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T
[김가연의 어떤씨네] 강동원=우산, 원빈=이발기, 김수현은 비니?
입력: 2013.06.20 17:15 / 수정: 2013.06.20 17:30

여심을 흔들면서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김수현의 팔굽혀펴기./영화 스틸컷
'여심'을 흔들면서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김수현의 팔굽혀펴기./영화 스틸컷

[김가연 기자] "강동원-원빈-김수현, 영화관 흔드는 계보 있다?"

2004년 여름 영화관. 스크린에는 장대비가 퍼붓는, 사람 많은 골목에 한 여자가 우산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리고 이 우산 속으로 여자보다 더 예쁜 남자가 씩 웃으면서 여주인공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그 순간 영화관은 함성의 도가니. '올레! 또 한 명의 꽃미남 접수'

그리고 6년 후 2010년 여름 어떤 극장가. 스크린에는 거칠고 강렬한 야성미가 물씬 풍기는 한 남자가 서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 양복을 입고 누구나 다 하는 짧은 스포츠 머리를 한 이 남자는 상의를 벗은 채 강렬한 눈빛으로 거울을 응시하며 왼손에 이발기를 들고 머리를 깎기 시작한다. 스릴러답게 영화관 분위기는 깊고 강하게 가라앉았지만, 그가 이발기를 들고 머리를 깎자 관객석은 술렁인다 "꺄악~~"

그렇게 3년이 흐른 2013년 초여름 영화관 역시 시끌벅적하다. 작고 탄탄한 몸을 가진 이 남자는 365일 입는 트레이닝복조차 매우 맵시 있게 소화한다. 덥수룩한 머리스타일로 동네에선 바보로 불리지만, 딱 한 순간 비니로 부산스러운 머리를 곱게 감추고 남자다운 매력을 발산한다. 그리고 자신보다 어린 한 남자에게 비니를 씌우며 '해줄거지?'라고 씩 웃는다. 그 순간 영화관은 신음인지 탄성인지 모를 듯한 모호한 소리가 가득 찬다.

위에서부터 세 편의 영화 속 주인공은 '늑대의 유혹'의 강동원, '아저씨'의 원빈, '은밀하게 위대하게(이하 은밀하게~)'의 김수현이다. 세 사람은 우산과 이발기, 비니라는 자신 만의 무기로 '여심'을 완벽하게 녹였다. 덕분에 조용했던 영화관은 아이돌 가수 콘서트 현장을 방불케 하는 함성으로 가득 찼고, 이 때문에 영화를 즐기려던 많은 남성들은 소음에 시달려야 했다.

특히 여성팬만큼이나 남성팬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아저씨'는 원빈의 폭발적인 외모 때문에 '애인과 같이 보지 말라'는 이야기가 떠돌았을 정도다. 원빈이 이발기를 들고 머리를 깎는 장면을 본 후 옆에 있는 애인을 본 많은 여자가 실망을 금치 못했다는 이야기는 인터넷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많은 여성팬들의 지지를 받은 명장면, 늑대의 유혹 속 강동원, 아저씨의 원빈,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김수현 이현우(위부터)./영화 스틸컷
많은 여성팬들의 지지를 받은 명장면, '늑대의 유혹' 속 강동원, '아저씨'의 원빈,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김수현 이현우(위부터)./영화 스틸컷

최근 영화관에서 이와 유사한 현상을 보이는 영화가 '은밀하게~'다. 지난 5일 개봉해 전국 관객 550만 명을 넘으면서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은밀하게~'는 김수현의 매력이 물씬 풍기는 영화다. 실제로 10~20대 여성팬들이 영화관 많은 부분의 상당 부분을 점유했고, 이들은 김수현이 나오는 장면마다 소리를 지르면서 그의 손짓과 몸짓 하나하나에 반응했다.

김수현과 이현우의 야릇한 분위기가 풍기는 장면 외에 김수현이 윗옷을 홀랑 벗고 가열차게 팔굽혀펴기를 하는 장면은 어떤가. 이 한 장면을 위해 탄탄한 복근을 만들려고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닭가슴살만 먹고 운동했다는 김수현은 팔에 힘을 잔뜩 준 채 보기에도 어려운 팔굽혀펴기 동작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영화관에 있던 여성들은 스크린에 눈을 떼지 못하고 그의 땀방울 하나하나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은밀하게~'는 김수현뿐만 아니라 이현우라는 신예로 꺼질만하면 '여심'에 불을 지폈다. 순수한 눈빛과 아리송한 표정으로 아기 같은 '우윳빛' 매력을 자랑하는 이현우는 이 영화에서 단 한 장면. 비에 젖어 와이셔츠 안으로 속살을 살짝 노출하면서 섹시미를 과시했다. 이현우의 소년 같은 미소만 봤다면 이 장면은 말 그대로 '득템'이다.

영화 속 명장면은 중요하다. 단 한 장면으로 영화 팬들의 마음 속에 길이길이 새길 수 있으며 두고두고 회자된다. 우산을 들고 나온 강동원, 왼 손에 이발기를 쥔 원빈, 비니를 깊게 눌러 쓴 김수현, 다음엔 유승호를 기대해도 될까요?

cream0901@tf.co.kr
연예팀 ssent@tf.co.kr

Copyrigh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