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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탐사보도-작품 속 음식열전②] '식객부터 발효가족까지…''어서 와, 이런 건 처음이지?'
입력: 2013.08.17 07:14 / 수정: 2013.08.17 07:14

음식을 주제로 한 영화와 드라마가 대중문화의 빼놓을 수 없는 잇 콘텐츠로 자리잡고 있다. 영화 식객-김치전쟁, 식객, JTBC 발효가족, 영화 왕의 남자 (왼쪽 위 시계방향)./공식 포스터, JTBC 제공
음식을 주제로 한 영화와 드라마가 대중문화의 빼놓을 수 없는 '잇' 콘텐츠로 자리잡고 있다. 영화 '식객-김치전쟁', '식객', JTBC '발효가족', 영화 '왕의 남자' (왼쪽 위 시계방향)./공식 포스터, JTBC 제공

[ 이다원 기자] 음식은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빼놓을 수 없는 흥행 아이템이다. '대장금', '파스타', '신들의 만찬' 등 음식을 주제로 한 드라마가 인기를 얻고 '식객', '키친',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등 음식 영화들이 끊임없이 제작되는 것이 바로 이를 입증한다. 요즘 예능프로그램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가운데 하나도 바로 '먹방(먹는 방송)이다. 영화 '황해'에 출연한 하정우가 먹음직스럽게 음식을 먹는 장면이 화제가 되면서 '먹방'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난 뒤 시청률 견인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의 단골 메뉴가 됐다. 최근 개봉한 '설국열차'의 '단백질 블록' 양갱이 새롭게 조명된 것처럼 대중문화에서 음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예전보다 더욱 커졌다. 브라운관과 스크린 곳곳에서 유행하고 있는 음식의 향연을 <더팩트>에서 모아봤다.

식객에서 등장한 산해진미들. 황복어 회, 도미찜, 소고기 경단탕, 소고기 육회, 꿩 전골(오른쪽 위 시계방향)./영화 스틸 컷
'식객'에서 등장한 산해진미들. 황복어 회, 도미찜, 소고기 경단탕, 소고기 육회, 꿩 전골(오른쪽 위 시계방향)./영화 스틸 컷

◆'식객' 한국 음식의 끝을 보여주다

영화 '식객(2007)'은 허영만 작가의 동명의 만화 '식객'을 스크린으로 옮겨놓은 작품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음식 맛을 자랑하는 운암정의 라이벌인 천재 요리사 '성찬(김강우 분)'과 야심가 '봉주(임원희 분)'의 치열한 요리대결을 담은 만큼 스크린 위로 화려한 요리들이 줄지어 등장해 미식가들을 흥분시켰다.

작품 속 첫 번째 요리로 등장한 황복어 회는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케 하는 스타일링과 정갈한 색감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시가 100만 원이 넘는 최고급 요리를 마주한 관객들은 탄성을 터뜨리기도 했다고. 이어 영화에는 꿩 전골부터 도미찜, 소고기 육회, 소고기 경단탕 등이 쉴새 없이 나오며 관객들을 입맛 다시게 했다. 특히 이들은 '오방색'이라 불리는 한국의 전통 음식 색감을 그대로 재현해내 음식 영화의 방점을 찍었다. '식객'은 흥행에 있어서 만족할 만큼의 성적을 얻지 못했지만, 한국 음식 영화의 성장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평가받고 있다.

왕의 남자에 등장한 연회 상차림. 고운 빛깔로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푸드 앤 컬처코리아 제공
'왕의 남자'에 등장한 연회 상차림. 고운 빛깔로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푸드 앤 컬처코리아 제공

◆'왕의 남자' 역사 속 연회 상을 고증하다

1000만 관객을 기록한 '왕의 남자(2005)'에서도 전통 음식을 그대로 고증한 맛깔스러운 상차림이 등장한다. 조선시대 연산군과 광대들의 비극적인 삶을 다룬 이 작품은 산해진미와 음주가무를 탐했던 연산의 취향을 그대로 살린 음식 장면들이 대거 나와 관객들의 눈과 귀를 집중시켰다.

극 중 연산(정진영 분)이 연회를 열고 광대 공길(이준기 분)과 장생(감우성 분)의 공연을 보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상차림은 보는 이의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고운 색감을 자랑하고 있다. 층층이 쌓아올린 각종 전과 오색떡, 한과류는 각각의 빛깔을 자랑하며 눈을 현혹한다. '왕의 남자'의 음식을 담당했던 푸드 앤 컬처코리아의 김수진 원장은 "이 작품을 위해 촬영 전날부터 음식을 준비했다"며 "역사책으로 철저한 고증을 통해 연산이 살았던 시대의 음식을 연구했다. 게다가 촬영 당시는 음식이 상하기 쉬운 더운 여름철이라 신선도도 각별히 신경 썼다"고 밝혔다.

식객-김치전쟁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김치가 등장해 관객의 침샘을 자극했다.
'식객-김치전쟁'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김치가 등장해 관객의 침샘을 자극했다.

◆'식객-김치전쟁' 김치의 모든 것을 담아내다

'식객'에 이어 또다시 제작된 '식객-김치전쟁(2010)'은 김치가 얼마나 다양하게 만들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 작품이다. 극 중 대령숙수의 칼을 얻은 성찬(진구 분)과 세계적인 셰프 배장은(김정은 분)이 전통음식점 '춘양각'을 두고 숙명적인 요리 대결을 그린 이 영화에서는 3차례에 걸친 '김치 경연 대회' 장면이 스크린에 펼쳐지면서 다양한 김치 제작 과정이 등장한다. 특히 배장은이 자염을 만들기 위해 태안과 부안의 곰소 염전을 돌아보는 장면이나 성찬이 2차 대회의 김치 재료로 싱싱한 대게를 구하기 위해 새벽 대게잡이에 나서는 장면들은 모두 음식감독인 김수진 원장의 자문으로 탄생돼 생생한 느낌을 더했다.

이뿐만 아니라 음식제작팀이 수천 포기의 배추와 김치 재료들을 준비해 만든 영화 속 각종 김치들은 관객들에게 신기한 볼거리를 선사하며 김치에 대한 깊은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김수진 원장은 이를 두고 "각종 대회에 출전한 엑스트라의 요리 동선과 재료 하나하나까지 모두 체크해야 했다"며 "그 어느 작품보다 공을 들였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다"고 남다른 애정을 표현했다.

먹음직스러운 자태로 시청자들을 유혹하고 있는 발효가족 음식.
먹음직스러운 자태로 시청자들을 유혹하고 있는 '발효가족' 음식.

◆'발효가족' 이보다 정갈한 한식을 봤는가

종합편성채널 JTBC의 드라마 '발효가족'은 음식을 본격적으로 다룬 첫 종편드라마다. 인생살이에 서툰 한식전문점 가족들과 그곳에 모이는 사연 많은 손님이 펼쳐가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담아낸 이 작품에서는 음식 드라마답게 여러 종류의 김치를 비롯한 한식들이 대거 등장해 브라운관 앞 시청자들을 미소 짓게 했다.

'발효가족'은 방송 내내 치아가 없는 어머니께 아들의 미안한 마음을 담아낸 '호박김치'부터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를 위한 '김치쨈인절미롤', 죽음을 앞둔 이에게 평온을 주는 '국화김치' 등 다양한 사연을 지닌 김치를 내보이며 영상미와 감동을 모두 잡아냈다. 여기에 한식전문점을 배경으로 한 작품답게 먹음직스러운 밑반찬과 다과류 제작 과정을 그대로 보여줘 안방극장의 침샘을 자극했다.

비록 저조한 시청률로 스포트라이트를 크게 받진 못했지만, 그동안 자극적 요소로 시청률 사냥에 치중했던 종편드라마가 '무공해' 가족드라마로도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안겨준 첫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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