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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습생 기간을 거쳐 아이돌 스타로 인기를 얻고 있는 그룹들.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샤이니, 미쓰에이, 2NE1, 카라, 2PM, 빅뱅/더팩트DB |
[ 문다영 기자] "연예인이 되고 싶어요."
연예인을 꿈꾸는 청소년이 증가하는 가운데 '연예 지망생 100만명 시대'라는 웃지 못할 말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이들 중 스타가 되는 이는 극소수다. 더군다나 연예인의 첫걸음이라는 연습생이 되는 것조차 어렵기만 하다. 매주마다 500~600명이 기획사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일상을 버리고 청춘을 바치고 미래를 담보하는 연예 연습생. 한국과 일본에만 존재한다는 연습생 제도의 현실은 어떨까.
문화체육관광부가 연예 관련 협회 등을 통해 파악한 연예기획사는 약 500여개로 실제로는 1000여개의 기획사가 활동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수많은 연예기획사에서 꿈을 키우고 있는 연습생은 그 수가 만만치 않다. <더팩트>이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DSP미디어, 큐브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대형기획사들 25곳을 조사한 결과 평균 20~30명의 연습생이 한 기획사 소속으로 트레이닝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게는 40~50명, 적게는 1~8명을 연습생으로 두고 있는 등 천차만별이다.
유명연예인들이 활동하고 이름이 알려진 기획사 50 곳에는 평균 20명씩 1000여명의 연습생이 활동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500개의 소속사에서 50곳을 뺀 나머지 450 곳에는 개인 및 그룹 등 5명 정도가 연습생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구체적 수치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처럼 대형 기획사와 군소 기획사 연습생을 대략적으로 살펴보면 국내에 약 3000명의 연습생이 연예인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렇다면 이 3000명의 연습생들은 어떤 절차를 거쳐 어디서 어떻게 데뷔를 향해 달려가고 있을까. 또 그들이 안고 있는 문제와 고민은 무엇일까. <더팩트> 탐사보도팀은 기획사의 성폭행 사건에 이어 고영욱의 10대 성폭행 피소로 바람잘 날이 없는 연예계의 '연습생 현주소'를 집중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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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M, JYP, 큐브, DSP, YG엔터테인먼트의 오디션 홈페이지(왼쪽부터 시계방향)./각 사 홈페이지 캡처 |
◆'연습생'은 연기자보다 가수에 몰려 있다
당연한 말일 수 있지만 연기자보다 가수를 키워내는 기획사들이 연습생 제도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춤, 노래, 발음, 악기 등 배워야 할 것이 많은 데다 그룹 활동이 주가 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연기 전문 기획사들은 연습생보다는 신인연기자와 정식계약하는 것을 선호하며 연습생이 있더라도 1명 내외다. 그 이유에 대해 팀에스팀 관계자는 "연기 쪽에서는 CF나 잡지모델 등을 경험하면 경험자라고 본다"며 "여러 후보군을 두는 것보다 될 성 부른 떡잎을 골라 집중적으로 키워내는 것이 비용대비 효과 차원에서도 효율적이다"고 설명했다. 나무액터스나 심엔터테인먼트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신인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것보다 기존에 계약한 연기자들에게 집중하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즉 국내 연습생 제도는 모든 연예인보다는 가수 지망생들이 거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오디션서 발탁된 연습생, 일단은 계약부터! '노예계약'은 피해야
연습생 제도 하에서 꿈을 키우는 가수 지망생들은 기획사에 발탁되고 나면 일단 계약단계를 거친다. 그러나 연예인 계약처럼 거창하지는 않다. 통상적으로 계약기간과 준수사항, 트레이닝 항목 정도가 계약내용에 포함된다. 보통은 1년으로 짧게는 3개월, 6개월 단위로 계약을 맺는다. 그러나 안심할 일은 아니다. 한다 하는 대형 기획사들은 대부분 월말평가를 실시하고 있는데 여기서 탈락하면 다른 기획사를 알아봐야 한다. 끊임없는 경쟁의 연속인 셈이다.
연습생에게 노래와 춤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연습생으로 지내는 동안 보여지는 성격이 당락을 결정하기도 한다. 한 연습생의 경우 재능은 뛰어났지만 인성이 좋지 않다고 판단돼 월말평가에서 탈락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대다수 기획사 관계자들은 "그룹 활동 및 선후배 관계가 확실한 가요계에서는 스타성만큼이나 인성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 단계를 지나면 데뷔를 목전에 둔 '그룹 연습생'이 된다. 데뷔 날짜가 정해지면 진짜 계약서를 작성하게 된다. 수익 분배와 계약 기간, 앨범 발매 등과 관련한 '연예인 계약서'다. 이 때 조심해야 할 것은 바로 계약이 발효되는 '시점'이다. 만약 '첫 음반 발매일로부터 몇 년', '첫 정규앨범을 내는 시점으로부터 몇 년' 등의 조항이 있다면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해야 할 소지가 있는 계약서다. 요즘처럼 디지털 싱글이 많이 발매되고 아이돌의 연기, 예능 활동 영역이 넓어진 때에 이런 특정 시점을 거론하는 계약은 자칫 '노예계약'이 될 수 있기 때문. 연예매니지먼트 협회 및 엔터테인먼트 법학회 등 연예 전문가들은 '특정 시점'을 조심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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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시계방향) 8년간 JYP엔터테인먼트 연습생이었던 2PM 조권, 소녀시대 서현, 걸스데이 민아, 아이유의 연습생 시절/KBS '스타인생극장' 방송캡처, SBS '한밤의 TV연예' 방송캡처 |
◆ 연습생의 하루는 '학교-소속사-집'
연습생들의 대부분이 평균 나이 14~15세의 어린 학생들로 집계됐다. 이미 데뷔한 아이돌들이 10대 후반인 만큼 많은 이들이 초등학생 때부터 오디션을 치르고 연예인이 될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까닭이다.
일단 연습생이 된 이들은 어린 나이라 할지라도 여느 직장인 못지 않게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된다. 그러나 아무리 빨리 성장해 데뷔하고 싶다 할지라도 기획사 트레이닝 핑계로 학업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현재 법적으로도 학습권이 보장되고 있지만 그에 앞서 기획사들이 '학업충실'을 외치고 있다. DSP미디어 관계자는 "어떤 기획사들의 경우 '연습생이 나가기 싫다고 했다'며 연습생에게 미루기도 하지만 이는 옳지 못하다"며 "데뷔를 코 앞에 둔 1~2개월 전이 아니라면 수업을 빠지는 일은 없게 하고 있다. 학업에 충실한 사람이 연습도 충실히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렇듯 10대 연습생들의 본격적인 트레이닝은 하교 후에 시작된다. 이 역시도 귀가 시간과 학업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선에서 짜여진다. 예를 들어 인천이 집인 학생이 하교 후 6시에 소속사에 온다면 보컬 트레이닝 1시간 30분만 진행하고 집에 돌려보내는 식이다. 평일의 부족분은 주말에 채울 수 있기 때문. 주말이 되면 연습생들은 대부분 오전 10~11시에 소속사에 와 레슨과 연습을 시작한다. 남·녀 따로 나뉘어 트레이닝을 받지만 경쟁심 유발 등을 이유로 함께 트레이닝을 받을 때도 있다. 식비는 모두 소속사에서 지원한다.
보컬, 댄스, 개인 연습, 월말평가를 대비한 그룹 연습 등을 진행하다 보면 하루 10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토·일요일이 따로 없는 트레이닝의 연속. 연습생들에게는 '일상'이 없는 셈이다. 이렇듯 숨가쁘게 스케줄이 이어지다 보니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 "연예인 되는 게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 "여자친구를 만나야 한다"며 연습생 신분을 포기하는 이들도 있다는 것이 기획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 연습생 시절, 비용과 수당은? 'ZERO'
소속사 연습생이 된 순간부터 이미 준 연예인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사실 이들이 특별히 달라지는 것은 없다. 앞서 말했듯 학교와 소속사 사무실을 오가며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는 것 뿐 수익이 생기는 것도 큰 소비를 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대중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비용 문제부터 짚어보면 보컬·댄스·악기 등 각종 트레이닝을 받는 비용은 없다. 각 기획사들이 연습생의 끼와 재능을 보고 그들이 스타가 될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 기획사들은 이 때 들어간 비용을 연습생의 연예계 데뷔 후 계약을 통해 돌려 받는다. 일종의 후불제인 셈이다. 만약 이 스타가 잘 나간다면 기획사는 빠른 시간 내에 해당 스타의 연습생 시절 적자를 수익으로 돌릴 수 있다. 물론 돈을 받는 곳도 있다. 바로 '학원형 기획사'다. 일부 기획사들은 오디션을 보고 발탁한 연습생들과 계약을 하되 트레이닝 비용을 받는다.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손실을 막고자 함이다.
또 연습생에게 수당이 지급되지도 않는다. 연습생은 오로지 기획사가 제공하는 트레이닝과 각종 지원 속에 재능을 발전시켜나가면 된다. 다만 일정의 교통비와 식비는 지원받을 수 있다. 물론 데뷔가 확정되는 시점부터는 전속 매니저와 차량 지원 등 각종 혜택이 따라붙기 시작한다.
◆ '소시'도, '원걸'도 한다는 숙소생활 '연습생은 NO'
흔히 소속사 연습생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숙소생활이다. 다수의 아이돌도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 연습생 시절, 혹은 데뷔 후 숙소생활의 애환을 전한 적 있다. 그러나 실제로 숙소생활을 하는 것은 연습생이 아닌 '데뷔를 앞둔 연습생'이다. 해외나 지방에서 살던 이들은 숙소를 제공하지만 몇몇 기획사는 주말이나 방학 때를 이용해 트레이닝을 받으라며 숙소를 제공하지 않기도 한다. 헛바람이 들 수 있는 데다 데뷔가 불투명한 연습생에게까지 투자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서울이나 경기도에 거주하는 이들은 당연히 '출퇴근제'다.
사실상 요즘 숙소생활은 '그룹'을 위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돌 대부분이 그룹으로 결성되는 까닭에 이들의 화합과 단결, 연습시간, 이동시의 이점 등을 이유로 숙소를 제공하는 것이다. JYP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데뷔를 위해 그룹 결성이 확정된 이들, 연습생 중에 프로젝트 그룹으로 결성된 이들은 멤버끼리 숙소생활을 한다"며 "각 팀만의 색깔을 내고 서로 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더팩트>이 다양한 기획사의 연습생 제도와 관련, 취재를 한 결과 기획사들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심정으로 연습생을 키워내고 있었다. 고된 트레이닝 과정과 끊임없는 평가가 어린 연습생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지만 연습생들에게 지금의 희생은 중요하지 않다. 연예인이라는 인생을 건 꿈이 눈 앞에 있기 때문이다. 기획사와 연습생 모두 미래를 담보로 현재를 투자하고 있었다.
dymoo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