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시대 서양 회화작품을 감상하다보면 당시 남성들의 독특한 복식 유행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 그 중 레깅스나 발레복처럼 하체에 착 달라붙은 의상을 착용한 남성들이 심심찮게 눈에 띄는데, 이는 호즈(hose)라고 불리는 긴 바지다. 중세시대 서양 남자들이 이를 즐겨 입었던 이유는 신체를 최대한 멋지게, 매력적으로 드러내고 싶어 했기 때문이라는 것.

그런데 지금의 일반적인 바지와는 달리 호즈는 양쪽으로 분리되어 있는 형태다. 양다리 사이의 빈 공간을 거북하게 생각했던 그들은 코드피스(codpiece)라는 주머니로 생식기 앞부분을 덮었다. 하지만 남성들은 점차 코드피스를 다양하게 꾸며 아랫도리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스페인 남성들은 코드피스 안에 솜을 채우고 곧추선 모양으로 만들어 부각시키기를 즐겼다고 한다. 후에 폭이 넓고 매우 부푼 반바지(브리치즈, breeches)의 등장으로 코드피스의 유행은 끝나는 듯 했으나, 일부 남성들은 여전히 성적매력을 드러내기 위해 코드피스를 돌출시켰다고 전해진다.
그저 다소 민망하고 낯선 과거사로 치부될 수도 있겠지만, 현대에 이르러서도 남성성을 향한 과시적 욕구는 은밀히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실례로 강하게 보이고 싶은 남성들의 심리를 이용한 상징적인 광고가 큰 효과를 누린 경우도 있다. 바로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의 아르마니 속옷 광고가 그것이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이 광고가 시작된 뒤 삼각팬티 수요가 30% 이상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삼각팬티의 인기는 광고 속 그가 착용한 속옷 위에 남성이 두드러지게 부각되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일부에서는 패드를 넣었다는 의혹을 제기했을 정도였다. 이 영향인지 최근 미국에서는 남성 수영복에 넣는 속옷 패드까지 유행한다고 한다. 가히 ‘현대판 코드피스’라 불릴 만하다.
그렇다면 이렇듯 남성들이 아랫도리 크기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임헌관 비뇨기과 전문의(연세크라운비뇨기과 원장)는 “크게, 강하게 보이고 싶은 심리는 본능적인 남성들의 욕구라고 말할 수 있다. 남성의 경우 80% 이상이 시청각적 반응에 의해 흥분하므로 크기에 대해 민감할 수밖에 없다. 또 크기는 곧 남성의 상징이라는 인식이 강하여 라커룸 콤플렉스, 사우나 콤플렉스 등 심리적 강박관념을 낳는 경우도 많다.”고 말한다.
실제로 전문가들에 따르면 심한 왜소 콤플렉스를 가진 남성들의 경우 자신감의 상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이로 인해 심인성 발기부전이나 조루 등의 성기능 장애로 불거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실질적 질환의 문제가 드러나면서 해결을 위한 ‘음경확대술’이 등장하기도 했다. 음경확대술의 가장 큰 효과는 잃어버린 자신감의 회복으로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누릴 수 있다는 것. 심리적 요인에 기인한 발기부전이나 조루 등의 성기능 장애도 함께 개선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음경확대술은 비뇨기과 전문의에 의해 이루어지는 전문 시술이다. 그런데 음지에서 성행되는 불법 필러시술로 인해 피해자가 알게 모르게 꾸준히 양산되고 있다고 한다. 의학적 사용으로 철저히 금지된 파라핀과 실리콘, 그리고 이와 성질이 비슷한 바셀린 등이 불법 확대시술에 이용된다는 것. 방법이 비교적 쉽고 간편하며 비용도 저렴할 뿐만 아니라, 실제 합법적인 필러와 느낌이 상당히 유사하다고 한다. 하지만 피부 괴사 또는 신경세포 파괴를 초래해 성기에 큰 손상을 가져오거나, 염증을 일으켜 여성에게 옮기기도 하며 발기부전이나 음경암을 초래하는 등 피해를 보는 경우가 상당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임헌관 비뇨기과 전문의는 “파라핀이나 바셀린, 액상 실리콘 등을 주입하는 불법시술을 받은 경우 ‘음경이물질제거술’을 통해 이물질을 제거한 뒤 적절한 음경확대수술로 복구가 가능하다.”면서 “최근 굵기증대술과 길이연장술, 귀두확대술 등의 음경 확대술은 간편히 주사를 이용하거나 최소한의 절개를 통해 시술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대부분 입원할 필요 없이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다. 또 음경확대술에는 식품의약품안정청의 승인을 받은 안전한 확대물질이 적용되고 있으므로 풍부한 임상경험을 가진 숙련된 전문의와 면밀한 상담을 통해 시술받는다면 안전하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단, 아무리 좋은 확대물질일지라도 생착이 불가능할 정도로 지나친 두께를 삽입할 경우 불법 시술같이 심한 이물감과 성기 형태의 변형 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 전문가들은 반드시 사전에 전문의와의 상담으로 확대가 가능한 굵기 정도를 분명히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더팩트 헬스메디 이주현 기자 webmaster@healthmed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