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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김수현(왼쪽)과 전지현이 중국 헝다 그룹 광천수 광고모델로 발탁돼 백두산을 장백산으로 표기한 광고를 촬영하고 동북공정 논란에 휩싸였다./최진석 기자 |
[성지연 기자] 한류스타 김수현(27)과 전지현(33·본명 왕지현)이 백두산을 들고 장백산(長白山 · 중국명 창바이산)으로 떠나버렸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명의 배우가 한국인에게 민감할 수밖에 없는 역사 문제를 두고 중국 편에 서게 된 이번 논란은 무지로 인한 실수로 웃어넘기기엔 사안이 너무 크다는 게 대체적 의견이다. 한국 배우가 거액의 돈을 받고 백두산을 중국 땅이라고 홍보하는 꼴이니 말이다.
김수현과 전지현은 최근 중국의 헝다 그룹 광천수의 간판모델로 발탁돼 중국에서 한 편의 광고를 찍었다.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 수출되며 높은 인기를 얻자 헝다 그룹 측이 생수 모델을 하자며 러브콜을 보낸 게 시발점이 됐다.
그간 광천수 모델로는 청룽 판빙빙 등 현지에서 내로라하는 톱스타가 나섰던 만큼 김수현과 전지현 측에게 보내온 러브콜은 파격적이었다. 개런티 또한 어마어마했다. 그들이 이번 광고로 받은 계약금은 업계 최고 대우인 1년에 10억 원 정도인 것으로 광고는 세계적인 감독 첸카이거가 메가폰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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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지현 김수현이 모델로 나선 중국 생수 '헝다빙촨'. 논란이 된 것은 생수의 원산지 표기가 백두산이 아닌 장백산으로 쓰여있는 부분이다./남윤호 기자, 헝다그룹 홈페이지 |
좋은 일이었다. 배우에게도 그렇지만, 한류 문화 콘텐츠에 이바지하는 의미 또한 크기 때문이다. '별에서 온 그대'의 톱스타 천송이(전지현 분)와 '외계남' 도민준(김수현 분)이 파는 물을 먹는 중국인을 상상하고 있자면 뿌듯하기까지 한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이 광고 모델로 나선 헝다 그룹 생수 '헝다빙촨'(恒大氷泉)의 출처다. '헝다빙촨'의 생산지는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성산' 백두산이다. 때문에 원산지 표기는 당연히 백두산이 쓰여있어야 옳지만, 중국에서 생산되는 이 제품의 원산지 표기는 백두산이 아닌 장백산이다. 중국에선 백두산이란 단어 자체를 검열 대상으로 두고 금지하고 있다.
백두산과 장백산 표기 논란은 지난 1998년부터다. 중국 국무원은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백두산 천지'를 '장백산 천지'로 바꾸고 출판된 지도부터 교과서, 모든 서적에서 장백산이란 명칭을 기재하도록 지시해 한국과 오랜 시간 마찰을 빚어왔다. 뿐만 아니라 중국 당국은 유네스코 세계자연 유산에 백두산을 장백산으로 등록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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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논란에 대해 김수현 소속사 키이스트 관계자는 생수 브랜드의 이미지에 집중하느라 수원지 확인에 신경쓰지 못했다고 해명했다./김슬기 기자 |
이와 관련해 김수현의 소속사 키이스트 관계자는 20일 <더팩트>과 통화에서 "광고 계약을 맺을 당시 헝다생수의 브랜드 이미지와 콘셉트에 신경을 썼다. 그래서 수원지까지 확인하지 못했다"는 어이없는 해명을 내놨다.
전지현 소속사 문화창고 관계자 또한 "생수 회사와 제품이름만 보고 광고 출연을 결정했다. 수원지를 확인하지 못한 건 소속사의 실수다"며 "논란을 만들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앞으로는 더욱 꼼꼼하게 신경 쓰겠다"고 사과했다.
이후 양측 소속사는 "아직 현지에 광고가 나오지 않은 상태라 광고주와 이 문제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결과가 나오면 알려주겠다"고 말했고 전지현 관계자 또한 "광고주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만, 하루아침에 결과가 나올 거 같지 않다"며 방관하는 태도를 보이며 말을 아꼈지만, 이후 논란이 가열되자 계약해지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미 촬영까지 마친 광고에 대해 계약해지를 요청하고 나선 것이다. 김수현의 소속사 관계자는 이날 오후 "헝다 그룹 측에 오늘 저녁 정식으로 광고모델 계약 해지 요청을 했다"며 "위약금과 광고 촬영 비용 등 수십 억 원의 손해가 있을 것 같다"고 사태를 수습했다. 이어 "그래도 문제 해결을 위해서 감수할 문제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전지현측 관계자 또한 "에이전시를 통해 헝다 그룹 측에 계약해지를 요청했다"며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계약해지가 쉬운 문제는 아닐 것이다"며 "헝다 그룹과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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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톱스타 자리에 있는 전지현 김수현 두 배우의 경솔한 판단이 국내 팬들의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이새롬 기자 |
김수현 전지현 모두 뒤늦게나마 이번 사태를 수습하고자 계약 파기라는 '초강수'의 카드를 내밀었지만, 이들의 요청이 받아들여질지는 중국 측, 즉 헝다 그룹의 손에 달린 문제다. 이미 모든 촬영을 끝낸 상태라 상황은 더욱 복잡하고 경우에 따라선 소송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도 있다. 김수현과 전지현은 국내를 대표하는 톱스타란 자리에 있고 그만큼의 책임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거액의 개런티에 톱스타 대접, '한류스타' 타이틀에 젖어 정작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한 두 사람의 경거망동이 얼마나 큰 파급력을 가져올지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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