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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마스코트걸' 고은오 "여신 이미지 때문에 성격 숨기고 살아요"
입력: 2011.07.02 08:04 / 수정: 2011.07.02 09:50

[김세혁 기자]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하면 떠오르는 게 몇 가지 있다. 구수한 부산 사투리로 경기장이 떠나가라 불러대는 '부산 갈매기'가 대표적이다. 주황색 비닐 봉지를 머리에 쓰고 물결 응원을 펼치는 팬들도 인상적이다. 다른 팀 팬들은 '극성'이라고 표현하는 강렬한 응원 구호 역시 롯데가 아니면 상상할 수 없다.

롯데 자이언츠만이 가진 색깔 중에 하나 추가해야 할 것이 있다. 팬 캐스트 '마스코트걸' 고은오(24)다. 팬 캐스트란 판도라TV가 4월부터 시작한 신개념 프로야구 중계 서비스다. 각 구단을 대표하는 해설자와 캐스터, 마스코트걸이 하나가 돼 펼치는 일방적인 응원이 특징이다.

야구 팬 사이에서 이미 유명 인사로 통하는 고은오는 마스코트걸 가운데 가장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중계 전까지 야구는 전혀 몰랐던 데다 연고팀도 아닌 롯데 자이언츠를 응원하는 그가 최고의 마스코트걸이 된 비결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재미를 느끼고 푹 빠진 거죠. 지금도 전 마스코트걸을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프로 의식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만큼 흥미를 갖고 열심히 하죠. 롯데는 타 구단에 비해 응원 문화가 발달돼 있고 문화도 독특해요. 롯데만의 구호도 멋지고요. 롯데 마스코트걸이 된 건 개인적으로 큰 행운이죠."

서울에서 태어난 고은오는 롯데 자이언츠의 연고지 부산을 제2의 고향으로 꼽는다. 예전에 부산을 찾았을 때 받았던 인상이 무척 좋아 부산 이야기만 나오면 자랑거리가 한보따리다.

"부산에 놀러간 적이 있어요. 싸고 맛있는 음식과 볼거리, 광활한 백사장에 흠뻑 빠졌죠. 무엇보다 남녀노소 하나가 돼 즐기는 사직구장이 인상적이었어요. 부산에 대한 기억이 남달랐기에 팬 캐스트 배정 때 무조건 전 롯데였어요. 저 따라올 골수팬은 아마 흔치 않을 걸요?"

고은오가 팬 캐스트에 빠진 이유는 야구에 대한 관심뿐만은 아니다. 열혈 팬들이 실시간으로 올리는 글과 각지에서 보내는 성원이 그를 지금의 자리에 올려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스코트걸 고은오는 야구에 대한 관심과 재미, 팬들의 열정이 함께 만든 셈이다.

"판도라TV에 팬 페이지가 있어요. 상당히 많은 글이 올라오죠. 일일이 댓글을 달면서 팬들과 소통해요. 3시간 넘게 소리지르며 방송하는 제가 안쓰러운지 음식도 보내 주세요. 방송 중에 '어떤 것을 먹고 싶다'고 이야기하면 퀵으로 쏘시더라고요. 팬미팅 자리에도 각지에서 팬들이 몰려오세요. 그분들의 열정이 있기에 지금의 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인기가 많다 보니 1주일에 쉬는 날은 고작 하루. 하지만 꿈같은 휴일이 찾아와도 쉴 틈은 없다. 어려서부터 노래와 연기 등 못하는 게 없었던 그는 자기만의 '최종 목표'를 이루려면 하루 24시간도 모자란다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어려서 가수와 연기자가 꿈이었어요. 춤도 꽤 췄죠. 전국창작댄스대회나 청소년댄스대회에서 대상도 탔어요. 지금도 그 꿈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어요. 쉬는 날이라지만 CF에 잡지 촬영, 미팅이 많아 좀처럼 쉬지 못해요. 어떻게 해야 좋은 가수, 뛰어난 배우가 될까 늘 고민하죠. 마스코트걸 뿐 아니라 만능 엔터테이너 고은오로 발전하기 위해 늘 고민한답니다."

마스코트걸계의 '여신'으로 통하는 고은오는 대외적 이미지 때문에 성격을 드러내지 못할 때가 많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워낙 명랑하고 직선적(?)인 면이 있어 이상형은 '잘 받아 주는 남성'이라고 귀띔했다.

"여신 이미지가 좋은 것만은 아니더라고요. 중계 도중 배가 너무 고픈데 음식은 고사하고 물을 마시기도 눈치가 보여요.(웃음) 원래 화통한 성격이라 물도 벌컥벅컥 마시는데 말이죠. 이런 성격 때문인지 자상하고 잘 받아 주는 남성이 좋아요. 배우로 치면 숀 펜이나 한석규, 윤계상이죠. 욕심이 너무 과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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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배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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