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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이혼고백] '그녀'는 루머 속 연예인 아닌 '일반 여성'
입력: 2015.12.29 10:58 / 수정: 2015.12.29 14:58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결혼 생활을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렵다며 이혼결심을 스스로 밝혔다. /더팩트DB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결혼 생활을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렵다"며 이혼결심을 스스로 밝혔다. /더팩트DB

[더팩트 | 김민수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이혼 결심을 털어놓으면서 밝힌 자신이 돌봐야할 책임이 있는 여성을 향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세간에서는 한때 최태원 회장이 이름만 대면 알수 있는 유명 연예인과 만남을 유지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지만 최 회장의 '그녀'는 30대 후반의 평범한 일반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더팩트> 취재진이 다각도로 확인 취재한 결과 이 여성은 국내 유명 사립대 출신으로 최 회장과 사이에 딸(6)을 두고 있다. 최 회장은 그동안 노소영 관장과의 원만한 부부생활을 지속하기 위해 신앙생활을 하는 등 노력을 했지만 궁극적으로 부부의 인연을 계속하기가 힘들다고 판단, 노 관장과 일종의 합의형태로 이혼을 결심했다고 한다.

최 회장이 지난 8월 경영에 복귀한 뒤 노 관장과 사실상 별거상태에 들어가자 증권가 등에서는 최 회장 신상에 관한 갖가지 루머가 나돌기도 했다. 최근에는 유명 여가수가 거론되기도 했지만 SK그룹 측은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최 회장 공판 때 가끔 얼굴을 내밀었다는 루머 속 이 여성은 최태원 회장에게 '제2의 000을 만들겠으니 회사를 하나 달라고 요구하는 등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고 증권가 지라시(사설정보지)에 밑도 끝도 없는 내용이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루머 속 이 여성은 최 회장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연예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 회장을 주변에서 지켜본 한 관계자는 " 현재 만나고 있고 또 새로운 출발을 같이할 최 회장의 여성은 세간의 소문이나 추측과 달리 유명 여가수도 아니고 교수도 아니고 법조인도 아니다"면서 "30대 후반의 평범한 일반 여성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최 회장이 수감생활을 할 때 수 차례 면회를 가기도 했다고 한다. 당시 최 회장 면회자 중에 미모의 젊은 여성이 있다는 말들이 나돌았는데 결과적으로 이 여성이 최 회장이 '책임질' 그녀 인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최태원 회장의 이혼결심 및 새로운 출발에 대한 고백은 가까운 지인들과 모인 자리에서 개인적 이야기를 나누다가 가정사를 '솔직'하게 털어 놓는 것이 주변인은 물론 그룹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경영인의 자세란 판단에 따라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장인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건강을 고려해 원만하게 가정사를 풀어나가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노 관장과의 성격 차이로 일종의 합의하에 이혼을 결심했다고 한다. 최근 노태우 전 대통령은 지병으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한 바 있다.

최태원 회장과 부인 노소영 관장은 27년 전인 1988년 재벌가와 대통령가의 결혼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인 노소영씨는 미술관 운영 등 일상 그룹 경영과는 거리를 두고 활동해 왔다.

최태원 회장이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사면된 후 서린동 SK그룹 사옥에서 자녀들과 만남의 정을 나누고 있는 모습. /더팩트DB
최태원 회장이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사면된 후 서린동 SK그룹 사옥에서 자녀들과 만남의 정을 나누고 있는 모습. /더팩트DB

다음은 최태원 회장이 세계일보에 보낸 편지 전문이다.

기업인 최태원이 아니라 자연인 최태원이 부끄러운 고백을 하려고 합니다.

항간의 소문대로 저의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성격 차이 때문에, 그리고 그것을 현명하게 극복하지 못한 저의 부족함 때문에, 저와 노소영 관장은 십년이 넘게 깊은 골을 사이에 두고 지내왔습니다.

종교활동 등 관계회복을 위한 노력도 많이 해보았으나 그때마다 더 이상의 동행이 불가능하다는 사실만 재확인될 뿐, 상황은 점점 더 나빠졌습니다. 그리고 알려진 대로 저희는 지금 오랜 시간 별거 중에 있습니다.

노 관장과 부부로 연을 이어갈 수는 없어도, 좋은 동료로 남아 응원해 주고 싶었습니다. 과거 결혼생활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점에 서로 공감하고 이혼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가던 중에 우연히 마음의 위로가 되는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분과 함께하는 삶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당시 제 가정상황이 어떠했건, 그러한 제 꿈은 절차상으로도, 도의적으로도 옳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가정을 꾸리기 전에 먼저 혼인관계를 분명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순서임은 어떤 말로도 변명할 수 없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 무렵 시작된 세무조사와 검찰수사 등 급박하게 돌아가는 회사 일들과, 저희 부부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고려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법적인 끝맺음이 차일피일 미뤄졌습니다.

그러던 중 수년 전 여름에 저와 그분과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노 관장도 아이와 아이 엄마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이런 사실을 세상에 숨겨왔습니다. 아무것도 정리하지 못한 채로 몇년이라는 세월이 또 흘렀습니다. 저를 둘러싼 모든 이들에게 고통스러운 침묵의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공개되는 것이 두렵기도 했지만, 자랑스럽지 못한 개인사를 자진해서 밝히는 게 과연 옳은지, 한다면 어디에 고백하고 용서를 구해야 할지 혼란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이미 오래전에 깨진 결혼생활과 새로운 가족에 대하여 언제까지나 숨긴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진실을 덮으면 저 자신은 안전할지도 모르지만, 한쪽은 숨어 지내야 하고, 다른 한쪽은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살아야 합니다.

이 일은 제 지위와 안전에 국한된 일이 아니라 저를 비롯한 몇 사람들의 앞으로도 지속될 삶에 관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평소 동료에게 강조하던 가치 중 하나가 ‘솔직’입니다.

그런데 정작 제 스스로 그 가치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지극히 개인적인 치부이지만 이렇게 밝히고 결자해지하려고 합니다.

우선은 노 관장과의 관계를 잘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노 관장과, 이제는 장성한 아이들이 받았을 상처를 보듬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제 잘못으로 만인의 축복은 받지 못하게 되어버렸지만, 적어도 저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 어린아이와 아이 엄마를 책임지려고 합니다. 두 가정을 동시에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옳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가정사로 실망을 드렸지만, 경제를 살리라는 의미로 최근 제 사면을 이해해 주신 많은 분들께 다른 면으로는 실망을 드리지 않겠습니다.

제 불찰이 세상에 알려질까 노심초사하던 마음들을 빨리 정리하고, 모든 에너지를 고객, 직원, 주주, 협력업체들과 한국 경제를 위해 온전히 쓰고자 합니다. 제 가정 일 때문에, 수많은 행복한 가정이 모인 회사에 폐를 끼치지 않게 할 것입니다.

알려진 사람으로서, 또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할 구성원 중 한 명으로서 큰 잘못을 한 것에 대해 어떠한 비난과 질타도 달게 받을 각오로 용기 내어 고백합니다.

2015. 12. 26 최태원

hispiri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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