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T
해외호텔 예약대행 사이트, 바가지 가격…"10%이상 비싸, 경쟁력 없다"
입력: 2008.05.07 09:28 / 수정: 2008.05.12 17:55

[ 이명구기자] '똑같은 호텔방인데 하룻밤에 남보다 30만원을 더주고 자야한다면?' 여행객에게는 끔찍한 상황이지만 호텔예약을 단 한번만 잘못해도 현실로 겪어야 할 일이다. 실제로 국내 대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SK투어비스'에서 뉴욕이나 파리 등의 호텔을 예약한다면 바가지요금을 각오해야 한다. 호텔방의 1박요금이 다른 곳보다 작게는 5-6만원에서 많게는 30만원씩이나 비싸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례는 한진관광, 하나투어, 현대드림투어 등 국내 20여개의 여행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해외호텔예약서비스도 다르지 않다. 이유는 해외호텔예약의 경우 이들 여행사가 모두 '걸리버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해외호텔 예약사이트 외국사이트에 비해 가격 비싸

평소 해외출장이 빈번한 사업가 김경호씨는 항공권은 여행사에 맡겨도 호텔만큼은 직접 인터넷으로 예약해왔다. 이유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호텔을 가장 저렴하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국내기업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호텔 예약사이트를 이용하지 않는다.

김씨는 "국내 예약사이트에 나온 호텔비는 대체로 외국에 비해 비싸다.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면서 "호텔의 특성상 예약사이트의 규모가 큰 곳일수록 상품도 다양하고 가격도 저렴하다"고 조언한다.

그가 애용하는 곳은 미국 등에서 운영하고 있는 유명 호텔 예약사이트 E와 H다. 김씨는 "웬만하면 한국사이트를 이용하자고 순진하게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나중에 호텔비를 바가지 쓴 사실을 알게되면 오히려 배신감만 더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호텔비는 실제로 얼마나 차이가 나는 것일까.

SK투어비스, 파리 로얄 몬세우 호텔 2박에 55만원 더받아

'SK투어비스'와 외국의 호텔 예약사이트 E와 H에서 동일한 조건으로 호텔을 검색해 봤다. 성인 2명, 트윈룸을 기본으로 2박 즉, 5월30일 금요일 체크인 해서 6월1일 일요일에 체크아웃 하는 조건이었다. 우선 미국 뉴욕의 경우 리츠칼튼 호텔 하버뷰의 경우 SK투어비스의 가격은 1,184,000원. E사의 가격은 1106.52달러(환율 1016.30 기준)로 1,124,556원이었다. 이것은 모두 세금이 포함된 가격으로 SK투어비스의 방값이 2박에 약 6만원 정도 비싼 셈이었다.

이 정도는 약과다. 뉴욕 로우스 리젠시 호텔비는 스위트의 경우 약 48만원, 슈페리어는 약 44만원이나 SK투어비스의 가격이 더 높았다. 70 파크 애비뉴 어 킴프톤 호텔도 무려 47만원이나 더 비쌌다. 이 경우 여행객이 더 억울한 점은 E사에서는 2일 숙박의 경우 10% 할인이벤트를 적용하고 있었지만 SK투어비스는 정상가격을 받고 있었다는 것이다.

파리의 호텔비 역시 SK투어비스의 가격은 외국 호텔사이트와 비교할 때 큰 차이를 보였다. 로얄 몬세우호텔 슈페리어는 55만원, 그랜드 인터컨티넨탈은 45만원이나 SK투어비스가 더 비쌌다. 1박당 200달러 안팎의 호텔에서도 가격차이는 여전했다. 홀리데이 인 생 제르망 호텔의 숙박비는 SK투어비스가 576,000원. 하지만 외국 호텔사이트의 가격은 489,653원으로 약 9만원이 높았다.

고가 위주, 검색호텔 수도 부족..."선택은 고객몫 책임없다"

여행전문가 A씨는 해외 호텔예약의 경우 가격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꼬집는다. SK투어비스 등 국내 여행사이트에서 해외호텔을 검색할 경우 결과물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뉴욕호텔을 검색해보면 SK투어비스에서는 약 100여개의 호텔이 나온다. 반면 E사의 사이트에서는 400여개의 호텔이 검색된다.

A씨는 SK투어비스의 경우 기본적으로 고가호텔 위주라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숙박비 지출규모가 여행객마다 다른만큼 가격대도 다양해야 한다. 하지만 SK투어비스에서 낮은 가격순으로 검색되는 뉴욕의 호텔은 1박에 최소 26만원부터다"고 말한다. A씨는 이에비해 외국의 호텔사이트에서는 1박에 5만원 안팎의 호텔부터 심지어 1만원짜리 호텔까지 상세하게 찾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투어비스의 관계자는 이같은 지적에 대해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는 반응이다. '왜 이렇게 가격차이가 나느냐'고 묻자 "정말 그렇게 비싸게 나와있냐? 호텔비는 조건이 워낙 복잡해서 원래 다양하다. 한국 여행객을 많이 보내는 곳의 경우 우리가 더 쌀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가 예로 든 태국 방콕의 호텔 역시 비교한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그랜드 하이얏트, JW 메리어트, 상그릴라 등 유명호텔 가격만 훑어봐도 2박에 3만원에서 10만원이 더 비쌌다.

호텔예약 시스템에 커미션 지급...호텔비 비쌀 수밖에 없어

SK투어비스의 관계자는 "요즘 고객들은 모두 똑똑하다. 호텔도 다 알아서 여러곳 검색해서 가격 비교까지 해 본 뒤 선택한다. 아직 다른 곳보다 비싸다고 항의받아본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SK투어비스 홍보관계자는 이번 호텔가격비교에 대해 "해외사이트의 호텔가격은 특별가여서 단편적인 비교는 곤란하다. 찾아보면 우리가 요금이 더 저렴한 호텔도 있다"면서 "외국 호텔사이트의 가격이 싼 이유는 시스템을 구축한 쪽에 커미션을 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 홍보관계자는 국내 해외호텔예약시스템의 장점에도 주목해 달라고 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외국의 호텔예약사이트의 경우 예약후 100% 환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국내 해외호텔예약의 경우 며칠 전에 취소했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모두 환불이 된다고 밝혔다.

이런 점들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여행객들에게 국내 해외호텔예약을 이용할 경우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다는 사실을 피해가긴 어렵다. 환불이 된다는 점이나 여행사이트가 해외호텔예약시 커미션을 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면서까지 호텔비 바가지를 쓸 고객은 없을 것이다. 대기업의 브랜드만을 믿고 저렴한 호텔예약 서비스를 기대한 고객은 아직도 봉 취급을 받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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