 아마 김하늘의 깊은 행동때문에 생긴 이미지일 것 같기도 했다. 아직도 '동감'이나 '피아노' 등 '김하늘식 멜로'를 잊지 못하는 그에게 마지막으로 "멜로의 여왕 타이틀도 가져보고 싶지 않냐"고 물었다. 역시 긴 호흡 끝에 답했다.

"30대 멜로는 분명 20대 멜로와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도 너무 기대하고 있고 또 하고 싶어요. 로맨틱 코미디는 소재나 주제면에서 다양할 수 있는데 멜로는 오히려 그렇지 못한 것 같아요. 배우의 모습이 그대로 살아나죠. 김하늘에게 맞는 성숙하고 아름다운 멜로, 꼭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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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노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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