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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 로또걸' 설초록 "엘프녀·에코걸·롤코걸…'걸걸한 인생' 이죠"
입력: 2010.12.25 11:37 / 수정: 2010.12.25 11:37

[손현석 기자·공경민 객원기자] “저한데 잘 보이면 행운이 올 거에요.” 최근 근황을 물으니, SBS '로또 추첨 방송' 진행자로 발탁돼 2011년 새해부터 ‘로또걸’로 활약할 예정이란다. 그래서 ‘방송 전에 추첨번호 귀띔 좀 해달라’고 하니 살며시 웃으며 “혹시 모르죠, 저한테 잘 보이면…”이라고 화답했다. 참 이름만큼이나 재치 있는 코멘트였다.

‘88서울올림픽둥이’ 설초록. 얼핏 들으면 건강음료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왠지 특이하고 귀에 쏙쏙 박히는 이름이다. 물론 본명은 아니다. 필자도 당연히 아닐 거라고 생각해 “어디서 이름 지었어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서지영이 본명”이라고 운을 뗀 뒤 “얼굴이 큰 특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 특징을 인위적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결국 ‘좋은 이름으로 승부하자’고 결론 내리고 겨울과 여름을 뜻하는 ‘설초록’이라고 직접 지었죠”라고 말했다.

대기업 비서 출신…연예계로 ‘도박 같은’ 도전

‘이 여자, 참 색깔 있다.’ 대화 초반부터 ‘필’(feel)이 꽂혔다. 잇따른 질의 도중에 “대기업 비서 출신”이란 과거 경력이 흘러나왔다. 정말 의외였다.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 중에 비서 출신이 얼마나 될까. 별로, 아니 거의 없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일지 모르지만) 안정된 직장을 때려 치고 이런 힘든 ‘길’을 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약 2년간 모 대기업에서 비서로 일했어요. 직장이 안정적이긴 하나 주변 선배들를 보면 10년 후의 제 모습이 예상됐죠. 틀에 박힌 생활에 지루한 일상…그런 삶이 너무 싫어졌어요. 한번 정도는 인생의 도박을 해볼 수 있다는 생각에서 그만뒀죠.” 비서라서 불행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그런 ‘굴욕의 추억’은 없었다고. 뭐 한가지에 빠지면 최선을 다하려는 ‘바른생활 아가씨’ 정신이 앞섰기 때문이었다.

“저 겸손한 여자 아닙니다” 프로근성으로 승부

‘새내기’ 설초록은 화장품, 제약사, 기업 월드컵 광고 등 CF에서 기본기를 다졌다. 그러다 지난 남아공월드컵 때 ‘캣걸’로 알려진 뒤 tvN ‘리얼스토리 묘’에서 진행한 ‘최고의 엘프녀’ 1위로 선정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널리 알렸다. 이후 영화 ‘아저씨’ ‘부당거래’와 뮤지컬 ‘웨스트사이드스토리’ 등에 출연하고, tvN ‘러브스위치’ MBC DMB ‘낭만탐험 서울투어’에서 패널과 MC로 나서는 등 활동영역을 넓혔다. 처음엔 고생도 심했지만 ‘프로근성’으로 헤쳐나갔다.

그는 ‘프로근성’에 대해 단 한마디로 잘라 말했다. “저 겸손한 여자 아니고, 열심히 하는 여자입니다.” 일 얘기만 자꾸 해서 이상형과 사랑관에 대해 물었다. 이상형은 “유재석이나 이승기 같은 배려심 많고 착한 남자”이며, 사랑관에 대해선 “아직 운명 같은 사랑을 못 만나서 일과 연애를 할거에요”라고 답했다. 이 무슨 ‘바른생활 처녀’ 같은 소리! 정색하며 쳐다보니 또 한바탕 자기계발서에서나 나올법한 얘기를 쏟아내는 것 아닌가. “젊을 땐 뭘 해도 멋있어요. 지금은 일하고 나중에 멋있게 살면 되구요….”

‘에코걸’ 활동 위해 ‘미드’보는 여자? 알고 보니…

취미는 ‘미드’(미국 드라마) 감상. 최근에 즐겨보는 ‘미드’가 뭐냐는 질문에는 “미스터리 수사물 ‘프린지’”를 꼽았고, 그 이유로 “스토리가 정말 기발하고 상상력도 풍부해지는 것 같아서”라고 말했다. 아, 그리고 영어 학습의 목적도 있단다. 알고 보니 지난 5월에 열린 제1회 미스에코코리아선발대회 베스트 탤런트상을 받은 뒤 아시아를 무대로 ‘미녀 환경지킴이’로서 활동하기 위해 영어와 더 친숙해지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던 것이다.

다른 취미를 모색 중이라는 그. 최우선적으로 떠올린 것은 ‘여행’이란다. “아직 해외에 나가본 적이 없어요. 내년부턴 반드시 시간을 내서 가보려구요. 제주도면 제주도, 홍콩이면 홍콩! 어디든 떠날 예정입니다.” 아직 아울러 그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맛집’와 ‘꿀잠’이란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난 뒤 잠을 잘 청하면 스트레스 언제 있었냐는 듯이 말끔히 사라진다는 게 그의 ‘이론’이다.

“기획사? 값어치 나가는 20대에 신중한 결정을…”

요즘 그의 최대 고민거리는 ‘김종욱 찾기’가 아닌 ‘연예기획사 찾기’다. 더구나 ‘제대로 된’이란 단서조항이 붙어서 더욱 그렇다. “여자로서 가장 값어치 나가는 20대라서 더 고민이 되는 사실이죠. 큰 기획사에 들어가도 제대로 활동도 못하면, 더 이상 돌이킬 수 상황에 처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고민만 쌓이고…. 내년 초에는 제대로 된 연예기획사를 만나서 더욱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물었다. “이쪽 일이 본인한테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그러자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예”라고 단정지었다. “원래 사람 만나는 거 좋아해요. 비서라는 직업도 저한테 잘 맞았어요. 보람도 느끼고 열심히 했죠. 하지만 항상 자리를 지키고 응대하기 힘든 분들 상대하려니…지금도 이쪽 일이 천직이라고 생각 안 해요. 그래도 열심히 하면 빛을 발하지 않을까 싶어요.”

<사진 = 이승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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