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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 Story] '골리앗' 서장훈과 '매직히포' 현주엽의 추억
입력: 2013.03.25 15:56 / 수정: 2013.03.25 15:56

한국 농구계의 영원한 라이벌 서장훈(왼쪽)과 현주엽은 1998~1999시즌부터 1999~2000시즌 초반까지 청주 SK(서울 SK 전신)에서 잠시 팀 동료로 뛰었다. / 스포츠서울DB
한국 농구계의 영원한 라이벌 서장훈(왼쪽)과 현주엽은 1998~1999시즌부터 1999~2000시즌 초반까지 청주 SK(서울 SK 전신)에서 잠시 팀 동료로 뛰었다. / 스포츠서울DB

[신원엽 기자] '국보급 센터' 서장훈(39)이 은퇴하고 맞은 첫 주말이다.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가 '벤치 클리어링'으로 '뜨겁게' 막을 올린 가운데, 19일 은퇴한 서장훈을 잊지 못하고 여전히 그를 추억하는 팬들이 많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는 이름 현주엽(38). '골리앗'의 최대 라이벌로 군림하던 '매직 히포'는 2009년 현역에서 은퇴하며 일찌감치 코트를 떠났다. 농구 팬들은 '영원한 맞수'로 불리던 이들이 모두 코트 위에서 사라지자, 인기가 예전만 못한 농구의 부흥을 꿈꾸며 '골리앗'과 '매직 히포'의 추억을 곱씹고 있다.

"중, 고등학교 시절 함께 했고, 비교도 많이 됐던 현주엽이 가장 많이 생각난다." 서장훈은 21일 은퇴 기자 회견에서 현주엽을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로 떠올렸다. 그도 그럴 것이 휘문중-휘문고 후배이자, '신촌 독수리' 연세대에 대적한 '안암골 호랑이' 고려대의 주축 선수가 현주엽이었기 때문이다. 이 두 선수는 패배를 모르던 '무적 휘문'을 함께 이끈 선후배이며, 고등학교 졸업 이후 대학 시절부터는 라이벌로 선의의 경쟁을 펼쳐왔다. 대표팀을 제외하고 프로에선 1998~1999시즌부터 1999~2000시즌 초반까지 청주 SK(서울 SK 전신)에서 팀 동료로 만났지만, 현주엽이 1999년 12월 25일 골드뱅크로 트레이드된 뒤에는 마치 '운명처럼' 다시 라이벌로 코트 위에 섰다. 농구 열기가 점점 식어가던 상황에서도 이들의 맞대결은 언제나 팬들의 관심사였다.

골리앗 서장훈은 신촌 독수리 연세대의 간판 스타로 화려한 대학 시절을 보냈다. / 스포츠서울DB
'골리앗' 서장훈은 '신촌 독수리' 연세대의 간판 스타로 화려한 대학 시절을 보냈다. / 스포츠서울DB


"형하고 같이 뛴 경기 가운데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현주엽은 21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서장훈과 추억이 가장 재밌었다면서 '기적의 부산 아시안 게임'을 회상했다. 은퇴 후 개인 사업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그는 당시 중국과 결승에서 서장훈, 김승현 등과 함께 우승을 이끌었다. 4쿼터 막판 현주엽의 연이은 과감한 골 밑 돌파와 적재적소에 터진 서장훈의 연장 3점포는 아직도 많은 팬의 뇌리에 남아 있다. 때론 팀 동료로, 때론 적으로 활약해 온 이 두 선수는 한국 농구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라이벌이라는 것엔 이견이 없다. 1980년대 이충희-김현준에 이어 라이벌 계보를 이어온 이들의 떠난 자리가 무척 크게 느껴진다. 양동근-김선형, 오세근-최진수 등 신흥 라이벌들이 '골리앗과 매직 히포'의 빈자리를 채우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하고, 팬들에게 감동을 덜 주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서장훈과 현주엽은 과거 농담으로 각각 연세대 감독과 고려대 감독으로 다시 붙어보자고 했다고 한다. 비록 기약 없는 가벼운 농담이지만, 이들의 '재대결'에 벌써부터 큰 관심이 가는 이유는 이 '꿈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이 '골리앗'과 '매직 히포'기 때문이다. 승부 조작과 폭행 혐의 등으로 프로농구연맹(KBL) 사상 최대 위기를 맞은 KBL은 안양 KGC와 고양 오리온스로 개막한 6강 플레이오프 첫날 3327명의 관중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6강 플레이오프 평균 관중 수 5939명에 비해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골리앗과 매직 히포의 추억'이 더욱 간절하고, 그리워지는 이유다.

매직 히포 현주엽은 안암골 호랑이 고려대의 부흥을 이끌며 서장훈에게 당당히 맞섰다. / 스포츠서울DB
'매직 히포' 현주엽은 '안암골 호랑이' 고려대의 부흥을 이끌며 서장훈에게 당당히 맞섰다. / 스포츠서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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