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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대한 소원' 편견에 대한 답. 영화 '위대한 소원'을 연출한 남대중 감독이 영화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
'위대한 소원' 남대중 감독, 영화에 진짜 담고 싶었던 것
[더팩트 | 김경민 기자] 창작은 위대하다. 자신만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다른 사람을 웃기고 울리는 건 대단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위대한 소원' 연출과 각본을 도맡은 남대중 감독의 능력은 눈길을 끈다.
'위대한 소원'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친구 고환(류덕환 분)의 마지막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나선 절친녀석들 남준(김동영 분) 갑덕(안재홍 분)의 코미디 영화다. 시한부의 소원, 혈기왕성한 10대 남학생들의 좌충우돌기는 정해진 틀처럼 보이지만 남 감독이 심어놓은 노림수는 뻔하지 않은 웃음으로 백발백중한다. 다만 주인공을 시한부로 설정한 점이나 그의 소원이 다름 아닌 여자와 섹스라는 건 불편한 느낌을 주는 방해 요소가 됐다는 평도 있다.
언론시사회를 마친 지 일주일이 지난 15일, 남 감독과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 소재나 메시지에 대해 다양한 반응이 나온 가운데 그를 직접 만나 객관적으로 그리고 주관적으로 궁금한 점들을 묻고 조심스럽고 신중한 답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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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대한 소원' 마인드맵. 남대중 감독이 '위대한 소원' 소재를 착안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
- '위대한 소원'에서 친구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소재는 어떻게 생각했나.
2011년 동창회에서 한 친구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버킷리스트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버킷리스트와 관련한 시나리오를 '위대한 소원'과 또 하나 썼다. 역량이 갖춰지면 연출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써놨는데 2014년에 투자 배급사와 이야기를 하다가 원래 보여주기로 한 작품은 미뤄지고 '위대한 소원'이 선택됐다. 위험 부담이 있는 작품이었는데 나 같은 '듣보'(듣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한) 감독에게 맡겨줘서 감사했다. 지난해 촬영을 마치고 하반기에 완성했다.
- 시한부 친구의 소원을 굳이 자극적인 섹스로 선택한 이유가 있나.
여성들은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는데 남성들은 그 시절엔 철이 없어서 생각하는 게 다 그렇다(웃음). 시한부 소재에 버킷리스트는 장르화 됐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공식 같은 부분이라서 캐릭터나 대사, 에피소드를 고민하면서 촬영했다. 감독이 영화로 의도만 이야기할 뿐이지 해석은 관객의 몫인데 만약 전달이 잘못됐다면 부족한 것이겠지.
- 그런 부분들이 민감하게 비칠 수 있으니 영화화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기까지 고민했겠다.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남고생들의 바보스러운, 미성숙한 부분을 아이템으로 가져왔다. 치기 어리고 무모하지만 마냥 미워할 수는 없는 아이들. 참고한 영화는 '덤앤더머'이다. 성욕이나 성적인 호기심은 남자나 여자를 나누는 의미가 아니라 국적을 불문하고 사람이라면 가지고 있는 것이니까 누구나 한 번쯤 느껴봄 직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하며 썼다.
성인 남자들의 이야기였다면 스스로도 공감하지 못했다. 이성보다 충동적인 사고가 앞서는 시기의 철없는 순진한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속된 말로 '노는' 아이들이 아니라서 오히려 성적인 부분에 판타지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그리고 싶었다. 영화는 보는 사람들에 의해 희화화될 뿐이지 자체적으로 희화화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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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대한 소원' 1순위 캐스팅 실현. '위대한 소원'은 남대중 감독의 캐스팅 1순위로 완성됐다. /NEW 제공 |
- 고환이는 소원을 이룬 것인가.
고환이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등장하는 여인은 극 중에 이름이 나오지 않지만 시놉시스에서는 '여신'이었다. 여신이도 고환이와 같은 처지의 동생이 있다고 설정했다. 관객이 보는 것이 정답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고환이가 남준이나 갑덕이에게 허세를 부린 것 같다.
- 고환이가 '섹스하고 싶다'고 외치는 장면에서 어머니(전미선 분)가 들어올 때 긴장했다.
아마 어머니도 들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 착한 아들이 설마?'하며 믿지 않았을 것이다. 진짜 몰랐다면 '세수하고 싶다'고 둘러대는 남준이나 갑덕이의 말에 당황하며 자리를 뜨지 않았겠지. 어렸을 때 쓰레기더미에서 '19금' 비디오를 정말 우연히 발견해서 친구들과 돌려본 적이 있다. 그러다가 한 친구 녀석이 어머니한테 걸려서 우리 집에 찾아왔다. 어머니가 친구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고도 내게 '비디오 주운 거지?'라고 먼저 물어봐 주더라. 그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 캐릭터와 딱 맞는 배우들을 섭외한 것도 능력인데.
운이 좋다고 표현하고 싶다. 신인 감독이지만 시나리오 쓰면서 이미지 캐스팅을 했는데 1순위 그대로 캐스팅이 됐다. 상업적이거나 대중적인 이미지보다 캐릭터에 맞는 배우를 원했다. 중견 배우들은 물론이고 젊은 배우들도 10년 이상 아역부터 연기 경력을 쌓아온 친구들이다. 생각했던 것 그 이상으로 안목이 잘 들어맞았다.
- 안재홍이 연기한 갑덕이와 tvN '응답하라 1988' 정봉이를 본 느낌은?
B급 코미디를 표방하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일정한 톤으로 유지되길 원했다. 갑덕이와 정봉이가 비슷한 것 같지만 연출자로선 전혀 다른 캐릭터다. 정봉이는 예의도 바르고 진중하고 내성적이지만 갑덕이는 '꼴통'이니 관객이 더 이입해서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소위 말해서 안재홍이 떴으니 득 아닐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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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대중 감독이 의도한 상황 코미디. 남대중 감독은 '위대한 소원'에서 작위적인 웃음 대신 자연스러운 상황으로 재미를 만든다고 말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
- 차진 대사가 일품이던데, 어떻게 그런 발상이 나오는지 궁금하더라.
영화적으로 과장되긴 했지만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로 상황적인 코미디를 의도했다. 창의적인 대사를 연구하기보다는 정말 많이 조사했다. 세대 차이가 있으니 실제 10대가 사용하는 말을 조사했다. 남성이라면 99% 공감할 것이라 확신했고 대신 여성들을 대상으로 대사 하나하나를 모니터했다.
주변에 웃기는 친구들도 많다. 아기가 있는 친구도 있고 사회적으로 다들 정상인인데 모여서 이야기를 하면 철딱서니가 없다. 나이가 먹고 철이 들어서 이성적으로 자제하는 것 뿐이지 초등학생 때와 똑같더라.
- 앞으로도 이런 장르의 차기작을 보게 될까.
영화로 준비되고 있는 시놉시스는 있다.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건 따뜻한 휴먼 코미디 드라마다. 가족 영화를 꼭 하고 싶다. (기사에 공개할 수 없지만 미리 들은 차기작 내용은 가족애와 판타지가 적절히 섞여 흥미를 돋웠다.)
- 본인은 철이 든 어른이 된 것 같나?
사회적으로나 법적으로 일탈을 저지르지 않고 물의를 일으킬 짓은 하지 않는다. 반대로 살아보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철없는 삶에 만족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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