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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그리맘'에서 고복동 역을 맡고 있는 배우 지수. 지수는 최근 브라운관에 자주 등장하지 않은 반항아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MBC 방송 화면 캡처 |
지수, 정우성-장혁의 '반항아' 계보 이을까
한때 '방황'은 10대의 상징이었다. 아침 일찍 등교해 하루종일을 대학교 입시를 위해 보내고 손톱 하나 마음대로 기를 수 없는 10대들에게 브라운관과 스크린에 등장하는 반항아들은 작은 영웅이었다. 흔들리는 청춘을 연기한 배우들은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스타 대열에 올랐다.
어느 순간부터 반항아 캐릭터들이 브라운관에서 점차 사라졌다. 청춘 영화나 드라마가 줄어들며 점차 방황하는 아이들도, 그들을 옥죄는 '입시 지옥' 현실도 대중 문화의 중심부에서 밀려났다. 그리고 참 오랜만에 한 명의 반항아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앵그리맘'의 고복동(지수 분)은 전형적인 상처받고 흔들리는 청춘이다. 그는 18살 어린 나이에 '약육강식' 논리가 지배하고 있는 어른들의 세상에 뛰어들어 '센 척' 밖에 할 줄 모르지만 사실 여린 마음을 갖고 있다. '새끼 조폭' 노릇을 하는 것도 괜히 아이들을 괴롭히는 것도 약한 자신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한 발버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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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그리맘'에서 '새끼 조폭' 노릇을 하고 있는 고복동. 거칠지만 겁이 많고 여린 고복동을 지수는 다양한 눈빛과 표정 연기로 표현하고 있다. /MBC 방송 화면 캡처 |
같은 반 친구인 아란(김유정 분)과 이경(윤예주 분)을 대하는 이중적인 태도에서 지수의 여린 면이 잘 드러난다. 그는 학교의 법인기획실장과 불건전한 교제를 했다는 사실을 폭로하려는 이경을 협박하고 이경을 도우려는 아란을 폭행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경을 따로 불러내 "너 그러다 진짜 죽는다고"라며 진심어린 경고를 했다. 말투는 거칠었지만 친구들이 더 이상 고통 받길 원하지 않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함부로 던지는 곱지 않은 말투, 거친 어른들의 세상을 일찍 경험해버리며 얻게 된 조숙함, 간질거리는 말은 절대 못 하면서도 은근히 내비치는 진심은 영화 '비트'의 민(정우성 분), KBS2 '학교'의 강우혁(장혁 분)을 떠올리게 했다.
정우성과 장혁은 각각 '비트'와 '학교'로 단숨에 스타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싸움으로 소일을 하는 말수 적은 청년들이 누구에게도 말 못하고 간직하고 있던 상처를 눈으로 드러냈을 때 대중은 열광했다. 이들처럼 풋풋하고 발랄한 10대가 아닌 상처받고 흔들리는 청춘을 연기하며 관객을 빨아들일 수 있는 젊은 배우는 그리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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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혁(왼쪽)과 정우성의'학교'와 '비트' 출연 당시. 두 사람은 각 작품에서 반항아 캐릭터를 연기했다. /KBS2 방송 화면 캡처, 영화 '비트' 스틸컷 |
그런 면에서 지수는 '앵그리맘'에서 확실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저 학교 폭력을 일삼는 흔한 고등학생에 머무를 수 있었을 고복동 캐릭터에 그는 자신의 색을 덧입혔다. 연극으로 오랜 시간 연기력을 쌓아온 것도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 강하면서도 약하고 용기 있는 척 하지만 외로운 고복동 역에는 이제 지수가 아닌 다른 배우를 생각하기 어렵다.
김희선 김희원 김태훈 등 카리스마 있는 배우들 사이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눈빛 연기로 지수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끄는 데 성공했다. 그가 자신만의 색을 확고히 해 정우성과 장혁을 잇는 카리스마 있는 배우로 성장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앵그리맘'은 한때 '날라리'였던 젊은 엄마가 다시 고등학생이 돼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헤쳐 나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더팩트ㅣ정진영 기자 afreeca@tf.co.kr]
[연예팀ㅣ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