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송은주기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 故장진영이 1일 오후 세상을 떠났다. 그녀는 9년이라는 짧은시간동안 불꽃과 같은 연기열정을 보여줬다. 한 가지 역할에만 머물지 않고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배우 장진영을 대중들에게 각인 시켰다.
2번의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과 대한민국영화대상 여우주연상, 평론가상 등이 그가 생전 걸어왔던 연기자의 길이 어떠했는지를 증명해준다. 그는 지난 9년 동안 공백 한번 없이 9편의 영화와 4편의 드라마를 남겼다.
배우 장진영은 항상 새로운 캐릭터에 목말라 했다. 지난 2002년 영화 '오버 더 레인보우' 촬영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영화 'G. I. 제인'같은 액션영화의 주인공도 해보고 싶다. 편한 것, 이미 해본 캐릭터는 싫다"며 연기에 대한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미모와 연기력뿐만 아니라 스타성까지 두루 겸비한 스타였다. 모든 여자스타들의 로랑인 화장품 모델도 지난 2003년부터 발병 전까지 약 5년여 동안 꾸준히 활동했다. 가전제품부터 비롯하여 톱스타라면 꼭 찍게 되는 신용카드, 샴푸 광고까지 두루 섭렵했다.
장진영은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 소속사 관계자를 불러 "끝까지 사랑해줘서 고맙다는, 그리고 오래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팬들 곁을 떠났다.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배우 장진영'으로 남고 싶었던 고인의 지난 삶을 뒤돌아 봤다.

◆ 90년대 '상큼 발랄한 신인'
장진영은 지난 1996년 KBS-TV '내안의 천사'로 데뷔했다. 이후 2편의 드라마에 단역으로 출연했지만 대중들에게 '장진영'이라는 이름을 알린 것은 1998년에 간호사로 출연했던 SBS-TV '순풍산부인과'에서 였다. 당시 표인봉과 호흡을 맞추며 톡톡 튀고 발랄한 모습을 보여주며 주목받는 신인으로 부상했다. 광고계에서도 시원시원한 이목구비와 신선한 마스크로 평가받으면서 각종 광고 모델로 발탁됐다.
차츰 얼굴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순풍산부인과'를 하차하고 1999년 MBC-TV '수줍은 연인'을 통해 정극연기에 도전한다. 하지만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해 경험을 쌓은 것에 만족해야만 했다. 장진영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영화로 스펙트럼을 넓혔다. 첫 영화는 '자귀모'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인지도는 높아졌으나 아직 배우로서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상태였다.

◆ 2000년~2005년 '충무로 보증수표'
장진영은 지난 2000년에 개봉했던 영화 '반칙왕'으로 충무로의 떠오르는 별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씩씩하고 귀여운 관장 딸 민영으로 영화 내내 트레이닝복을 입고 대호(송강호 분)에게 헤드락을 거는 등 털털한 모습을 보여줬다. 2001년 영화 '소름'으로 첫 주인공을 맡았다. 그는 '소름'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는 여배우로 우뚝 섰다. 또한 이 영화로 제22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제2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 여배우상을 거머쥐었다.
지난 2003년 영화 '국화꽃 향기'에서는 위암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곁을 떠나는 희재역을 맡았다. 실제 영화와 똑같은 병으로 투병하다 세상을 떠나 많은 팬들은 자신의 영화처럼 살다간 그녀를 안타까워했다. 같은 해 영화 '싱글즈'를 통해 대중적인 스타로 올라섰다. 현재를 살아가는 직장여성의 심리를 실감나게 묘사해 제24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과 인기스타상을 휩쓸었다.

◆ 2006년~2007년 '영원한 배우'
영화 '연애,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은 고인이 남긴 마지막 영화이다. 영화 속에서 그는 룸살롱 아가씨 연아로 등장한다. 연아는 술과 담배를 즐기고 욕을 달고 사는 캐릭터이다. 연인 영운(김승우 분)에게는 그녀 방식의 사랑을 보여준다. 이 영화로 제5회 대한민국 영화대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장진영은 당시 수상소감에서 "제가 연아를 하면서 너무 못났고 제가 너무 못마땅했었다. 남들이 제가 연기한 것 안 봤으면 좋겠다 싶었고 영화배우 계속 해야 할까 하는 고민 했었다"며 "다음부터는 힘들지 않게 하는 좋은 배우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말을 남겼다.
장진영은 2007년 약 10년여 만에 SBS-TV '로비스트'로 브라운관에 돌아왔다. 안타깝게도 이 드라마는 그녀의 유작이 됐다. 극중에서 가족을 잃고 무기 로비스트로 변신하는 마리아로 등장해 거친 액션신과 다양한 감정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했다. 하지만 시청률 부진을 면치 못하고 종영했다. 이후 차기작을 준비하던 중 지난해 9월 갑작스럽게 위암 판정을 받고 연기활동을 중단한 채 투병생활에 들어갔다. 그리고 2009년 9월 1일 장진영은 뜨거운 연기 열정을 뒤로 하고 세상과 아쉬운 작별을 했다.
<사진=김용덕기자, 사진제공=스포츠서울21 DB,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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