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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부터 노숙투쟁에 들어간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무더위에 선풍기 바람을 쐬고 있다. / 최진석 기자 |
[오경희 기자] "씻는거요? 지하철 화장실에서 잘 씻고 있습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하루는 서울광장 한쪽에 차려진 '천막당사'에서 시작된다. 김 대표는 지난 27일부터 이곳에서 '노숙투쟁'에 들어갔다. 이날 오후 5시30분쯤 이곳에 둥지를 틀고 첫날 밤을 보낸 김 대표는 "어색한 일들이 있긴 했지만 곧 익숙해 질 것이라 생각한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그의 말처럼 제1야당 대표의 노숙 생활은 녹록지 않다. <더팩트> 취재진은 28일 천막당사를 찾았다.
김 대표는 이른 아침 천막당사에서 눈을 뜬다. 오전 7시가 되면 당번 당직자와 당번 의원들이 천막 아래로 하나둘 모여들기 때문이다. 천막은 서울광장 서편에 160㎡(50평 가량)를 차지하고 있다. 김 대표가 생활하는 '천막 집' 규모는 약 16.5㎡(5평) 남짓이다. 김 대표는 일정에 따라 천막과 국회를 오간다. 오전 9시가 되면 천막 내 테이블에서 월·수·금요일엔 최고위원회의, 화요일엔 원내대책회의, 목요일엔 확대간부회의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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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막 집'으로 들어가는 김 대표. '천막 집' 안에는 벌레퇴치제, 선풍기, 그의 아들 이름이 적힌 트렁크와 이불 등 노숙 생활을 위한 물건들이 정리돼 있다. 휴지통에는 담뱃갑이 버려져 있다. |
그가 일정 때문에 잠시 자리를 비운 '천막 집'에 들어서자 더운 기운이 확 몰려든다. 천막 안은 오후 2~4시가 되면 지열과 더워진 공기로 인해 바깥보다 최고 10도가 높아진다. 이날 낮 바깥 온도는 30도였다. 때문에 천막 안 한편에 자리잡은 선풍기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특히 책상 옆 콘센트에 꽂힌 벌레퇴치제와 휴지통 안 담뱃갑은 그의 고달픈 노숙생활을 짐작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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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대표가 노숙 생활을 하고 있는 '천막 집' 안 전경. |
'천막 집' 머리 끝엔 노트북과 프린터가 구비된 책상이 놓여있다. 책상 위엔 정치학자 로버트 달의 '민주주의', 경제학자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불평등의 대가' 등 책 2권이 있다. 김 대표는 전날 밤 잠이 들기 전 이 책을 읽었다. 서랍엔 그가 일정을 마치고 밤에 생활할 때 입는 청바지와 티셔츠가 들어있다. 책상 아래엔 그의 아들 '김무진'이라고 적힌 트렁크가 눈에 띈다. '천막 집' 가운데엔 비공개로 손님을 맞는 작은 테이블이 있다. 그 옆엔 김 대표가 잠을 자는 야전침대가 반으로 접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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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오후, 민주당 문재인(왼쪽) 의원이 천막당사를 첫 방문하고 김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 오경희 기자 |
이날 오후 3시엔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이 장외투쟁 28일 만에 천막당사를 첫 방문했다. '천막 집'을 방문한 문 의원은 "더위 때문에 땀도 많이 흘리시는데 씻는 건 어떻게 하냐"고 물었고 김 대표는 "지하철 화장실에서 잘 씻고 있다"고 답했다. 문 의원은 김 의원에게 자외선 차단제를 선물했다. 이와 관련해 당 관계자는 <더팩트> 취재진과 만나 "김 대표가 씻는 문제 때문에 머리도 짧게 잘랐다"고 웃음 지었다.
김 대표를 힘들게 하는 것은 더위 뿐만이 아니었다. 문 의원과 만남 후 김 대표는 오후 5시30분 전국공무원노조와 간담회를 가졌다. 그러나 대화를 잇기가 쉽지 않았다. 이날 광장에선 'HOT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어 행사 음악이 광장을 메웠다. 이에 김 대표는 "저희는 배경음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농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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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담회를 마친 김 대표가 손에 담배와 라이터를 쥔 채 천막당사를 떠나 차에 오르고 있다. |
간담회를 마치고 다시 천막을 떠나 차에 오른 그는 담배와 라이터를 손에 쥐었다. "이렇게 끝낼 것이면 장외투쟁 현장에 나오지도 않았다"는 그의 애타는 마음이 엿보였다. 그는 전날 밤과 같이 '천막 집' 야전침대에서 고된 하루를 마쳤다. 민주당 천막당사 28일, 김 대표의 노숙투쟁 2일째, 그 끝은 언제일까.
정치팀 ptoda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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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최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