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문화 신풍속도 5] 사회의 진짜 이면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밤문화를 경험해봐야만 한다. 피끓는 청춘들이 알콜과 욕망에 취해 흔들거리는 밤거리. 단연 밤문화의 일번지는 서울 강남이다.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점차 힘을 얻어가고 있지만 강남의 밤은 아직 차갑다. 그럼에도 주머니가 가벼운 청춘들은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면서 광란의 밤을 즐기고 있다. 더팩트 웹진 '인터넷 선데이'에서는 불황의 여파 속에 '싸게, 빠르게, 뜨겁게' 변하고 있는 강남의 밤풍경을 전격 취재해 5회에 걸쳐 연재한다.
1. '나이트 2차' 술집, 모텔은 옛말...가라오케 '퇴폐 성문화' 온상2. 트랜스젠더와 노는 여자들...유학파 중심 양성애가 유행한다?
3. 음란, 퇴폐문화로 뜨는 클럽들...만취녀, 약물녀, 노출녀 넘쳐
4. 진짜 선수들의 아지트 포차...부킹, 헌팅 난무 초고속 연인으로
5. 물구경? 유명 커피숍으로 가라...쭉빵녀 넘쳐 미인대회장 방불
[이명구 배병철 최강자기자] 남녀의 욕망은 불황 속에서도 결코 시들지 않는다. 강남 밤문화의 새로운 트렌드를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곳은 단연 나이트클럽이다. 성매매에 대한 강력한 단속이 장기전으로 돌입하면서 나이트클럽은 가장 저렴하고 안전한 '성해방구'로 변하고 있다.
강남 나이트클럽 중 최근 가장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곳은 다름아닌 신사동 M나이트다. 이유는 '싸게, 빠르게, 뜨겁게'라는 불황의 3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불황이 닥치면서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난 것은 이른바 '나이트 2차'다.
나이트 웨이터 경력 20년이라는 제임스딘은 "예전까지 나이트 정석은 부킹 이후 인근 식당에서 간장게장이나 아구찜을 먹으며 소주로 2차를 하는 것이었다. 이때 더 완벽하게 작업을 한 뒤에 러브호텔로 향하는게 전통코스"라고 말한다.
술집, 모텔 생략...가라오케에서 술, 욕망 한꺼번에 해결하지만 올 초부터 묘한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군더더기가 없어졌다고 보면 된다. 남자고 여자고 부킹부터 거품이 빠졌다. 모든 진행상황이 초고속"이라고 설명한다. 나이트 2차로 소주 한잔을 더 먹기 위해 식당을 가는 일이 생략됐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모텔도 가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등장한 것이 일명 '원스톱 가라오케'. 원래 가라오케는 지갑사정이 넉넉한 남자들이 완벽한 작업을 하기 위한 코스였다고 한다. 그러나 불황으로 업소들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초저가 가라오케가 등장했다는 것.
실제로 압구정동에 위치한 T가라오케의 경우 자존심(?)을 버리고 소주바 스타일로 시스템을 아예 바꿨다. 양주세트가 최소 25만원이었던 주대를 낮추는 것은 물론이고 소주까지 판매하고 있는 상황이다. 1, 2, 3호점을 거느리고 있는 유명 G가라오케도 가격파괴 중이다. 안주는 4만 9,000원에 양주가 6만9,000천원으로 15만원 이하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부킹남녀들이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간장게장 먹고 노래방 가는 것보다 저렴? 불황 속 신풍속
월 2-3회 나이트클럽을 찾는다는 회사원 김모씨는 "간장게장 1인분에 4만5,000원이다. 그걸로 끝나면 다행인데 노래방까지 가자고 하고 나중에 모텔로 향하면 비용이 장난이 아니다"면서 "최소 30만원이 깨지고 여차하면 40-50만원을 쓸때도 있다"고 고개를 저었다.
김씨가 바꾼 전략은 그래서 초저가 가라오케로 부킹녀를 유혹한다는 것이다. 초저가라고는 하지만 여자들이 아직까지는 가라오케를 고급술집으로 생각한다는 것. 나름대로 대접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상당수가 동행제의를 거절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안주 먹으면 굳이 식사를 할 필요도 없고 술에 노래에 모두 해결할 수 있으니 가장 경제적이다. 물론 제일 중요한 점은 가라오케 룸에 일단 입장했다면 그 안에서 어떤 식으로든 끝장을 보는게 요즘 문화다."
가라오케 룸이 모텔방 변신...음악만 들리면 100% 연애방강남 나이트족들 사이에서 최고의 핫플레이스로 손꼽히는 곳은 다름아닌 M나이트 12층이다. 원래는 룸살롱이었지만 불황의 직격탄을 맞아 폐업하고 '원스톱 가라오케'라는 개념을 만들어 유행을 만들고 있는 업소가 바로 이곳이다. 이 업소의 관계자는 "만원이라도 남겨야 월세라도 낼 수 있을 것 같아서 고육지책으로 장사를 하고 있다"고 고백한다.
속사정을 알고 보면 M나이트 12층 가라오케가 나이트족 사이에서 뜨는 이유가 있다. M나이트 제임스딘은 "원래 나이트 위가 호텔이었다. 그래서 예전엔 부킹으로 뜨겁게 눈이 맞은 커플들은 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호텔로 직행하곤 했다"면서 "하지만 최근 건물문제로 호텔이 철거되고 남은 곳이 12층이다. 양주에 맥주에 안주까지 해서 15만원 받는다더라. 그러니 나이트 2차 손님이 위로 몰릴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가라오케 룸이 어느순간 자연스럽게 거의 모텔방으로 돌변하고 있다는 것. '원스톱 가라오케'의 한 웨이터는 "손님 90% 이상이 작업남녀 아니면 회식파다. 작업남녀는 술과 안주를 서빙하고 나면 대부분 들어오지 말라고 엄포를 놓고 회식파는 길게는 6시간씩 있다 간다"면서 "갑자기 노래소리가 들리지 않고 메들리 음악만 들리는 방이 있다면 그 룸은 안봐도 100%"라고 이야기한다.
부킹 이어 가라오케 즉석 연애...막장 성문화 단면이 웨이터는 가장 힘든 일이 청소라고 주저없이 말했다. 그는 "콘돔은 예사고 생리대에 스타킹, 팬티, 귀고리 등 룸에서 안나오는게 없다. 성개방 정도가 아니라 프리섹스 시대나 다름없다. 나이트에서 만나서 바로 가라오케에서 하는 식"이라면서 자신도 놀랐다며 탄식을 했다.
남자들이 작업에 더 적극적인 것이 사실이지만 아예 일회적인 '묻지마 섹스'에 나선 여성들도 적지 않다는 귀띔도 했다. 모텔에 출입하는 것보다 가라오케에서 해결하는 것이 남의 눈 걱정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여자들이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M나이트 12층에서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방은 주말이면 예약이 줄을 잇는다고 한다. 한강야경을 보며 남녀가 욕망을 해결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문화전문가 김창환씨는 "원스톱 가라오케가 강남 밤문화의 새로운 트렌드인 것은 사실이다. 어쩌면 한국사회가 보여줄 수 있는 막장 성문화"라면서 "규제를 할 수 없는 것도 문제지만 여성들의 경우 이른바 인증샷에 걸려 인터넷에 노출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최근 인터넷 성인커뮤니티 등에는 나이트에서 부킹해서 '원스톱 가라오케'에서 원나잇스탠딩에 성공한 남성들의 후기와 인증샷이 심심치 않게 등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