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T
[SS현장] 커피전문점 '원두 원산지'…점원도 모른다
입력: 2012.04.14 09:53 / 수정: 2012.04.14 09:53

▲커피 원산지표시를 하지 않고 있는 커피전문점들.
▲커피 원산지표시를 하지 않고 있는 커피전문점들.

[ 서재근 인턴기자] 스타벅스, 커피빈, 카페베네 등 커피전문점의 커피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 이게 어디 어제 오늘 일인가. 하지만 비싼 가격에도 커피전문점이 호황을 누리는 것을 보면, 구태여 가격 문제를 지적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내가 마시는 커피의 원산지는 알고 마셔야지 않을까?

이에 <더팩트>에서는 국내 유명 프렌차이즈 커피전문점들을 찾아 원산지 표기가 어떻게 돼 있는지 직접 찾아 살펴봤다.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하루 커피 소비량은 약 300톤에 달한다. 경제활동인구 2400만명이 하루에 한잔 반씩 소비하는 셈.

이렇듯 커피에 대한 소비가 늘면서 소비자들의 커피에 대한 정보요구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한 끼 식사에 버금가는 커피값을 내고도 정작 커피에 사용되는 원두의 원산지에 대한 정보는 쉽게 확인할 수 없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 판매 원두엔 원산지 표기…블렌딩 커피는 “공개 못해”

봄꽃들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 12일 오후. 경기도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을 찾았다. 점심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인지 매장에는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로 빈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커피를 주문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했다. 메뉴판에는 수십 가지의 커피들이 적혀 있었고 왼쪽에는 별도로 판매하는 로스팅 된 원두들이 가지런히 진열돼 있었다.

커피의 종류가 빼곡히 적힌 메뉴판 어디에도 커피를 제작하는 데 쓰이는 원두의 원산지 표시는 없었다. 이렇다 보니 커피숍을 찾은 고객들은 커피의 원산지도 알지 못한 채 커피를 고를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매장을 찾은 한 고객은 "커피의 경우 원두의 생산지별로 맛과 품질이 천차만별인데, 어떤 원두로 만든 건인지 일일이 묻지 않는 이상 알 방법이 전혀 없다"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이처럼 매장에서 사용하는 원두의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스타벅스 홍보팀 관계자는 "대부분 업체에서 사용하는 원두들은 여러 국가의 원두가 혼합된 블렌딩 원두다. 어떤 원두를 얼마만큼 섞어서 사용하느냐에 따라 고유의 커피맛이 결정되기 때문에 원산지와 비율을 굳이 공개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블렌딩 커피의 원산지를 공개하지 않는 것에 대해 고객 정모(34)씨는 "비율을 알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원산지만 알려달라는 것인데 이조차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5000원 값어치를 하는지 알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내가 돈을 내고 마시는 커피의 재료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을 뿐"이라며 커피전문점의 태도를 지적했다.

다른 유명 프렌차이즈 커피전문점들도 고객들이 마시는 커피의 원산지표시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경기도에 있는 카페베네 매장. 이곳 매장 역시 커피를 마시러 온 사람들로 붐볐다.

카운터 위에는 아메리카노, 카페모카 등 각종 커피는 물론 여러 종류의 차와 와플까지 다양한 메뉴가 적힌 큼지막한 메뉴판이 붙어 있었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커피에 들어가는 원두의 원산지를 나타내는 문구는 없었다.

평소 카페베네에서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신다는 한모(29)씨는 "아메리카노를 마실 때마다 어느 나라 원두를 사용했는지 궁금했지만, 종업원에게 커피원산지에 대해 물어봐도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커피원산지에 대해 종업원에게 물어보았다. 종업원은 "커피제작에 쓰이는 원두는 여러 나라 원두가 섞인 블렌딩 제품이다"라고 말할 뿐 원산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 종업원도 모르는 커피원산지…자발적 공개 해야

▲메뉴판 어디에도 커피를 제작하는 데 쓰이는 원두의 원산지 표시는 없었다.
▲메뉴판 어디에도 커피를 제작하는 데 쓰이는 원두의 원산지 표시는 없었다.

심지어 종업원조차 커피에 사용되는 원두의 원산지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는 커피숍도 있었다. 경기도에 있는 투썸플레이스 매장. 종업원에게 매장에서 사용하는 원두의 원산지에 대해 묻자 "원산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원산지 정보를 원하신다면 본사에 연락해서 알아봐 드리겠다"며 당황해 했다.

커피빈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매장에 게시된 메뉴판에는 다양한 커피의 종류와 케이크, 음료들의 명칭과 가격만 적혀 있었을 뿐, 커피의 원산지에 대한 표기는 찾을 수 없었다. 종업원에게 별도의 메뉴판을 요청해보았지만, 그곳에서도 커피의 원산지는 찾을 수 없었다.

남자친구와 함께 커피빈 매장을 찾은 김모(25)씨는 "정작 커피를 만들 때에는 값싼 원두만 사용하는지 알 수 없는 노릇 아니겠느냐"면서 "한잔에 5000원이 넘는 커피값을 내는데도 정작 내가 마시는 커피의 원산지가 어딘지 알 수 없다는 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커피전문점의 원산지 비공개 행태에 대해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 소속 황은애 선임연구원은 "소비자들의 커피원산지, 제조 일자 등에 대한 정보요구는 점차 늘어날 것"이라면서 "커피원산지표시에 대한 법적 강제성이 없다 하더라도, 소비자들이 제품선택을 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커피업계가 자발적으로 원산지를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커피에 사용되는 원두의 원산지표시가 안 돼 있는 것에 대해 국민농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는 "가공품 같은 경우에는 원산지표시제에 해당하지 않는다. 원두자체를 판매할 때에는 해당 되지만, 원두를 가공해서 커피로 판매하는 경우에는 원산지를 별도로 표기하지 않는다고 법적으로 제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likehyo85@tf.co.kr
비즈포커스 bizfocus@tf.co.kr

Copyrightⓒtf.co.kr