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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개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축구 전용구장인 숭의경기장(위)과 유도와 레슬링이 열리는 도원체육관(아래) 주변에 성매매 집장촌이 버젓이 영업하고 있어 자칫 '성매매 도시'라는 오명을 얻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인천=김아름 기자 |
[더팩트 | 인천=김아름 기자] 45억 아시아인의 눈과 귀가 쏠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이하 아시안게임) 개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인천시와 아시안게임 조직운영위원회는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치안을 강화하고 도시 환경 정화에 나섰다. 하지만 축구 전용구장인 숭의경기장과 유도와 레슬링이 열리는 도원체육관 가까이 성매매 집장촌(일명 옐로우하우스)이 버젓이 운영되고 있다.
경찰은 “업주들이 자체 정화를 약속했다”며 “아시안게임 기간 중 성매매 영업을 최대한 자제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하지만 폐쇄 조처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곳의 불법 성매매 가능성은 여전히 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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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인천 남구 숭의동엔 17개 성매매 업소가 버젓이 영업하고 있다. 이곳은 '청소년통행금지구역'으로 지정된 구역이다./인천=김아름 기자 |
<더팩트>는 17일 숭의경기장 주변을 찾아 집장촌 골목의 운영 상황과 실태를 살펴봤다.
오후 3시 집장촌 골목. 한낮이라 그런지 다소 조용한 분위기였다. 붉은 조명이 유혹하는 업소 통유리 너머로 텅 빈 공간만 보였다.
녹슨 철문은 굳게 닫혔 있었다. '청소년통행금지구역'을 알리는 팻말이 '옐로우하우스'의 유해성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러나 어둠이 깔린 오후 8시가 되자 집장촌 골목엔 하나둘 붉은 조명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잠시 뒤 즐비하게 늘어선 업소 앞엔 지나가는 손님을 잡으려는 업주 몇명이 서성이고 있었다. 이윽고 택시 몇 대가 드문드문 업소 골목 앞에 잠시 정차했다 지나쳤다.
호객행위를 할 수 없는 업주들이 술 취한 손님을 끌어오는 택시기사에게 '팁'을 주는 수법으로 변칙 호객행위를 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나치는 택시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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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취재진이 방문했을 당시(왼쪽)와 사뭇 달랐다. 현재는 업주 한두명만이 나와 있었으며 유리벽면 너머로 여성 종사자들은 찾아 볼 수 없었다./인천=김아름 기자 |
가장 눈에 띈 것은 늘상 업소 유리벽면 너머로 보이던 야한 옷차림의 여성 종사자들은 왠일인지 그림자조차 좀처럼 찾아 볼 수 없었으며 수시로 앞을 지나다니는 취재진을 경계하는 눈빛은 어디에도 없었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여종사자들이 아직 나와 있지 않은 것은 아닐까 싶어 약 2시간 여 동안 주변을 서성였지만,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앞서 지난 6월 취재진이 이곳을 방문했을 당시만 해도 밝은 조명아래 진한 화장과 낯뜨거운 차림의 여성들이 거리에 나와 지나가는 사람을 훑으며 끈적한 눈빛을 보이던 때와는 사뭇 달랐다.
그러나 이곳 집장촌이 아시안게임 경기 종목인 축구와 유도, 레슬링 시합이 진행되는 축구전용구장인 숭의경기장과 도원체육관이 있는 곳에서 성인 걸음으로 불과 10여 분 떨어져 있다. 선수촌에서 차량으로 약 10~20여 분 남짓 될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어 아시안게임을 위해 인천을 찾은 외국 선수단 등의 접근도 그만큼 용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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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유일한 성매매 업소가 모여있는 집장촌(왼쪽 작은 동그라미)은 축구전용 경기장인 숭의경기장과 도원체육관에서 성인 걸음으로 불과 10여 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잡고 있다. 집장촌 골목에서도 도원체육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김아름 기자 |
숭의동에서 20년 이상 거주했다는 주민 한모(30) 씨는 "경기장이 지어진 것은 주민 입장에서 반가운 일이지만 경기장 가까이 집장촌이 있다는 점은 사실 좀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이 봤을 때 낯 부끄러울 수 밖에 없다"며 "더욱이 이번 아시안게임 때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지나다닐 텐데 거리 곳곳을 다니다 보면 우연찮게라도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염려했다.
대학생 이정미(22) 씨 역시 "자체 정화를 한다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적어도 대회 기간엔 폐쇄하는 게 맞는 것이 아닐까 생각든다"며 "외국인이 찾을 경우 혹시 과거 이태원 등지에서 발생한 외국인 범죄도 많아질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시민들의 우려에 대해 인천지방경찰청 생활질서계 관계자는 17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그렇지 않아도 이번 아시안게임에 대비해 성매매업소 운영에 대한 단속을 고심하던 가운데 이곳 업주 협의체에서 업소의 조명 밝기를 낮추고 호객 행위를 하지 않는 등 운영을 최대한 자제하게 했으며 자체적으로 정화할 것을 협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성매매 영업이 불법으로 자행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를 근절하고자 아시안게임 기간엔 더 주의를 기울여 집중적으로 단속할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현재 이곳 숭의동 옐로하우스는 성매매 특별법 시행과 남구에 불어닥친 재개발 분위기 형성으로 많은 업소가 폐쇄돼 17개 업소, 70여 명의 여성 종사자가 발을 담그고 있으나 여전히 단속을 피해 교묘한 수법으로 호객행위를 하는 업주들로 불법행위는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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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팀 tf.caseb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