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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짝'이 여성 출연자 사망으로 폐지됐지만, 사고 수습 전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성급한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SBS 제공 |
[이건희 기자] 촬영 도중 출연자가 숨진 SBS '짝'이 사고 발생 이틀 만에 결국 폐지됐다.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을 만큼 폐지는 어느 정도 예정된 단계였지만, 제대로 된 수습이 이뤄지기 전 프로그램 폐지로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식의 마무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고는 지난 5일 오전 1시 30분쯤 일어났다.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촬영 중이던 '짝' 70기에 출연한 전 모씨가 숙소 화장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SBS는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출연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사후처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사건으로 이날 오후 방송 예정이던 '짝' 68기 2회는 결방되고 2014 브라질 월드컵 D-100 특집으로 러시아와 아르메니아의 축구 평가전이 급히 편성됐다. 경찰은 전 씨의 일기장에서 유서를 발견하고 사인을 자살로 추정했다. 그리고 SBS 측은 '짝'의 거취와 관련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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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짝'의 폐지가 결정되자 일부 누리꾼들은 프로그램 촬영 도중 사망한 출연자에게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 네이버 댓글 캡처 |
누리꾼들은 '짝' 폐지와 관련해 갑론을박을 벌였다. "프로그램의 잘못으로 밝혀진 게 아닌데 폐지는 너무하다"는 주장과 "출연자가 사망한 프로그램을 어떻게 두고 볼 수 있겠느냐"는 반대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그러던 중 전 씨의 어머니와 지인들이 "촬영 도중 제작진의 강압적인 태도가 있었다"고 밝히면서 폐지 주장은 힘을 얻었다. 시청자들의 폐지 요청도 더욱 거세졌다.
결국 SBS는 7일 오후 3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짝'을 폐지하기로 했다.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SBS는 사후 처리에 더욱 힘쓰고 프로그램 제작과정에서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알렸다. 이로써 '짝'은 시청자들에게 인사조차 하지 못한 채 사라졌다.
사고 발생부터 프로그램 폐지까지 걸린 시간은 약 60시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전부터 학벌,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긴다는 비판과 함께 일반인 출연자들의 사생활 논란 등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폐지와 관련해 깊은 논의 과정이 있었을지 의문이 들 만큼 짧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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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연자 사망 사고 발생부터 '짝' 폐지가 결정되기까지 약 60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 SBS 제공 |
당장 '짝' 후속 프로그램은 확정되지 않았다. 특집 프로그램을 대체 편성할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지만, 이마저 정해진 건 없는 상태다. 오는 12일에는 지난 설 연휴에 방송됐던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대체 편성된다.
게다가 시청자들이 기다리던 68기 2회와 녹화를 마친 다음 기수 편은 방송 취소가 확정됐다. 다음 내용을 기다리던 시청자들의 바람과 녹화를 마친 출연자들의 이야기는 볼 수 없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일부 시청자들은 "자살한 출연자 때문에 다음 내용 못 본다"며 불만을 악성 댓글로 표현하기도 했다.
또 아직 경찰 수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프로그램을 폐지하면서 '제작진의 잘못이 있었다'는 주장에 오히려 힘을 보탰다. 서귀포 경찰서는 전 씨의 사망 직전 약 2시간 동안 녹화분 분석은 마쳤으나 아직 촬영분 전체를 확보하지 못해 녹화 도중 전 씨의 지인과 어머니가 주장한 대로 제작진의 과실 여부를 파악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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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짝'은 방송 3년 동안 여러 논란에 휘말렸지만, 마니아 시청자층을 확보했다. /SBS '짝 방송 캡처 |
게다가 다른 출연진이나 제작진, 또 유가족에 대한 보상 등 사후 처리가 진행되지 않은 시점이다. 정확한 사망 원인과 이에 따른 사고 수습이 우선시 돼야 함에도 폐지부터 결정한 것은 결국 비난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난 뒤 폐지를 결정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짝'은 지난 3년간 여러 논란에도 색다른 콘셉트로 많은 마니아층을 확보한 프로그램이다. 예상치 못한 사고로 막을 내리게 됐지만, 그 과정에서 '짝'을 사랑해준 시청자들을 위한 체계적인 작별 인사가 이뤄지지 않아 더욱 안타깝다.
canusee@tf.co.kr
연예팀 ssent@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