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T
"누구를 위한 노출일까?" 알몸 연극 '교수와 여제자'
입력: 2009.10.26 11:25 / 수정: 2009.10.26 12:11

[ 안송이 기자] “죄인으로 왔습니다.”

파격적인 알몸 연극으로 화제가 된 ‘교수와 여제자’의 연출자 강철웅 대표는 첫 무대에 앞서 관객들에게 사과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렇게 머리를 숙인 이유는 바로 그곳에서 시작됐던 뮤지컬 ‘오! 제발’이 공연 된지 5일 만에 막을 내려야 했기 때문.

노출 수위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관객들의 거센 항의로 일찌감치 문을 닫아야 했던 뮤지컬 ‘오! 제발’은 배우가 벗는다고 다 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 일례다. 때문에 강 대표는 ‘오! 제발’을 연출했던 개그맨 백재현의 이야기를 꺼내며 다소 격양된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이와 같은 실패가 연극 ‘교수와 여제자’를 시작하는데 있어서 전화위복이 됐다고 말하며 다시 이를 악물었다.

과거 파격적인 무대 위 노출로 긴급 체포까지 당했던 강 대표는 이번엔 교수와 여제자의 은밀한 관계라는 스토리를 가지고 다시 돌아왔다. 작품은 명예와 지성을 겸비한 교수와 그의 여제자가 벌이는 성에 관한 개인 수업을 그린다. 전라는 물론, 실제 성행위를 방불케 하는 묘사를 선보일 것이라며 많은 남성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교수와 여제자’, 그 첫 무대 속으로 들어가 봤다.

◆ 누구를 위한 웃음 코드? 과장과 현실 사이

강 대표는 막이 오르기 전 관객들에게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이야기니 편안하게 웃으면서 즐겨 달라고 귀띔했다. 그의 말대로 ‘교수와 여제자’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소재를 어둡고 무겁게 이끌어가기 보단 가볍고 유쾌한 웃음으로 표현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한국 사회에서 보수적이고 학구적인 이미지를 가진 교수는 성적으로 무감각해진 우스꽝스러운 인물로 표현됐다. 하지만 너무 지나친 과장이었을까? 관객석에서 큰 웃음이 터져 나오지 못했다. 이에 대해 강 대표는 “이번 공연은 30대 남성을 겨냥해 만든 작품이다. 때문에 그들의 웃음 코드에 맞추기 위해 조금은 과장된 몸짓이나 연기가 필요했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 ‘벗어야만 했는가?’ 예술과 외설 사이

‘교수와 여제자’의 첫 장면은 얇은 막 뒤로 두 남녀의 적나라한 정사 장면이 실루엣으로 표현됐다. 그림자로 보이긴 하지만 알몸으로 서로를 자극하는 리얼한 연기는 숨죽이고 지켜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호기심을 잔뜩 가지게 만든 첫 장면에 비해 이후 벌어지는 무대는 엉큼한 교수와 앙큼한 여제자의 기나긴 실랑이로 이어진다. 벗을 듯 말듯 모두를 애타게 만든 여자 주인공은 성에 무감각해진 교수를 치료하겠다고 나서며 과감한 알몸 연기를 선보였다. 정사 장면은 주로 침대 위에서 두 주인공이 뒹구는 모습으로 표현됐다.

‘교수와 여제자’는 30대 남성들의 애환과 성적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었다. 때문에 주 관객층에 대한 욕구 충족을 위해서라면 무대 위 노출은 충분히 필요한 요소였다. ‘꼭 벗어야 했나?’ 라는 질문을 던지기 보다는 ‘벗어야만 했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주 관객층인 30~40대 남성 외에 여러 세대가 함께 느낄 수 있는 공감대 형성이 부족했다는 점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았다.

songi333@tf.co.kr

<사진=정기호 기자>

Copyrigh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