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만화나 웹툰이 원작인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전설의 주먹', '26년', '이끼'(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 영화 포스터 |
[이건희 인턴기자]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가 점점 고갈되면서 만화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와 드라마가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다. '타짜', '올드보이' 부터 현재 상영 중인 영화 '전설의 주먹'과 6월 개봉을 앞둔 '은밀하게 위대하게'까지 인기 만화가 영화로 만들어진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드라마도 상황은 비슷하다. 김명민의 열연으로 시청자의 큰 사랑을 받은 '하얀 거탑'과 '궁', '쩐의 전쟁' 등이 연이어 성공하며 인기 만화의 판권 구매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만큼 만화의 드라마화가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이미 주요 내용이 노출되기 때문에 그만큼 원작을 새로운 장르로 만드는 것은 어려운 점이 많다. 또 배우들도 만화의 개성 강한 캐릭터에 부담감을 느끼기도 하고 자신의 능력을 다 발휘하지 못하거나 아예 자신만의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만화라는 좋은 재료를 가지고 어떻게 요리할 것인지가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특히 영화와 드라마는 서로 다른 장르의 특성 때문에 만화를 활용하는 방법에도 차이가 있다. 영화와 드라마가 원작 만화를 어떻게 다뤘는지를 분석했다.
◆ 영화 '디테일이 생명! 최대한 비슷하게'
만화를 이용해 영화로 만들 때에는 만화의 세심한 부분까지 고려해 배우를 캐스팅하고 원작의 이미지를 그대로 살려가는 경우가 많다. 6월 개봉 예정인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연재된 작가 HUN을 원작으로 김수현, 박기웅, 이현우 등이 주요 배역을 맡았다. 지난달 28일 공개된 영화 스틸컷과 포스터에서 동네 바보 방동구로 위장하고 있는 간첩 원류환 역을 맡은 김수현은 원작의 이미지를 완벽히 재현해 작품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흉내 내기 힘든 만화의 세밀함을 분장으로 극복한 예도 있다. 강우석 감독의 2010년 작 '이끼'는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을 영화화했다. 비밀을 가진 마을 이장 천용덕 역은 나이대가 비슷한 배우를 기용하지 않고 정재영을 캐스팅해 화제가 됐고 정재영은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며 열연했다. 강우석 감독은 원작의 강렬한 캐릭터와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결말 부분을 비틀어 웹툰을 보지 않고도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 전국에서 300만 명이 넘는 관객이 영화를 관람했다.
강우석 감독이 '이끼'에 이어 다시 웹툰 '전설의 주먹(글 이종규, 그림 이윤균)'을 영화로 만들었다. '전설의 주먹'은 지난 10일 개봉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아이언맨3'의 맹공 속에서도 꾸준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황정민, 유준상, 윤제문 등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해 고등학교 시절 주먹 전설들이 중년이 되어 '리얼리티 파이트 쇼'에서 다시 만난 이야기를 다룬 '전설의 주먹'은 원작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인물 묘사로 호평을 받았다. 특히 주연 배우와 이들의 아역을 맡은 신예 배우들의 닮은꼴 외모가 화제가 됐다.
인기 웹툰 작가 강풀의 원작인 '26년'을 소재로 우여곡절 끝에 제작돼 지난해 11월 개봉한 동명의 영화는 캐스팅이 여러 차례 바뀌는 과정을 거쳤다. 원작의 줄거리와 크게 바뀐 점이 없었기 때문에 배우들의 캐스팅과 연기력이 작품 성공의 관건이었고 결국은 최적의 조합을 찾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그 사람' 역의 장광은 원작은 물론이고 실존인물과도 닮아 관객들에게 "최고의 캐스팅이다"라는 칭찬을 들었다.
![]() |
| 만화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드라마 '야왕', '각시탈',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닥터진'(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 드라마 포스터 |
◆ 드라마 '캐릭터·기본 설정만 빌려 올 뿐'
드라마 속 원작 만화는 주로 캐릭터와 이야기 설정만 가져와 등장인물의 생김새나 성격에 변화를 주고 스토리 자체도 TV 드라마에 적합하게 바뀌는 경우가 많다. 지난달 2일 종영한 SBS '야왕'은 박인권 작가의 '대물 3부-야왕전'에서 권상우가 연기한 하류와 수애가 맡았던 주다해의 빌려 오고 나머지 인물 간의 사연은 조금씩 수정됐다. 하류와 주다해의 외모도 원작과 크게 비슷하지 않았고 주다해의 성격은 만화보다 더욱 악랄하게(?) 바뀌어 화제가 됐다.
지난해 5월부터 9월까지 큰 사랑을 받았던 KBS2 '각시탈'은 원작을 비틀어 새로운 주인공을 만들었다. 허영만 작가의 원작 만화에서 이강토는 바보 같아 아무도 각시탈로 의심하지 않는 역으로 드라마에서 이 설정은 이강토의 형 강산(신현준 분)에게 넘어갔다. 드라마에서 이강토(주원 분)는 일본 순사로 성공에 눈이 멀고 여자와 잘 어울리며 풍류를 즐기는 캐릭터로 주원의 매력에 맞게 변화했다.
지난해 5월 방송한 MBC '닥터 진'은 일본 만화 '타임슬립 닥터 진'을 한국 정서와 역사에 맞게 재구성했다. 최고의 실력을 갖춘 외과 의사가 과거로 건너가 의술을 펼친다는 시간 여행 설정만 같을 뿐 드라마에서는 흥선대원군 등 우리 역사 속에 실존했던 인물들을 등장시키며 새로운 재미를 느끼게 했다. 원작의 주인공과 드라마 주연을 맡은 송승헌의 전혀 닮지 않은 외모만큼 캐릭터의 성격과 이야기 내용이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만화 원작의 인기와 드라마로 다시 만드는 과정이 시너지 효과를 내며 성공한 적이 많지만, 드라마 캐릭터만 가져오고 스토리를 새롭게 만들다 흥행에 실패한 작품도 있다. 송일국과 한채영이 주인공을 맡았던 2010년 3월부터 2달간 방송한 MBC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는 고 박봉성 만화가의 동명 인기 성인 만화를 원작으로 해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만화보다 못한 허술한 이야기 전개와 캐릭터의 개성을 살려내지 못하며 시청자와 원작을 좋아하던 팬들을 실망하게 했다.
canusee@tf.co.kr
더팩트 연예팀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