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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연의 연예人 돋보기] 장동민의 몰락, 예상하지 않았나요?
입력: 2015.04.16 13:10 / 수정: 2015.04.16 13:10

지난 2004년 이후 11년 만에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다 과거 자신이 했던 막말로 몸살을 겪고 있는 개그맨 장동민.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여섯 번째 멤버로 거론되기도 했던 그는 자진하차 의사를 밝혔다./ JTBC 제공
지난 2004년 이후 11년 만에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다 과거 자신이 했던 막말로 몸살을 겪고 있는 개그맨 장동민.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여섯 번째 멤버로 거론되기도 했던 그는 자진하차 의사를 밝혔다./ JTBC 제공

장동민, 결국은 '식스맨'하차까지…최대위기

승승장구하던 개그맨 장동민(35)이 하루아침에 '공공의 적'이 됐다. '무한도전'의 새로운 멤버로 거론되기도 했던 인기 스타의 몰락이다. 데뷔 11년 만에 찾아온 절호의 찬스를 단숨에 날려버린 장동민. 자업자득이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 같다. 유머와 언어 폭력을 구분하지 못한 스스로의 무지에서 비롯된 일이니까.

장동민은 지난 2004년 KBS 19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그때부터 현재까지 한 번도 쉬지않고 성실히 무대를 누볐지만, 대중의 관심을 얻은 것은 최근이다. '더 지니어스'에서 보여준 비상한 지략이나 '비틀즈코드'에서 보여준 화려한 입담에 비춰봤을 땐 도중하차가 그로선 안까운 일일 수 있겠다.

그와 절친으로 알려진 '옹달샘' 멤버 유세윤과 유상무도 KBS 19기 출신인데 장동민보다 훨씬 앞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신인 시절부터 같은 목표를 가지고 함께 했던 세 사람은 '개그콘서트'부터 '코미디 빅리그'까지 함께 무대에 섰고 10년 넘는 돈독한 우정을 과시했다.

세 남자의 성격, 개그 스타일 모두 달랐지만, 옹달샘 특유의 '날것의 웃음코드'는 두터운 마니아 층을 만들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거친 개그와 '폭언'을 구별하지 못한 걸까. 옹달샘의 10년 우정이 대형 사고를 치고 말았다. 이제야 빛을 보기 시작한 장동민을 나락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옹달샘 멤버 유세윤(왼쪽부터) 유상무 장동민. 세 사람은 지난해 팟캐스트 옹달샘과 꿈꾸는 라디오를 통해 팬들과 자유롭게 소통했다./옹달샘과 꿈꾸는 라디오 이미지 캡처
'옹달샘' 멤버 유세윤(왼쪽부터) 유상무 장동민. 세 사람은 지난해 팟캐스트 '옹달샘과 꿈꾸는 라디오'를 통해 팬들과 자유롭게 소통했다./'옹달샘과 꿈꾸는 라디오' 이미지 캡처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유세윤 유상무 장동민이 함께 진행한 '옹달샘과 꿈꾸는 라디오'에서 일어났다. 팟캐스트로 방송된 프로그램인데 세 사람의 성격에 맞게 '19금 막장' 콘셉트로 진행했다.

팟캐스트란 오디오 파일 또는 비디오 파일 형태로 제공되는 방송이다. TV 방송과는 플랫폼이 달라 시청률이나 심의 등에 제약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걸러지지 않은, 자극적이고 과감한 수다가 끊임없이 이어졌고 결국, 문제가 생겼다. 장동민이 방송 도중 불특정 여성을 비하하고 코디에게 심한 욕을 하는 등 폭언한 것이다.

장동민은 '옹달샘과 꿈꾸는 라디오'에서 "여자들은 멍청해서 남자한테 안 된다" "여자 나이 서른에 키스를 한 번도 안 했을 리 없지만, (남자가 원하면) 거짓말을 해야한다" "코디가 멍청해서 망치로 머리를 치고 싶다" "(코디의)내장을 꺼내 구운 다음 부모님께 택배로 보내고 싶다" 등의 말을 했다. 이 외에도 그는 '팬들과 자유로운 소통'을 핑계 삼아 여성의 과거, 처녀성을 잃은 여성 등을 소재로 해 조롱했다.

뒤늦게 파문이 일자 장동민은 15일 소속사를 통해 해당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더불어 '무한도전' 식스맨 후보도 사퇴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와 관련해 "치기 어린 마음에 생각 없이 던진 말 한마디에 상처받을 누군가를 생각하지 못했다"며 "웃길 수만 있다면 어떤 말이든 괜찮다고 생각했던 잘못이 크다"는 말도 덧붙였다.

두서없는 의견과 눈물로 장동민을 비난하는 여성을 그린 만화로 장동민 비난 여론에 맞불을 논 누리꾼의 그림. 장동민의 막말 논란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은 다양하게 나뉜다./온라인커뮤니티 캡처
두서없는 의견과 눈물로 장동민을 비난하는 여성을 그린 만화로 장동민 비난 여론에 맞불을 논 누리꾼의 그림. 장동민의 막말 논란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은 다양하게 나뉜다./온라인커뮤니티 캡처

그런데 이번 파문을 두고 장동민을 지나치게 '단죄'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 사람들의 의견이 보인다. 과거에 사과했던 일을 또 다시 끄집어냈다는 게 이유다. 무명 개그맨이 11년 만에 빛을 봤는데 또 다시 위기에 빠진 상황이 안쓰럽다는 동정여론도 눈길을 끈다.

정치인보다 연예인에게 유독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민다는 이상한 비교도 눈길을 끈다. '왜 하필 지금이냐'며 음모론을 제기하는 이도 있다.

모두 다 사안의 중심에 서지 않고 그의 스타성, 인기, 감정 등에 기대 호소하는 꼴이다. 바꿔 생각해 보면 이번 파문은 최근 '대세'로 불리던 장동민이 피해갈 수 없던 예견된 재앙이다.

그가 인기없는 개그맨이라면 그의 말과 행동에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겠지만, 그는 현재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스타이기 때문이다. 정치인만큼 '공인'은 아니지만, 청소년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유명인'은 맞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일부 사람은 과거 실수를 반복해서 들추는 게 가혹하다고 말하지만, 기간과 횟수를 정해두고 용서의 기준을 정하는 게 더욱 이상한 처사다. 자신과 함께 일했던 코디의 내장을 꺼내 구워버리고 싶다는 이에게 '넌 저번에 사과했으니 괜찮아'라며 모른체 하고 응원하는 게 옳은 일일까. 짚고 넘길 것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막말 논란으로 파문을 일으킨 개그맨 장동민. 그의 진정성있는 사과와 재정비가 필요한 때다./ 김슬기 기자
막말 논란으로 파문을 일으킨 개그맨 장동민. 그의 진정성있는 사과와 재정비가 필요한 때다./ 김슬기 기자

장동민이 했던 맥락없는 여성 비하, 성희롱, 상대에게 평생 상처가 될만한 언어 폭력은 대중들에게 묵직한 실망을 안기기에 충분하다. 그에 비해 장동민이 과거에 했던 사과는 한없이 가볍기만 하다.

반성했다는 그가 최근에도 아슬아슬한 언행으로 많은 사람을 불쾌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마녀사냥'에서 전 여자 친구의 실명을 거론하는 것은 물론, 자살시도를 50번 이상 했던 여자 친구의 과거도 폭로했다. 뿐만 아니라 한혜진에게는 "고분고분하지 않고 드세기 때문에 이런 스타일의 여자는 딱 질색이다"고 '농담같지 않은 말'을 농담이라고 던졌다.

개그맨이라 "웃길 수만 있다면 어떤 말이든 괜찮다고 생각했다"는 장동민. 하지만 그가 한 말들은 해학도, 풍자도, 익살도, 유머라는 카테고리에 들어갈 만한 어떤 것 하나 존재하지 않는다.

장동민이 아무리 오랜 무명시절을 겪었다 해도, 그가 '짠내'나게 개그를 배웠다 해도, 입담좋고 머리가 좋은 재능있는 개그맨이라 해도 오랜 우정을 지킬줄 아는 '의리남'이라 해도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언어 폭력 앞에선 의미가 없다. 다시금 대중에게 사랑받기 위해선 '식스맨'보다 제대로 된 '맨', 진짜 남자, 사람이 되는 게 우선이다.

[더팩트ㅣ성지연 기자 amysu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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