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다영 기자] KBS가 지난 5월 긴급 개편을 한 지 두 달이 지났다. 8주가 지났으니 어느 정도 평가는 내려진 셈이다. 괜찮은 프로그램도 있고, 시청률에서 효자 노릇을 하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개편 때 신설된 몇몇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는 참담, 그 자체다. 그 가운데 '자유선언토요일'의 두 코너인 '시크릿'과 '도전자'는 혹평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청률도 5%대다. '불후의 명곡2'는 그나마 나은 편에 속하지만 시청률 사정은 마찬가지다.
KBS는 기존 프로그램이었던 '천하무적 야구단'(천무단), '야행성', '청춘불패' 등의 시청률이 흔들리면서 긴급 편성에 들어갔다. 하지만 두 달여가 지난 현재 결과적으론 시청률도, 참신성도 모두 잃었다. 신설된 프로그램들은 '어디서 본 듯한' 익숙한 포맷인데다 기존 프로그램과 차별화에도 실패, 갈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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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선언토요일-시크릿'/KBS 2TV '시크릿' 방송 캡처 |
◆인기 포맷 따랐는데 진부하기만
'해피선데이-1박2일'은 방송 초기 MBC '무한도전'의 아류라는 혹평을 받았다. 하지만 '1박2일'은 여섯 남자들의 '여행'이라는 키워드 안에서 서두르지 않고 노력한 끝에 고유의 색깔을 찾았고, 시청자들에게 인정 받는 장수프로그램으로 거듭났다.
그런데 '자유선언토요일', '도전자' 등은 키워드도 없고 신선하지도 않다. '시크릿'은 재미없는 '강심장' 같다는 평을 듣고 있다. '시크릿'은 스타들의 비밀을 탐구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프로그램. 스타들의 자극적인 비밀 폭로가 난무하는 요즘 예능계에서 단순한 폭로가 아닌 스타의 인간적이고 진솔한 면을 보여 주겠다는 것이 기획 의도였다.
하지만 '시크릿'의 비밀들은 인간적인 냄새도 재미도 부족하다. 스타들이 방송을 통해 내세우는 비밀들은 평이한 이야기들 뿐, 진짜 비밀은 찾아볼 수 없다. 스타들이 깜짝 놀랄 집안사를 얘기하거나 열애 사실을 알리는 등 자극적인 요소들을 전면에 내세운 '강심장'보다 못하다는 평이다. 이를 반영하듯 시청자 게시판에는 "스타들의 비밀이 신변 잡기 등이 아니라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라면 좋겠다. 공감이 가지 않는다", "방송을 보면서도 이 방송을 왜 보나 싶다. 해당 스타의 팬이 아닌 이상에야 눈이 가지도, 귀가 기울여지지도 않는 내용이다", "정통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라는데 상황극인 듯하다. 비밀이랄 수도 없는 상투적인 내용들만 가득하다"는 등 비판적인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3일 방송 때는 '불후의 명곡2-남자보컬특집'으로 3분 편성되는 일도 겪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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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선언토요일-불후의 명곡2'/KBS 2TV '불후의 명곡' 방송캡처 |
그나마 평판이 괜찮은 '불후의 명곡2'도 대세를 따라 급히 결정한 포맷이라는 시선을 피해갈 수 없다. '불후의 명곡2'는 KBS 기존 프로그램이던 '불후의 명곡'의 타이틀을 그대로 따 왔다. 하지만 형식은 완전히 다르다. 기성 가수들의 명곡을 듣는 건 같지만 노래를 부르는 주체는 아이돌 가수들이며 이들이 방청객들 앞에서 경쟁한다는 점에서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나가수)와 똑같다. 이런 까닭에 '불후의 명곡2'는 처음부터 '아이돌판 나가수'로 불렸으며 노래 잘하는 아이돌들이 혼신을 다해 명곡을 재해석하지만 시청률은 답보 상태다. 더욱이 지난 23일, 남자 보컬 특집이 방송되면서 시청자들로부터 "'나가수'처럼 쟁쟁한 가수들을 더 투입해달라"는 요청까지 받고 있어 자칫 '불후의 명곡2'만의 색깔을 고정화하기 전에 '나가수'의 아류가 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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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먼 서바이벌이 아닌 이간질과 기준 없는 심사가 난무한다는 혹평을 받고 있는 '도전자'/KBS 제공 |
'도전자'는 방송 때마다 화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좋은 의미의 화제가 아니고 '선정성', '판정 기준의 모호성' 등으로 매회 철퇴를 맞고 있다.
'도전자'는 지덕체를 종합적으로 테스트하는 각종 미션 게임을 거쳐 매회 한 명이 탈락하고 마지막에 최종 우승자 1인을 가리는 프로그램이다. 언뜻 봐도 수많은 케이블에서 방송되던 외국 서바이벌의 형식을 빼다 박았다. 이에 더해 "선정성을 배제하겠다"던 KBS 방침에 어긋나는 선정성, 지덕체를 말하기에는 문제가 많은 미션들과 시청자들이 이해할 수 없는 오락가락 심사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한 시청자는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칵테일을 파는 것까진 참고 봤지만 기념품 가게들을 헤집고 다니며 피해를 주는 것도 모자라 외국인을 상대로 물건을 비싸게 팔라는 게 무슨 지덕체 판단 기준인지 모르겠다"며 "한국을 알리는 미션 등 좋은 기획이 많이 있을 텐데 장사꾼 미션들만 줄줄이고, 더군다나 바가지 씌우는 장사라면 욕을 먹어야 하는 인재를 뽑자는 건가"라고 질타했다. 다른 시청자들 역시 '도전자'의 기획의도와 전혀 다른 미션들에 대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더욱이 심사위원들의 자질도 논란이 되고 있다. 주관적인 심사와 모호한 기준이 지적 대상이 됐지만 특히 지난 22일 방송분이 도마위에 올랐다. 이날 '도전자'에서는 미션 참가자들이 외국인들을 상대로 물건을 팔게 됐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길거리에서 좌판을 벌이는 것이 불법이라는 심사위원 평이 논란이 됐다. 시청자 게시판은 이로 인해 들끓고 있다. 시청자들은 "세금을 내지 않고 허가 받지 않은 장사를 하는 건 어느 나라나 불법이다. 그렇다면 이 미션 자체가 불법인데 왜 불법인 미션을 줘 놓고 미션 수행 시 금지 사항 등 기준도 설정해 놓지 않았나", "심사위원들을 교체하는 것이 '도전자'가 살길이다. 심사위원들 때문에 방송이 보기 싫어진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각 출연자들의 동맹, 담합 등은 기본적인 요소고 이런 것들이 방송에 힘을 더할 수 있다. 그런데 이걸 기본 취지를 해친다고 한다면 대체 왜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하는가"는 등 날카로운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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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넓은 사랑을 받았지만 폐지된 '천하무적야구단', '청춘불패'/더팩트DB, KBS 제공 |
◆ 폭넓은 연령층 아우르던 '청춘불패', 참신했던 '천무단'이 그립다
결국 KBS의 긴급 개편은 KBS 예능 프로그램을 더욱 깊은 수렁에 빠지게 한 셈이다. 기존의 프로그램과 같은 형식 일색이라 후발 주자라는 시선을 지울 수 없는 데다 프로그램을 끌어가는 힘이 부족하고 진부해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에서는 참신한 소재로 재미를 안겼던 '청춘불패', '천무단' 등 종영 프로그램을 그리워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비록 종영 직전 시청률이 하락하긴 했지만 적어도 기획 의도가 공영방송 KBS다웠고, 폭넓은 연령층이 시청해도 무리 없는 재미를 선사했다는 이유에서다.
치열한 예능 프로그램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활을 걸었던 KBS. 그 결과는 경쟁 방송사 뿐 아니라 시청자마저 외면한 외로운 싸움을 초래했다. 워낙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라 모든 프로그램이 시청자의 공감을 사고 안정적인 시청률을 확보할 수는 없다. 그러나 KBS의 대표 개편 프로그램들은 인기 예능 프로그램들의 대세를 따라가려다 기존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던 평판 좋은 프로그램들을 버리는 우를 범했고, 참신성과 기존 시청층을 모두 잃어버리는 결과를 맞았다. 해외 로케이션, 스타 캐스팅, 예능 트렌드만을 좇는 형식을 갖추기보다 실패 요인을 분석하고 보완하며 대세를 따르더라도 그 안에서 끊임없이 연구하고 창의적인 발상을 해야 한다는 것을 망각한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