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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부터 회사원까지 20~30대 미혼 남성들이 돈을 벌기 위해 노래방 도우미로 나서고 있다./ 배정한 기자 |
[특별취재팀] 어둠이 내리면 그들은 화장을 하고 향수를 뿌린다. 검은색 승합차인 스타렉스에 실려 여자들이 부르는 곳이라면 어디든 들어가는 소위 ‘선수’로 변신한다. 하지만 낮엔 그들도 학생이고 회사원이며, 성실하고도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들의 낮과 밤은 그렇게 달랐다.
<더팩트>취재진이 충격적인 노래방 남성 도우미의 실체를 파헤쳐봤다. 그들의 생활은 가히 놀라웠다. 서울 시내 명문 대학생부터 배우 지망생, 대기업 직원까지 직업이나 나이도 천차만별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노래방 도우미로 나선 이유는 한결같이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학생들은 학비나 용돈을 벌기 위해, 회사원들은 ‘투잡’을 위해 이 일을 시작했다고 했다.
8일 밤, 대학생들이 즐겨 찾는 건대입구 역 근처 유흥가는 형형색색의 네온사인 불빛들로 낮처럼 환했다. 취객들이 많이 들어가는 노래방 앞에 검은색 스타렉스 한 대가 멈춰 섰다. 곧 차 문이 열리고, 10여 명의 남성들이 일사분란하게 그 노래방 안으로 들어갔다. 몇 분 후 세 명의 남성들이 허탈한 표정으로 되돌아 나와 담배를 피우며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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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방에서 손님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남성 도우미들이 되돌아 나와 호출을 기다리고 있다. |
건대입구역 유흥가의 노래방에서 기자가 만난 네 명의 노래방 도우미는 나이와 직업이 모두 달랐다. A 씨는 “24살 대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정말 24살이 맞느냐는 질문에 A 씨는 “사실은 22살”이라고 나이를 수정했다. 자세히 보니, 짙게 바른 비비크림 아래로 앳된 얼굴이 드러났다.
또 다른 세 명의 남성들은 각각 댄스강사(B, 26), 배우 지망생(C, 27), 회사원(D, 28)이었다. 회사원 D 씨에게 노래방 도우미 생활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묻자 “돈을 모으려는 목적이다. 퇴근 후 저녁에 대리운전이라도 하려고 하다가 노래방 도우미를 시작하게 됐다”면서 “회사에서 일할 때 가끔 피곤한 날도 있지만, 매일 밤 도우미를 하는 게 아니라 할 만하다”고 말했다.
댄스강사 B 씨는 “술도 좋아하고 노래 부르는 것도 좋아하기 때문에 노래방 도우미 일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룻밤에 그들이 버는 돈은 얼마일까? 노래방 도우미들의 영업시간은 대개 오후 9시부터 시작된다. 노래방 도우미들은 한 시간에 3만5000원을 받지만, 이중 1만원은 ‘실장’으로 불리는 업주에게 돌아가고 나머지 2만5000원이 도우미에게 시급으로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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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 도우미들이 나란히 서서 자기소개를 하고 있다. |
잘 나가는 남성 노래방 도우미들은 하룻밤에 보통 4~5번의 선택(초이스)을 받지만, 아예 한 번도 선택을 받지 못하는 노래방 도우미도 있다. 때문에 하루 수입이 없는 날도 있고, 많이 버는 날은 20만원 이상도 벌 수 있다.
댄스강사 B 씨는 “여자들의 선택을 많이 받으려면 형(실장)하고 친해져야 한다”면서 “형이 추천을 많이 해줘야 선택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나는 이 일을 오래해 형이 많이 추천해준다”고 말했다.
배우 지망생 C 씨는 “수입도 수입이지만, 보통 팁이나 2차를 나가야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면서 “‘2차’는 본인들이 자유롭게 선택한다. 보통 하룻밤에 적게는 50만원 많게는 150만원까지 받아봤다”고 말했다.
남성 노래방 도우미들에게 가장 큰 돈을 주는 연령은 30~40대 여성들이다. D 씨는 “이곳을 가장 많이 찾는 고객 연령대는 30대 주부다”라면서 “지난번에 왔던 사람들은 5만원권을 술잔 밑에 깔아놓은 뒤, 가장 먼저 술을 마시는 사람이 돈을 가져가는 게임을 시켰다”고 말했다.
하룻밤 술과 유흥을 즐기며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이 확산되면서, 최근 남성 노래방 도우미를 하려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A 씨는 “술도 먹고 돈도 번다는 생각에 친구들도 노래방 도우미를 아르바이트 쯤으로 생각하고 많이 알아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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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색 스타렉스 차량에서 내린 남성 도우미들이 매무새를 가다듬고 있다. |
그러나 아직 현행 법규에선 남성 유흥종사자인 노래방 도우미를 규정한 법규가 없어, 남성 노래방 도우미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식품위생법에 1종 유흥업소(유흥주점)에 종사하는 ‘유흥접대부’는 손님과 함께 술을 마시거나 노래 또는 춤으로 손님의 유흥을 돋우는 ‘부녀자’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성 접대부’나 ‘남성 도우미’라는 개념조차 법규정에는 아직 없다. 유흥가의 노래방은 술을 팔고 접대부를 둘 수 있는 1종 유흥업소로 신고를 한 뒤 손님을 끌기 위해 노래방 간판을 내걸고 대부분 영업을 한다.
C 씨는 “잘못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보다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계속 이 일을 하는 것 같다”면서 “돈을 모으면 조만간 일을 그만둘 것”이라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
대부분의 노래방 주인들은 남자 손님들이 여성 도우미를 찾듯이 여자 손님들끼리 오면 호기심 차원인지 모르겠지만 남성 도우미를 많이 찾는다고 했다. 그들이 덧붙인 한마디는 다음과 같았다.
“도우미 없이 노래방 못해요. 법적인 잘잘못을 떠나서 손님들이 찾는데 안 불러줄 수는 없잖아요.”
[특별취재팀=황진희·오세희 기자, 박지혜 인턴기자]
◆노래방 남성 도우미, 20대는 학비·30대는 투잡 목적 (http://www.youtube.com/watch?v=QrTCzqfWN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