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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00조 원에 달하는 현금이 풀렸지만, 시중에 돈을 돌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서민지Ⅱ 기자] 한국은행이 유동성을 확대 공급하면서 지난해 현금이 100조 원가량이 시중에 풀렸지만, 돈은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은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에 풀려 유통되고 있는 현금의 총량을 의미하는 화폐발행잔액은 지난해 말 97조4000억 원으로 100조 원에 달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10조6000억 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특히 5만원권의 발행이 많았다. 지난해 1년간 5만원권의 발행량은 23조 원으로 2009년 발행 이후 최대 규모였다. 지난해 1년간 11조 원이 환수됐고, 연말 현재 잔액은 75조8000억 원으로 이 역시 최대 수준이다.
5만원권을 제외한 지폐나 동전은 큰 차이가 없거나 줄었다. 1만원권의 지난해 말 잔액은 16조2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조 원 줄었다. 5000원권과 1000원권은 각각 1조3000억 원, 1조5000억 원으로 큰 변동이 없었다. 동전 잔액 역시 큰 차이가 없었다.
현금과 예금잔액 등을 합친 광의통화는 작년 11월 말 2406조3935억 원에 달해 처음으로 2400조 원선을 돌파했다.
반면 돈이 얼마나 도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예금회전율이나 통화승수는 역대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본원통화가 통화량을 창출한 정도를 보여주는 통화승수는 지난해 11월 기준 16.7을 기록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화의 유통속도도 지난해 3분기 0.69까지 하락하며 이 역시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작년 11월 예금회전율은 3.8로 집계돼 전월 대비 0.2회 상승했지만, 최저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요구불예금과 저축성예금 회전율은 각각 20.3회, 1.2회로 나타났다.
그만큼 은행에 맡긴 돈을 인출해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저금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치적 불안감과 경기 침체 등으로 돈이 풀리지 않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